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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그가 듣지 못한 목소리

 

이 시대의 석학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설파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변호사 이한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며 마이클 샌델의 '논리와 주장 사이'의 함정을 파헤쳤다.

그리고 드라마 속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은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지의 함정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10년전 장혜성과 그녀의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은 저명한 판사 앞에서 자신들의 신념과 자존심을 끝내 지켰었다. 어춘심은 평생 가정부로 일해 온 주인집에서 건넨 퇴직금마저 불태워 버리며 판사의 위선을 비웃고 내 딸과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겠노라 자신했다. 실제로 딸이 법 앞에서 공평한 변호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자 뛸 듯이 행복해 했었다.

그런 어머니 어춘심이 흉악한 범죄자에게 희생 되었고, 흉악한 범죄자는 법의 빈틈을 헤집으며 검사의 기소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이 현실 앞에서 장혜성은 어머니가 남기고 간 '정의'의 의미가 혼란스럽다.

 

 

장혜성에게 서도연(이다희)은 악연이었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고 진실 앞에서 홀로 비겁하게 도망침으로써 장혜성만 곤란에 빠트리기도 하는 등 그녀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 서도연이 검사가 되어 어머니를 죽인 민준국(정웅인)을 기소하게 된다. 서도연은 10년전 민준국의 살인현장을 목격했고, 그의 무시무시한 협박도 체험했기에 민준국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는 난항에 부딪쳤다. 이런 서도연에게 장혜성이 찾아가 무릎꿇고 애원한다. 제발 민준국의 유죄를 밝혀달라고.. 10년전 억울했던 폭죽사건도 자신이 잘못했다며 피눈물을 흘리는 장혜성에게 서도연의 아비 서대석(정동환)가 나타나서 묻는다. 그 사과 진심이냐고.. 10년전 장혜성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모욕을 잊지 못한 서대석의 요구에 장혜성은 어머니와 더불어 지켜온 자존심마저 놓아버린다. 그리고 증인의 증언을 조작하라는 서대석의 조언에 딸 서도연이 당황해하자, 서대석이 태연하게 말한다. '넌 10년전에도 위증해보지 않았냐, 범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해야만 한다'며 장혜성에게도 동의 구한다.

 

 

10년전 아비 서대석은 딸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빌미로 장혜성을 다그친 셈이다. 자신이 범인으로 확신하기만 한다면 위증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라는 논리였고, 장혜성은 그런 서대석 앞에서 또 다시 동의를 표해야 했다. 정의란 무엇인지는 늘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한편, 이들이 위증을 교사하는 것을 눈치챈 베테랑 신변호사가 장혜성에게 충고한다. '원칙을 어기면 화가 더 크게 돌아온다' 아마 어춘심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허나 장혜성은 그딴거 다 개소리라며 무력한 법의 현실을 성토한다. 그러나 신변호사의 충고대로 위증은 오히려 검사의 논리모순만 불러왔고 재판분위기는 무죄쪽으로 흘러가버리고 만다.

 

 

절망하는 장혜성을 보며 박수하(이종석)는 조용히 칼을 준비한다. 법이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지켜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떠나기전 박수하는 장혜성과 수족관을 찾았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 가기로 했었지만 그녀가 차변호사(윤상현)와의 만남때문에 잊었으리라 짐작하고 포기했던 수족관.. 그곳에서 박수하는 장혜성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자랑스러워 했다는 것, 차변호사를 좋아하고 있는 그녀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하라는 것, 그리고 차마 말 할 수 없어 돌아섰다가 다시 다가왔지만 끝내 말 할 수 없어 입맞춤으로 대신한 사랑고백까지...

초능력자 박수하는 사람의 마음을 듣는다. 그리고 장혜성이 다른 남자에게 관심 있는 현실 앞에서 지레 상처입었었다. 그래서 여태 그녀의 또다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어쩌면 이건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날 에필로그의 장면이 인상적이다. 지난 회에서 자신과 수족관을 가기로 약속했던 장혜성이 차변호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자, 박수하는 지레짐작으로 그녀가 약속을 포기할 꺼라 생각하고 돌아섰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듣지 못한 목소리가 있었다. '수하 약속이 먼저에요..'

과연 그 말은 영영 들을 수 없는 말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