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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n going

솔로몬의 지혜로도 지킬 수 없었던 것..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비롯해 서양의 숱한 모험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잃어버린 성궤의 행방이다. 일명 ‘언약의 궤’로 알려진 성궤는 이미 솔로몬 왕시절부터 행방이 묘연했다. 에티오피아에는 이와 관련해 슬픈 전설이 남아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을 경배하기 위해 먼먼 에티오피아에서 시바의 여왕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진정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돌아가는 시바의 여왕에게 솔로몬은 반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 반지를 끼고 있으면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반지 덕분에 시바의 여왕은, 먼 이스라엘까지 직접 날아 갔던 큰 독수리로부터 솔로몬의 소식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었다. 왕은 독수리에게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고, 독수리는 이를 여왕에게 들려주었다.


하지만 여왕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로몬에게 들려줄 수가 없었다. 솔로몬에겐 동물의 말을 이해할 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난 것도.. 그녀가 언제나 그리워 하고 있다는 것도.. 혹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조차, 무엇 하나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흉흉했다. 솔로몬은 이미 수백명의 아내를 맞았고, 예루살렘에는 그가 부르는 숱한 사랑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에게 본 꿈은 이윽고 악몽으로 바뀐다. 증오와 질투가 추억을 왜곡시키고 파괴를 요구한다…. 맹세의 반지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저주의 말을 토해내며, 더 이상 꿈을 보이는 일은 없다] 

 -악숨(고대 이티오피아 왕국)의 전설-

 

시바의 여왕은 증오와 원망 속에서 미쳐갔고, 그런 어미의 절망을 보며 성장한 아들은 솔로몬을 찾아갔지만, 현실은 소문 그대로였다. 어미의 마음을 짓밟은 솔로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아들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훔쳐오는데…

성궤가 사라진 것이 정말 그 아들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궤가 사라진 탓인지 이스라엘은 신의 총애를 잃고 솔로몬왕의 사후 곧바로 분열되었다. 그와 반대로 악숨은 풍부한 부를 가진 교역국으로 성장해 한때 화려한 기독교 문명을 꽃피운다…. 그럼에도 여왕의 눈물은 마르지 못했다.

 

사랑과 증오는 관심에서 비롯되기에 통하는 바가 있다. 진정 사랑했던 마음조차 소통이 멈추는 순간 무서운 증오로 변질되고 추억은 왜곡됐다.


죽을만큼 사랑했다가도 죽을만큼 미워하게 되는 슬픈 사연은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차라리 불같았던 사랑이 거짓말처럼 식어버려 무관심으로 남는다면 쓸쓸할지언정 비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증오와 원망으로 서로의 영혼을 할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궁극의 지혜를 가졌다던 솔로몬조차 소통없이는 지키지 못한 것이 사랑이었다. 똑똑한 사람보다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위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