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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세월따라 흔들리는 대한민국

 

90년대를 풍미했던 이현세 작 '남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가 세계 어느 곳에서 위험에 처해도 반드시 조국이 구해준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합니다. 무기력하고 왜소하고 나약한 조국이 아니라, 민첩하고 위대하며 강대한 조국이 되어야 합니다.
오지에 억류 중인 이천명 근로자들이 조국의 무관심속에 죽어간다면 그것은 이천명의 근로자가 죽는 것이 아닙니다. 민족의 혼이 죽는 것이고 다시는 소생할 수 없는 민족의 정기가 비명 속에 죽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시절 이 대목을 읽으며 가슴 절절한 감동에 사로잡혔던 청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그 중년에게 조국은 어떤 존재일까.. 진도 체육관에선, 배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하기에 차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중년이 그 '조국'에 분노하고 있다.
멀고 먼 오지도 아닌 코 앞의 바다에서 나라의 시스템은 국민에게 의지가 되어주긴 커녕 절망을 주고 있다. 사고는 총체적 인재를 거듭하고 있다.


배가 기울어졌다고 아이들이 인터넷 채팅을 날리는 긴긴 시간 동안 대응은 지지부진했고, 전원구조 -> 100여 명 실종 -> 290여 명 실종으로 갈피를 못잡았다.
총 탑승인원 파악도 번복을 계속했고, 배 안에 갇힌 채 1분 1초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지켜보는 국민들의 애간장이 녹고 있을때, 대통령은 구멍조끼 입은 학생들을 왜 발견하기 힘든지 의아했다.
공기주입이나 인력투입 일정과 계획이 잇따라 어긋나자, 당국의 발표를 불신하게 된 학부모들은 사비로 배를 구해 현장을 돌아보곤 더욱 절망했다. 구조 인원과 장비가 당국의 발표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족들은 정부를 못믿겠으니 국민이 도와달라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전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보여준 것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여전히 진도 앞바다의 기적을 기대한다. 헌데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돌아왔을때 조국은 이들을 품을 준비가 되어 있을지 자신이 안선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및 금리인상 예고와 우리의 가계부채 1000조,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 등등 수상한 시절이 다가 오고 있지만 당국에선 '우리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괜찮다'는 말만 들려올뿐이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지금 안전한 걸까, 혹시라도 흔들리게 된다면, 흔들린다고 제대로 알려줄까, 위기에 처했을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조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반드시 지켜낼 거란 믿음을 주고 있는가...
세월호는 이땅을 사는 국민들에게 너무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