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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김연아선수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



김연아 사태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너무도 상반된 양측의 이야기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쪽 이야기를 접하면 이쪽이 억울한 것 같고, 저쪽 이야기를 들으면 이쪽이 잘못한 거 같고.. 통 알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보도된 바, 양측의 입장을 대략 정리하면,

오서코치는, 올댓스포츠로부터 결별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며, 앞으로도 절대로 아사다 마오의 코치를 할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슬쩍 자신의 레슨비가 주당 550달러(약 65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여전히 김연아 선수의 밝은 미래를 점치며 그녀에 대한 애정을 비쳤다. 이는 여론에 상당히 어필하는 면이 있다.

반면 어머니,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김연자선수가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자세한 내막을 밝히진 않았지만, 어머니의 일방적인 결정이 결코 아니며 지난 4년여의 시간이 즐겁지만은 않았다며, 오서코치와의 갈등이 있었음을 의심해볼 만한 늬앙스를 풍기며 억울하고 속상한 속내를 밝혔다.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그렇기에 순수함이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진다.

결국 누가 결별을 통보한 건지, 또 오서 코치는 정말 아사다 마오의 코치를 맡지 않을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인듯하다.

어쨌든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이들의 주장이 앞으로도 계속 언론에 보도된다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수 밖에 없고 여러모로 서로에게 휘둘리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저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엄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딸로써 아무 이유도, 잘못도 없이 비난받고 있는 엄마를 멍청하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딸이 되기는 싫습니다.
..약 4년동안 겉으로 비춰지는 것 처럼 정말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훈련만 하고 있었을까요...
..자세하게 말씀드릴수 없어 답답하고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으며 왜 해명을 해야하는지 이 상황이 너무 힘듭니다..
..이 글 보시면 회사에서 시킨것 아니냐는 생각들 하시겠지만..
..저도 사람이기에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하느님께 맹세하건대 저희는 신중했고 상대방에게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세요..
                                                                                                                           -이상 김연아 미니 홈피 일부 발췌-

근데 개인적인 감성이지만, 김연아 선수가 미니홈피에 써놓은 글을 보며 김연아선수도 역시 소녀라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국민적 영웅과 환상적 피겨요정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그녀가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고 속상한 일 있으면 짜증도 낼수 있는 '소녀'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최근 몇년동안 우리를 열광시키고 가슴 뿌듯하게 만들었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무얼하듯 이쁘기만 했다. 그동안 그녀의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늘 이목의 중심이였고, 모두의 관심이었다.
지난 뱅쿠버 올림픽에서 경이적인 무대와 가슴 뭉클한 눈물을 보여, 황홀한 가운데서도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그야말로 세상의 절정에 서버린 그녀도 필연적으로 그 절정에서 내려올때가 있을텐데..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모든 이의 마음 속에서 너무도 높이 올라섰기에 내려올때 편안할 수 있을지.. 그런 우려가 있었던 거 같다.  

지금 김연아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이 경악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동안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과장했던 우리의 환상이 현실과 급격하게 마주치면서 벌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김연아는 여전히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웅이며, 아직도 그녀 앞에는 많은 도전과 무대가 준비돼 있다.
하지만 영웅 김연아가 아닌 소녀 김연아를 안아줄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