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orts taste

양준혁선수의 은퇴경기, 김성근감독을 주목하게 된다



양준혁,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최다출장, 최다타수, 최다득점, 최다안타, 최다홈런, 최다타점... 그의 은퇴를 바라보는 감회는 비단 삼성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에 걸맞게, 삼성에서도 그의 은퇴경기를 위해, 역대 최고의 이벤트를 준비해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드디어 오늘이다. 당초 그의 은퇴경기를 이날로 잡았던 것은, 시즌 막판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편안한 플레이를 예상한 안배였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 경기는 올시즌 한국시리즈 직행티켓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각팀은 명운을 걸고 경기에 임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야구인생에서 한 경기쯤은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올시즌, 팀에 가장 중요한 게임이 됐다'는 양준혁 선수의 소감에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다.


오늘 경기를 기다리며,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두가지 상황을 생각해보자.

첫째, 팽팽한 동점상황에서, 8회 삼성의 공격이다. 무사 1루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선동렬감독이 보내기번트를 지시하겠는가?
말도 안됀다.
원래 작전도 많지 않은 선감독이고, 오늘 경기의 의미와 분위기상 그의 멋진 타격을 기대할 것이다.

둘째, 팽팽한 동점상황에서, 8회 역시 삼성의 공격이다. 1사 2루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선다.

과연 김성근감독은 고의사구를 지시할까?
이건 모르겠다. 이 질문을 던져만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사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위와 같이 강타자를 앞에 둔 상황이라면, 고의사구가 아니라도 대체로 정면승부를 피하는 것이 야구의 상식이다. 
변수도 많다. 이 상황에서 투수가 누구냐와 다음 타자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아무튼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근데 김성근 감독의 인상은, 관중석에서 아무리 야유를 퍼부어도 필요한 것은 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김성근 감독은 냉정한 승부사로서, 최근엔 롯데에 대해 사인 훔쳐보기 이슈가 있어고, 이후 '모두가 상대팀의 사인을 훔쳐본다. 상대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기술이다.'라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그는 기싸움도 중시해왔다. 이번의 싸인 훔쳐보기 발언도 경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도라는 의구심마저 받고 있다.
하지만 야신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시즌 들어서는 그동안 많은 오해를 샀던 빈볼 구사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특타중단과 같은 새로운 운영도 선보였다.  뭐... 중요한 승부상황은 아니였지만 작년과 올해에 각각 한차례씩 김광현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기도 했었고, 최정을 투수로 쓰는 등 이벤트도 만들어 줬었다.
암튼 예측은 늘 쉽지 않다.

근데 질문을 던져본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예측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오늘 경기에서 위의 '둘째'와 같은 상황이 반드시 올것 같다.

관중석을 가득메운 관중들의 염원과 시청하는 무수한 야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명장면은 왠지 꼭 있을것 같다.
물론 논리적 이유는 전혀 없다. 그냥 대학입시가 있는 날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긴장이 하늘에 닿았는지, 어김없이 매서운 한파가 닥친다.
이런 입시한파가 있듯이, 영웅의 멋진 은퇴를 바라는 사람들의 바램은 영웅에게 기회를 줄것 같다.
너무 감상적이지만 꼭 그럴것 같다는 느낌, 떨칠수가 없다.

또 하나는, 만약 위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왠지 난 정면승부가 있을것 같다.

마찬가지로 이 예측에도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원래 사람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올시즌 올스타경기에서 양준혁 선수를 기용했고, 마흔살 최동수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성근 감독의 모습이 그냥 떠오른다.
SK는 다른 팀보다 유난히 노장선수들이 많고, 김성근 감독의 지론이 베테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베테랑을 편애하는 건 아니다. 단지 기회만 줄뿐이다. 그리고 오늘, 대한민국 야구의 영웅에게도 기회를 줄것만 같다는 느낌이다.

앞서 난 김성근 감독이 지독할 정도의 승부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는 야구에 대한 애정도 깊다고 생각한다.

내 예측은 지극히 감상적일뿐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오늘 타석에 서게 될 양준혁 선수와 그를 바라보는 김성근 감독이 떠오른다.

사진 및 참고 글 : 노장을 활용하는 팀
요아래 손가락 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혹시나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