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3.04.03 07:00

 

 

 


김혜수는 오랫동안 화사한 미소로 상징되어 왔습니다. 그 우아한 미소엔 청룡영화제의 MC를 14년째 이어오며 화려한 파티의 안주인같은 품격이 배어나지요.


헌데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만나 본 김혜수는 도통 웃음이 없습니다. 파마머리(오지호)의 찌질한 해코지에 모질게 콧방귀를 뀌면서도 민망한 미소 한자락 물지 않으며 무말랭이(이희준)가 살갑게 가족을 운운해도 무표정은 여전하지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커피를 타주고 폐지를 뜯어 이면지를 만들고 부서진 의자를 고치며 사무실 바닥을 벅벅 문지르는 그녀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품격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파마머리가 그녀에게 미소를 요구하지요. '영업의 기본은 미소야, 스마일~' 그래서 만들어낸 미스김의 엽기웃음에 파마머리도 그녀에게서 웃는 얼굴 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요. 자발적 계약직 미스김은 회사에선 결코 웃을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800만, 이 땅을 사는 한국인의 소원은 더이상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전환'이 됐다는 드라마의 메시지 그대로 이땅의 비정규직은 벼랑 끝에 서있습니다. 신분이 보장된 정규직보다 오히려 신분이 보장되지 못한 계약직이 부당한 근로관행과 모순된 처우에 시달리는 부조리가 일상화된 요즘이지요. 그래서 미스김을 바라보는 비정규직은 통쾌함과 더불어 현실과의 괴리를 느낍니다. 회식이나 연장근로 요구를 단칼에 자르고 시간외수당과 점심시간은 살뜰하게 챙기는 미스김은 비정규직의 설움에 신음하는 숱한 사람들에겐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요.

 


회식을 당당하게 거부하는 미스김을 비웃으며 파마머리가 투덜댑니다. '그런 뜨내기 계약직은 동료가 뭔지 일하는 의미가 뭔지 몰라' 비정규직의 설움을 모르는 정규직의 일방적인 관념이지요. 파마머리 자신도 비정규직에게는 이름부르기조차 아까워 언니라 부르면서도 그들에게 꿈과 가족을 운운하는 자기모순은 점점 두터워지는, 누리는 자와 누리지 못하는 자-계층간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미스김이 출동했습니다. 계약연장도 없고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의거 엄격하게 규정된 근로조건을 준수하는 프로페셔널 계약직의 모범을 구현해냄으로써 이땅의 계약직의 신문화를 사회 구석구석에 전파하고 있는 계약직의 문화전도사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스김이 지나온 회사에는 새로운 신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의 원작이 잉태된 일본에선 평생고용 신화가 무너지고 계약직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대두됐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지요.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의 연봉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줍니다. 정규직의 절반밖에 못받는 계약직, 하지만 그 대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당한 근무조건과 환경, 지금 우리에게도 계약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회사에선 도통 웃지못하는 미스김도 그런 고민을 품은 걸까요.


Posted by 비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