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3.04.23 07:00

 

 

어제방송에선 약자의 품위를 지켜주는 서로 상반된 두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스김(김혜수)은 회사동료에게 마음의 빈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밥값을 대신 내주겠다는 과장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는 합석하지 말아줄 것을 정중히 요청할 정도로 철저하게 동료와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적으로도 빈틈이 없습니다. 지독한 독감에 걸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맡은 바 업무에 충실히 매진하지요. 일단 계약을 맺은 이상 계약기간에는 예외를 두지 않는 똑부러지는 프로-계약직입니다. 

이런 미스김 앞에서 파마머리(오지호)는 어쩔 수 없는 약자입니다. 눈에 힘주고 목소리를 높여 미스김을 꾸짖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초딩멘탈만 드러내며 오히려 미스김에게 망신당하기 일쑤인데요, 그래서 파마머리는 미스김 앞에만 서면 늘 작아지는 자신의 마음을 통 알 수가 없습니다. 미스김에 대한 감정을 자신도 모르기에 파마머리는 미스김 앞에서 항상 엇나가는 말만 할뿐이지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거나 미스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찾아갔을때도 오히려 엄한 큰소리만 버럭 지르다가 티격태격 싸우는 게 일상입니다.

 


헌데 어제 방송에서 파마머리는 우연히 미스김의 빈틈을 목격하게 됩니다. 식은 땀을 흘리며 힘없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던 미스김은 파마머리의 관심을 무시하지만 펄펄 끓는 열에 잠시 의식을 잃고 맙니다. 그런 미스김을 위해 파마머리는 약을 사와 건네지만 고개 숙인 미스김은 정신을 가눌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미스김에게 자신의 자켓을 벗어 감싸준 파마머리는 미스김의 옆자리를 말없이 지켜주는데요, 이때 힘겨운 미스김의 고개가 살며시 파마머리의 어깨에 내려앉고 맙니다. 늘 미스김이 못마땅하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파마머리는 넉넉한 어깨로 미스김의 머리를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늘 미스김 앞에서 약자였던 초딩멘탈 파마머리는 이 순간만큼은 미스김이 기대어 쉴 수 있는 품위있는 남자였지요. 파마머리의 환한 미소엔 성숙해진 남자의 품격이 엿보였습니다. 항상 빈틈을 허락하지 않던 미스김이 본의아니게 파마머리의 품위를 지켜준 순간이었습니다. 

 

 

미스김으로부터 계약직으로서의 자존심이 없다는 가혹한 평가를 받은 정주리(정유미)는, 하지만 꿈이 없는 계약직의 현실에 절망합니다. 우연히 고향친구의 소개로 면접기회를 얻은 그녀는 회사에, 엄마가 교통사고 났다고 둘러대고는 면접을 보러가지요. 그 시각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녀의 팀장 무정한(이희준)은 정주리가 작업한 파일이 긴급하게 필요했지만 정주리가 전화조차 받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빠졌지요. 급기야 무정한은 정주리의 고향집에 전화를 했고, 정주리의 거짓말을 알게 됩니다.

 


한편 정주리가 거짓말까지 해서 면접을 본 회사는 다단계였고, 정주리는 값비싼 건강식품만 떠안게 됩니다. 낙담한 정주리는 마땅히 갈곳도 없어, 미스김의 지인이 운영하는 까페를 찾는데요, 그곳에서 미스김의 지인으로부터 미스김도 과거에 똑같은 좌절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미스김의 비밀을 알게 된 정주리는 마음을 다잡고 팀장에게 사과하러 가는데요, 팀장 앞에서 힘없는 얼굴로 조심스레 잘못을 고백하려는 순간, 무정한은 그녀의 품위를 지켜줍니다. 그녀의 비밀은 묻어둔 채 환한 웃음만을 건네줬지요.

 

그렇게 무정한은 정주리가 자신 앞에서 약자로 남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무실에서 약자로 남겨진 정주리지만, 자신 앞에서만큼은 떳떳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녀를 자전거에 태워 벚꽃이 날리는 거리를 내달리는 무정한은 품위를 간직한 정주리의 동료였고, 무정한의 넉넉한 등 뒤에서 정주리는 오늘도 살아갈만한 이유를 절감하게 됩니다. 품위라는 것은 간직한 사람은 물론, 지켜준 사람에게도 행복이 되는 듯합니다.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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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누리49 2013.04.23 0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오늘 비가 엄청 온다고 하네요. 빗길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