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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릴과 판타지로 첫방부터 시청자 압도

 

 

 

처음 드라마의 투톱이 이보영, 이종석이라는 소식에 어쩔 수 없는 언밸런스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소재든 로맨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 드라마 환경에서 이번엔 이 언밸런스한 조합이 어떤 인연으로 엮일 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첫회의 전혀 신선하고 급박한 전개속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너무도 뜨거운 당위성으로 시청자에게 각인되었다.

 

고등학교의 한 교실, 주먹을 남발하는 일진학생을 천연덕 스럽게 제압해버린 조용하고 수더분해보이는 남학생, 늘 헤드폰을 쓰고 주변의 소음을 차단한 채 고고히 생활해 나가는 이 학생에겐 남과 다른 초능력이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박수하(이종석 분)다.

 


그는 만8살때 아버지가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아버지와 자신이 타고 있는 승용차를 덮친 트럭운전사는 아직 살아있는 박수하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리곤 박수하에게로 죽음의 마수를 드리우던 찰라였다. 헌데 이 순간을 지켜본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당시 막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장혜성(이보영 분)이다.


저명한 법관의 집에서 가정부로 살아가는 엄마와 살던 그녀는, 법관의 딸을 시기하긴 했지만 죄없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만다. 하지도 않는 짓을 했다고 우기는 법관의 딸과 친구들 앞에서 그녀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구보다 공정하다고 믿었던 법관은 이미 범인을 단정한 상태에서 진실보다는 사과를 요구했고, 인정하지 않으면 집에서 쫓아내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그 집에서도 쫓겨나고 학교에서도 쫓겨났다.

그리고 늦은 밤 그 법관의 딸을 만나 누명을 추궁하던 중 문제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게된다.

이제 이 사건의 목격자가 된 장혜성과 법관의 딸...둘은 서로 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설것을 약속하지만 결국 재판정의 문을 연 자는 장혜성뿐이었다.

 

 

사건을 목격하던 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본 것을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던 무서운 그 범인, 그리고 재판정에서 멱살을 잡고 포악하게 윽박지르던 그 범인의 모습은 여고생의 용기만으론 감당해내기 버거운 두려움이었다. 재판정에서 나와 두려움에 떨며 후회하던 그녀를 꼬마 박수하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곤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닫혔던 말문을 열어 '내가 지켜줄게'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 박수하는 늘 거리를 걸을때면 그녀를 찾곤 한다. 지켜주겠다는 그 약속을 위해..

그저그런 학원물과 식상한 멜로물을 의심케 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작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강렬하게 휘어잡으며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독특한 초능력의 박수하를 연기하는 이종석은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비밀을 간직한 신비소년을 독특한 분위기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더욱 돋보이는 것은 내 딸 서영이에서 강단있는 서영이를 애틋하게 연기해냈던 이보영은 언제그랬냐는 듯 껄렁껄렁 신조없이 그저 한낱 돈벌이를 위해 하루 하루를 버텨내는 삼류 변호사가 되어있었다.


변호인석에 앉아 피고인은 보지도 않은채 정답지 읽듯 매일 똑같은 멘트를 반복하며 성의없는 변호만을 늘어놓기 일쑤에, 법원앞에서 나눠주는 홍보용 포스트잇도 한움큼 집어 오는 뻔뻔함까지 갖췄다. 고등학교 퇴학에 지방대를 졸업하고 어렵게 변호사가 됐지만 한달 88만원의 수임료도 챙기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삶의 의욕도 없다. 아마도 박수하가 지켜줘야 하는 것은 그녀의 신변뿐 아니라 삶의 희망도 포함될 것이다.

 


억척스러웠던 서영이 이보영은 고작 3달만에 같은 변호사지만 전혀 다른 색깔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대본에 끌려 선택했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완벽히 그녀를 변신시킬 드라마가 기대된다.


근래 들어 로코퀸들이 영 힘을 못쓰고 있다. 그냥 로맨스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요즘, 색다른 판타지와 신선한 소재로 신비로우면서도 코믹하고, 또 치열하기까지한 드라마의 시작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