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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n

아버지의 말씀은 왜 잔소리가 되기 쉬울까..



명절을 맞아 모처럼 노소의 친지들이 모였다.
이때가 되면 아버지들은 인생을 돌아보며 자식들에게 깊은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근데 이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눈빛엔 진지함이 그다지 안보이는 요즘이다. 왜 그럴까...


아이들이 장성해질때쯤이면, 아버지는 자신이 살면서 갖게된 소중한 가치를 자식에게 새겨주고 싶다.
이를테면, 정직해야 한다. 져주는게 이기는 거다. 아무리 우습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의 자존심은 건들지 마라.. 등등.. 
저마다 자식이 반드시 지켜줬으면 하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같은 지침이 있다.
근데 주변을 보면 이런 아버지의 소중한 말씀을 건성으로 넘기는 자식들이 태반이다.

왜 아버지의 말씀은 약발이 안먹히는 걸까..

왕년의 드라마 허준, 혹은 소설 동의보감을 보면, 명의 유의태는 고매한 인격을 바탕으로 널리 의술을 펼쳐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근데 그 아들은 아버지를 우습게 여긴다. '의원은 영달하는 길이 아니다. 돈 버는 길도 아니다. 병자를 보살피는 것만이 오직 그 소임이다'며 늘상 말하지만 그 아들 유도지는 짜증만 낸다.
 
오히려 차가운 대접을 받아온 허준이야말로 아주 간혹 접하는 스승 유의태의 말씀에 온몸이 전율하는 깨달음을 얻고 했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이미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들어온 이야기다

아버지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는 의도했건 안했건 이미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줄기차게 반복해온 말이다.
밥먹을때, 물건살때, 자다가 일어날때, 술먹고 왔을때, 자식이 실수했을때.... 아비로서 자식들과 살아오면서 상황상황마다 이미 뻔질나게 뱉어온 말이란 거다.
막상 자식들이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칠만한 나이가 됐을때는, 이미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질리게 들어온 말이 되고 만다.
성실해라, 침묵은 금이다... 좋은 말인 건 분명한데 너무 흔한 말이기에 주목받지 못하는 비운의 금언들처럼 말이다.

 일방통행의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금언들은 대체로 일방적인 말이다.
듣는 사람, 즉 금언의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이야기가 아닌 자기본위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자식의 기호를 생각하거나 자식의 눈치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하는 아버지가 흔할리 없다.
가장이 집안에 들어와서까지 그런 걸 신경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고싶은말을 그냥 나오는대로 하게 된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식의 이해력이나 관심같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아버지의 철학이 담긴 고귀한 말씀이란, 아버지의 '왕년에 저쩌구..'식의 길고 긴 이야기를 수반하는 이골이 나도록 자주 들어온 이야기인 셈이다.

 삶의 가치보다 국.영.수.가 최고

가족과의 대화보다 수학 문제집 들여다보는 걸 훨씬 소중히 여기는 집안 풍토라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조차 공부에 방해될까 부담을 느끼는 경우라면 아버지의 말씀이 학원강사의 강의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리가 없다.
이미 가족의 의미를 영어, 수학보다 밑에 깔아둔 셈이다.

어찌해야 할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간단히 고민해보자.

    지켜보기
늘 가까이에 있다보면 스스로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라는 것이 굳어진다. 난 자식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냉정하게 자식을 관찰해보자. 내가 알던 그가 맞는지, 아니면 변했는지, 생명이란 늘 변화하기 때문에 생명이다.

    경청하기
자식으로부터 경청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경우를 많이 본다. 더 늦기전에 경청의 축복을 누려보자.
자식이 말을 하는데, 중간에 말을 끊으며, '그건 말도 안돼, 세상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면, 자식은 영원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지 모른다.

  쌍방향 소통
결국 소통이다.
우선 나의 말 한마디로 아이를 변화시킬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뜻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되 쌍방향소통의 마음은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위에 언급한 관찰과 경청의 바탕은 애정이다. 그리고 애정은 쌍방향 소통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혹 참고가 되셨으면 밑에 손가락 모양, 추천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