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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n

담배값 인상? 어느 흡연자의 넋두리




15년 이상을 꾸준히 흡연해왔습니다. 한번도 금연의 의지를 발휘해본적 없습니다.
혹자는 나를 두고 애연가라고 하더군요. 글쎄요. 담배를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인 것은 분명합니다.
사랑인지 습관인지는, 부부나 연인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네요.

사랑때문에 죄를 이고 간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다면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오늘의 이 땅에선 흡연자들은 모조리 죄인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존재들이 우리들입니다.
변명도 못합니다. '지독한 골초인 등소평을 비롯해 많은 체인스모커들이 장수한걸 보면 흡연의 폐해는 체질마다 다르다느니, 술담배 안하는 인간들이 오히려 삶의 고비에서 극단적일수 있다느니...'
이런 소리 지껄였다가는 당장 숱한 사람들의 공분을 사서, 귀싸대기라도 맞을겁니다.
그래서 흡연자는 죄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이기도 합니다.
공익이 우선되어야지, 어찌 공해가 공리에 도전하겠습니까

질병관리본부에서 담배값 8000원을 운운하더니, 복지부장관이 또다시 담배값 인상을 이야기하네요.

우리만 봉이냐고 큰소리치기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티브이 방송에서조차 출연하지 못하는 흡연, 어쩌다 나오면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 것이 흡연인 것을..
(그래서 흡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추가하려다 취소했습니다;;)


그래도 정부당국자에게만큼은 한소리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납부한 돈이 제법 되서 말이지요, 으흠!!

당신들, 대폭 올릴 듯 분위기만 잡다가 또 찔끔 올릴꺼지?

담배값 왕창 올려서 우리가 정말 다 금연할까봐 무섭지? 세금낼 사람 거의 사라지겠지. 내 다 안다. 절대 만원으로 못올린다는거.
사실 그래, 정말 담배값 만원되면 나도 금연할꺼야. 능력없어.
담배는 기호품이라서 비싸도 사 피운다고? 아하. 유식하게 말해서 가격탄력성이 낮다..
탄력도 탄력 나름이지, 흡연률과 소득수준은 완전 반비례하잖아. 건강 챙기고, 놀거 많은 부자들 중엔 흡연자도 별로 없잖아.
만원이면 고탄력 고무줄도 끊어질 수준이다.
우리들 건강이 진정 우려되면 제발 만원으로 올려주라. 나도 금연할란다.
건강보험수가 인상이니 영리병원 이야기하면서 국민 건강과 친서민정책을 운운하나.. 앗 넘 흥분해서 말이 삼천포로 나가려고 하네요;;

사무실 책상위에 재떨이가 놓여있고, 안방에서 흡연을 했던 세대는 이미 전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삶의 공간에서 흡연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제 몇 세대 지나면 담배라는 건 시가처럼 일부 부유한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람직하겠지요.
그런데요, 그런데요. 이미 담배향에 깊숙히 여물어져 버린 폐를 지닌 우리들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 또 오백원만 올릴까봐 정말 정말 무섭습니다;;;


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아예 확 만원으로 올려주십시요. 그럼 저 금연 자신있습니다.


 내가 교도소에 들어와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담배였다. 처음 며칠동안은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몹시 괴로웠다. 참다못해 침대에 깔린 널판지 한쪽을 뜯어서 씹었다. 그날 하루종일 구역질이 났다. 인간들이 즐기고 있는 담배를 왜 못피우게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도 징벌의 일부임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금연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더이상 내게 징벌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알베르 까뮈 <이방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