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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 가든' 뻔한 배경, 하지만 뻔하지 않은 드라마



씨크릿 가든, 비밀의 화원엔 대박의 기운이..

연인시리즈로 3편까지 이끌어내며 대박을 쳤던 '파리의 연인'의 신우철-김은숙 콤비의 만남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한껏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입니다. 파리의 연인에서 요즘말로 '차도남'이라 할만큼 시크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풍겼던 박신양과 발랄하고 귀여운 사랑녀 김정은의 이야기는 보는내내 미소를 머금게 했던 흐뭇함을 선사했었습니다.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였지요. 그리고 첫회를 시청한 씨크릿가든은 파리의 연인이상의 대박을 예감케하고 있는데요, 시크릿 가든의 흥행요소를 살펴봤습니다.

 '연출-작가 콤비' 못지 않은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

하지원하면 연기면에서는 이견이 없는 배우이지요. 인형같이 예쁜 외모를 갖추지도, 훤칠한 8등신의 몸매를 가지지도 않았지만, 나오는 배역마다 캐릭터에 녹아든 현실감 있는 연기가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너무 예쁘지는 않지만 볼수록 깊이있는 인상의 마스크 역시 그녀만의 강점인 듯합니다. 배역에 따라 예쁘게도 때로 처량맞게도 보이는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만큼 빼어난 연기파 배우지요. CF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여타 여배우들과 늘 혼신이 담긴 연기를 펼쳐왔기에 드라마든 영화든 흥행 불패의 신화를 이어왔다고 봅니다. 성실하고 진지하며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을 가진 스턴트배우 길라임으로서의 하지원 역시 언제나처럼 배역에 온전히 녹아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첫회였습니다. 액션영화를 방출케 하는 화려한 장면과 대조적으로 틈틈히 비춰지는 순수하고 진솔한 눈빛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돈많고 재능 충만한 '까도남' 캐릭터의 현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넘치는 재력, 잘 생긴 외모, 비상한 두뇌 등 도도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 만큼 잘난 남자로 나오지요. 이 잘난 남자가 제 잘난 척만 하면 재수 없었을 텐데, 어느 순간은 따뜻해집니다. 나쁜남자가 요즘 대세라고 하지만 무턱대로 나쁜남자는 매력없지요. 세상 사람들에게도 모두 나쁜 남자여도 나에게만은 따뜻하기에 대세가 된거지요. 그런 매력이 현빅역의 김주원에게서 풍깁니다. 그러고보면 현빈은 이런 까칠하면서도 속깊은 남자 역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이름은 김삼순'에서의 현진헌 이상으로 자연스러웠습니다. '별은 내 가슴에'를 연상시키는 오스카역을 맡은 윤상현 또한 이미 정평이 난 뛰어난 노래실력을 바탕으로 진짜 가수 같아 보이는 리얼리티를 제공해주고 있구요.

 신데렐라 스토리를 넘어선 독특한 소재

특별기획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화려한 스케일이 돋보였는데요, 첫장면부터 펼쳐지는 화려한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제목 "씨크릿 가든"으로 상징되는, 주인공 김주원(현빈 역)의 숲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비밀스런 대저택은 보는 눈이 즐겁더군요. 김주원이 경영하는 로엘백화점, 하다못해 술을 마시는 바의 모습까지도 장대한 스케일을 선보였는데요, 많은 돈을 투자한 드라마라도 부실하거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세트로 인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면도 있었는데, 일단 씨크릿 가든은 장대한 스케일과 공들인 고급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서민의 생활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상류사회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에 대한 비난은 많아도,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만큼은 현실과는 다른 환경을 보고 싶어 하는 선망은 늘 존재해 왔기에 이런 상류층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어왔습니다. 더구나 백화점에 쫙 늘어서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 왕년의 대박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향수를 자극하네요. 이렇듯 돈많은 남자와 가난하지만 심지있는 여자. 결국 신데렐라 스토리로 전개되야 할 분위기인데요, 하지만 씨크릿 가든은 통상적인 스토리를 벗어납니다. 특이하게도 주인공 남녀의 영혼이 서로 뒤바뀌는 판타지물이라고 하네요. 첫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이들 캐릭터가 서로 뒤바뀌어지면서 이들에게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가 드라마 성공의 관건일텐데요, 일단 첫회에서 보여준 이들의 빼어나고 개성있는 연기와 탄탄한 구성을 본다면 예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 - 진지함속에 배어드는 웃음코드

진지하게 살아가는 건전한 여주인공은 스턴트우먼이라는 직업답게 강단이 있습니다. 코믹할 것 같지가 않았지요. 그런데 동료들에게 겸손한 표정으로 공주같은 코멘트를 날리는 자연스러운 뻔뻔함이 웃음을 주네요. 그리고 이런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김주원역의 현빈 캐릭터 역시 의외의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뼛속까지 오만한 듯한 김주원이 어설픔을 노출하지요. 그것도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여성스타일인 길라임에게만 유독 그렇습니다. 당대최고의 스타 오스카와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도 자신에게 시선을 못떼는 여자가 있다는 오스카에게 자신만만하게 '내가 눈길을 안줘서 그런거야'라고 말하는 도도함과 자만심을 가진 김주원, 오해에서 비롯된 첫 대면에서도 '나중에 알게되면 황공해할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합니다. 자신을 소개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그리고 관심을 받으려 알아서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만 익숙했을 그에게 하지원의 무반응은 이상스런 일인거지요.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든 자기를 어필하려는 그의 당혹스러운 노력도, 보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트레이닝복의 상표를 들춰보여주고, 오스카의 이름이 새겨진, 길라임의 양말을 벗겨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는 유치찬란함, 상대방의 의사 상관 없이 자신이 데려다 주고 싶으니까 데려다줘야 한다는 귀여운 뻔뻔함...앞으로도 이런 웃음코드는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요,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 속에 들어 있는 웃음 코드가 흥행요소로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완숙한 목소리로 OST마다 히트를 쳤던 백지영의 OST 역시 특유의 애절함이 담긴 분위기로 드라마의 몰입을 한껏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발표되자마다 음원차트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올 정도로 히트를 예감하고 있지요.

문득 엘리베이터도 못탈만큼, 또 한 겨울에도 오픈카(컨버터블)를 타야 할 정도로 폐소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주원(현빈)의 이력이 궁금하네요. 하지만 오픈카 타고 쌩쌩 달린다고 춥지는 않겠지요. 그에겐 40년 경력의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트레이닝복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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