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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박주영, 김남일 이들에게 각기 요구되는 성품


뛰어난 공격수를 표현하는 수식어 중에 킬러본능이란 말이 있다.

요번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문득 킬러본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스전에서 캡틴 박지성이 침착하게 성공시킨 골을 봐도 그렇고,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의 슛장면을 돌이켜볼 때, 킬러는 강인한 투사의 이미지가 아니였다.


공격의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 요구되는 품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방어적이지 않을까 싶다.
사방으로 공간을 만들며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드디어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땐, 냉철한 이성과 차분한 볼터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이들에겐 흥분하지 않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그들의 인상마저 온화하고 점잖다는 기분이 든다.
 
슛을 패스하듯, 패스는 슛을 하듯 이란 격언이 새삼스럽다.

그렇기에 비록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이청용선수가 낮게 깔아서 차분하지만 정확하게 찔러넣는 슛이,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공격적인 성향은 오히려 수비수에게 요구된다는 생각이 든다.
유능한 수비수라면 상대를 압박하고 눌러버리겠다는 강인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방어저지선에 접근하는 공격진을 제압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마저 도움이 될듯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공격수보다 오히려 수비수가 반칙도 많고 반항적인 분위기도 풍긴다는 느낌이다.  
이것 저것 잴것도 없이 마구 클리어링을 해버리는 무식한(?) 선수가 좋은 수비수다. 확 쓸어버린다 해서 스위퍼 (Sweeper)라고도 하지 않는가.

바로 그렇기에, 나이지리아 전에서, 김남일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볼을 시도했던 장면이 더욱 아프게 되새겨진다.
2002년의 진공청소기를 다시 보고 싶다. 김남일 선수는 2002년 미국전에선 상대에게 험한 욕까지 해대면서 거칠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이지 않았던가
(물론 그런 욕설은 자제해야겠지만) 아무튼 그런 스타일이 아쉽다는 거다.
김남일 선수의 경우 여러 정황상 앞으로의 출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두번 실수는 하지 않을리라 기대한다.

반면 박주영 선수, 곱상하고 순해보여서 거친 축구하고는 안어울린다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공격수로서의 풍모에 부합되는 거 같다.
축구에선 차분하고 침착한 킬러가 필요하다. 


 
드디어 오늘이다. 냉철한 킬러와 터프한 스위퍼의 분전이 기다려진다.

근데...,현재 대한민국 득점왕이자 나이지리아전 이후엔 예의바르다는 소문이 자자한,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에겐 어떤 품성을 기대해야 할까... 헷갈린다.



                  < 동방예의지국의 의미를 만방에 알렸던 이정수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