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on going 2010.12.22 07:00





퇴근길, 전철을 타보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기도 하며, 웹서핑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예전엔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제법 많았는데, 요즘은 예전에 비해 그닥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긴글을 읽는 게 참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고라같은 게시판에서 긴글을 만나게 되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큰 관심이 가는 사안이 아니라면 쉽게 포기하기 일쑤다. 긴글 한번 제대로 읽으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해 졌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두뇌활동을 요구하는 것같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면, 머리속에 읽고 있는 내용을 재구성해야 할때도 있고 때로 상상력도 필요하다. 이런 당연한 행위가 통 쉽지가 않아졌다. 요즘같이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가 인터넷과 티브이에 난무하는 세상에 길들여진 나는 그렇다. 그냥 머리를 비우고 숨가쁘게 휙휙 넘어가는 자극적인 영상과 사운드 효과에 익숙하다보니, 책을 읽을때처럼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논평을 읽을때나, 소설을 읽을때면 평소에 통 사용하지 않던 무언가를 억지로 꺼내쓰는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앞으론 긴글을 더욱 멀리하게 될지 모르겠다.
 


미래의 어느날, 인간은 기계가 시키는 대로만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근데 이미 그런 시대가 왔다는 말이 있다.

 

 '100미터 앞에서 좌회전하십시요'  '전방에 과속탐지기가 있습니다. 서행하세요'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풍자한 어느 만화속 우스개소리지만, 되짚어 볼만한 의미가 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엔, 조금 고생은 할지언지 이정표나 지도를 보면서 잘 찾아갔던 사람도, 이제는 길을 파악하고 경로를 따지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실감할 것이다.


디지털치매라는 말을 접한 적이 있다. 휴대전화에 전화번호가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다보니 전화번호를 외울일이 없다. 현재 내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3~4개 정도인거 같다. 10년전에는 훨씬 많은 번호를 외우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두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감퇴될 것이다.
십년이상 집안에 갇힌 채 다리를 쓰지 않는다면 그는 걸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평생 새장에 갇힌 새 역시 날수 없을 것이다. 점점 현대인은 디지털의 축복 속에서 상상할 필요성을 상실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휠씬 더 많은 사람들이 긴 글 읽는 걸 귀찮아 하게 됐고 소설책의 매출과 독서량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는 더욱더 강력한 디지털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 나의 세대만 해도 어린시절 동네 아이들과 밖에서 놀던 시간이 많았고 빈둥대며 독서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사회적인 환경과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 덕분에 밖에서 놀 일도 거의 없으며 독서말고도 할게 무척 많다.


나는 적어도 네비게이션 없이 몇년이상 운전이라도 해봤다. 또 아직 네비게이션이 완벽하지는 못한 시대다. 하지만 완벽한 네비게이션이 일상이 된 시대에 처음부터 네비게이션을 따라 운전하게 될 다음 세대는, 네비게이션을 벗어난 경로를 상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이렇게 몇세대가 지나다보면 상상할 수 없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암튼 오늘은, 디지털의 가호아래 인터넷으로 책 두권을 주문했다. 내꺼 하나 아들꺼 하나..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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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Ding 2010.12.22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가에 퍼지는 인쇄 냄새와 책을 넘기는 그 기분을 모르는 세대가 나올 수도 있겠죠.
    기술의 발전이 반갑지 않은 점도 많은 것 같아요. ^^

    • 비춤 2010.12.22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그렇네요^^
      자주 느끼는 거지요, 띵님은 표현력도 남다르신거 같아요, 세대간에 맞이하는 간극도 정말 커질듯합니다

  3. Hwoarang 2010.12.22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마이클 센델의 '왜 도덕인가'를 구입했습니다. 한 번 읽어볼라고요..^^ 요새 들어서 드는 생각은 제가 한쪽까지는 글쓰기가 가능한데 그 이상은 못 쓴다는 것입니다. 마치 블로그에 최적화된 사람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글쓰기의 길이를 좀 늘려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 비춤 2010.12.2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익숙함이나 생활패턴이란 것은 참 많은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고범위도 점점 그에 맞쳐지는 것 같고..때로 능동적 변화는 건강의 반증같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결실이 있으시길^^

  4. 비춤님의 새면모를 보는듯 2010.12.22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같지도 않은 찌라시들이 난무하는 다음 블로그 계에서 나름 글 잘보고 있습니다. 보니까 연예보다 이런 글이 비춤님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 비춤 2010.12.22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의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격려의 말씀에 좀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연예글은 우리 부부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부부간의 대화가 상당히 활기차졌거든요.. 관심과 격려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5. 베베 2010.12.22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군요..
    네비게이션...
    갈길을 제시해주는...
    혹여 네비가 거짓말이라도 하는날엔 어찌할바 모르고 당황에 당황...쩝..
    글구 네비 탓으로 돌리는...


    긴 글이 읽고 싶으심 제 블로그에 오세요..ㅋㅋ
    대부분의 글들이 엄~~청~!!깁니다..ㅎㅎ
    긴글들을 읽을땐 첫줄부터 읽어야 끝까지 읽어지더군요..
    아님 저도 읽다 말고 요점만 보려고 두리번 거릴때도 있어요..

    그래서 글을 짧게 쓰라는 조언도 들었공..
    저도 그래볼까 생각도 잠시했는데...
    저는 그냥 제스타일대로 길게 씁니다..^^;;
    글쓰면서라도 생각하게 되니 비춤님의 오늘 말씀에 위안이 되네요..
    책을 자주 못읽더라도
    내가 쓴 긴 글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다...하하하..^^


    아..글구 윗분 말씀처럼..
    저도 연예쪽은 잘몰라서 요런글이 더 가슴팍에 꽂히네요^^

    • 비춤 2010.12.22 1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쓴다는 자체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자신과의 대화라고나 할까요. 근데 글을 많이 자주 쓰다보면 다른 생각 다른 글을 읽는게 더 부담스러울때도 있습니다. 그건 제 또다른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뜻을 당당히 펼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전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마음에 닿으시는 글 많이 쓰시고요^^

  6. 솔브 2010.12.22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전에 핸드폰없을땐
    친구 전화번호도 곧잘외우곤했는데
    이제는 가족외에는 친한 친구 전화번호 물어보면
    핸드폰 먼저 꺼내 들어요~

    정보는 넘처나는데 깊이 있는 지식을 아는것도 아니죠.
    정말 책을 집어야 하는 이유인거같아요^^

  7. boo's 2010.12.22 1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디지털치매인듯..ㅠㅠ 절친이나 가족들 핸드폰번호 말고는 요즘은 외우고 있는 번호가 없네요 ㅠㅠ
    요즘은 책도 다 ebook으로 보니.... ㅠㅠ

    • 비춤 2010.12.22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전 핸드폰을 분실했더니 너무 불편하더군요. 제가 외우고 있는 번호가 3개 밖에 안된것에 충격을..;;
      그렇다고 핸드폰에 번호 입력을 안할수도 없고..ㅎㅎ;;

  8. 카타리나 2010.12.22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왠지 디지털치매인듯 ㅜㅜ

    아...더더더더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어요 ㅎㅎ

  9. 오직아스날 2010.12.22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이 디지털로 간다고 해도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일부러 찾게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저도 책한권 들고 신문 한 글자 더 보는게 아직까진 더 좋네요 ㅋ

    • 비춤 2010.12.22 1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디지털 시대이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친필 엽서를 보내주는 것도 그런 맥락인거 같더라구요. 고맙습니다^^

  10. 선민아빠 2010.12.22 1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어딜 찾아가는것도 네비게이션에만 의존해서 가다보니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바보된 그런 느낌입니다~

    • 비춤 2010.12.22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앞으로 더 좋은 네비게이션이 개발될 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지겠지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1. 여강여호 2010.12.22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여전히 활자가 따뜻하고 포근해 좋습니다. 물론 언젠가 시대에 맞춰 변화를 겪어야겠지만요....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12. 초하류 2010.12.22 1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좋아 하지만 좋아 하는것 만큼 많이 읽을수가 없습니다. 문득 이제 예전만큼 책을 사랑하지 않게 된것은 아닌가 생각하다 제 사랑을 나눠 갖고 있는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티비,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등..

    • 비춤 2010.12.22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게모르게 우리의 환경도 변하고 그에 따라 우리도 변해가는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변하겠네요.. 말씀감사합니다^^

  13. 햇살가득한날 2010.12.22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공감이 팍팍가는 글이네요. 어느새 생각하는 힘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14. 오스칼 2010.12.22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동네서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저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입장이라 좀 부끄럽네요.ㅠ

    • 비춤 2010.12.23 2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이 온라인 유통에 유리한 것도 큰 요인이겠지요.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서점보다 출판사가 많은 구조였는데, 온라인서점덕분에 동네에선 정말 희귀해졌습니다.

  15. 원래버핏 2010.12.23 0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꿈 꾸세요.^^

  16. 서율이아빠 2010.12.23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네비 없으면 불안해서 운전 못합니다..ㅎㅎ
    디지털치메 증상 맞네요

  17. 깊은 하늘 2010.12.23 1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안타까워요. 많은 사람들이 남이 요약해준 정보만으로 휘둘리고 있으니...
    미래는 더욱 깊이있는 독서가 필요한데 말이예요.
    전자장치가 눈이 아프지 않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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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Cornwolf 2012.07.31 1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글 입니다. 저는 책을 사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 책을 읽으려니, 이미 디지털과 모바일이라는 것에 너무나 중독이 되어서 잘 읽히지가 않네요,,,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