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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마이프린세스, 왜 송승헌'앓이'는 안생길까



로맨틱코미디의 주된 시청자는 아무래도 여성들이겠지요. 따라서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성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수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자주인공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느냐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겠지요. 걸오앓이, 주원앓이 같은 남자주인공의 전설말입니다. 그런데 마이프린세스는 남자주인공보다는 여자주인공이 화제를 낳고 있는 특이한 로맨틱코미디입니다.


시크릿가든 이후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로맨틱코미디물은 단연 '마이프린세스'인데요. 1회부터 시작된 여자주인공 김태희의 몸을 사라지 않는 코믹연기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경쟁작 '싸인'마저 밀어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매회 진행될때마다 똥 마려운 연기, 방귀연기 등 이슈가 되는 굴욕연기를 보여주는 김태희가 흥행의 중심에 있었지요. 하지만 지난주부터 인기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드디어 궁에 들어와 공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초반의 기세가 조금 꺾인 느낌입니다. 너무 일찌감치 보여줄 거 다 보여줘서 더이상 볼게 없는 식상함이 느껴진달까요. 더이상 김태희의 망가지는 연기만으로 드라마 흥행을 담보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남자주인공 박해영(송승헌)의 '앓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연기'겠지요. 하지만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던 김태희에 비해 아직까지 송승헌은 그다지 화제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앓이'가 발생할 조짐은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박해영
일단은 박해영의 캐릭터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극중 박해영은 국내 최고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인데요, 할아버지가 황실 재건을 전제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서자 황실 재건에 반감을 갖을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동안 외교관으로 살며 할아버지의 전문경영인체제에도 승복하고 할아버지 재산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인 듯 했지만, 속내가 그럴수야 없겠지요. 이설이 공주가 되는 것을 막어야 할 입장인거지요. 그래서 할아버지나 대통령 등 지인 앞에서는 노골적으로 이러한 반감을 표출하며 이설을 깍아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설 앞에서는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열며 때로는 그녀를 보호해주고 또 측은히 여기며 가끔은 백마탄 왕자님 역할도 해줍니다. 갈팡질팡 캐릭터지요. 누구나 자기모순적인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박해영은 이런 자가모순적인 심리에 대한 고뇌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는, 사고를 당했던 이설이 응급환자에게 병실을 양보하고 나오다 쓰러졌는데요, 병원 앞임에도 박해영은 굳이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간호했었지요. 차갑던 그가 급작스레 자상한 남자로 돌변하는 상황이 통 매끄럽지가 않더군요. 갑자기 직접 죽까지 끌여 먹이며 친절을 베푸는 박해영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박해영은 이런 상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도 해주지요. 공감을 사는 캐릭터에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친절한 설명없이도 극중 캐릭터에 몰입해서 그 인물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박해영의 경우 상황과 심리를 억지로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억지설정이 있는 느낌입니다. 그의 복잡한 내면세계에 대한 충분한 묘사가 아쉽습니다.


드라마 밖 송승헌
마이프린세스는 송승헌의 로맨티코미디 도전작입니다. 백마탄 왕자님의 환생인 듯한 귀공자의 풍모를 지니고 있는 배우 송승헌은 오랜 연기경력에도,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물에는 출연한 적이 없었는데요, 가을동화, 여름향기와 같은 멜로물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로맨틱코미디는 처음입니다.
아마도 이런 작품선택은 송승헌의 경력관리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승헌은 처음부터 잘생긴 얼굴로 이름을 알린 경우지요. 김태희와 송승헌이 처음부터 안구정화커플로 일컬어졌듯이 두 사람은 빼어난 비쥬얼이 큰 강점입니다. 하지만 송승헌은 외모에 안주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연기력이 요하는 인상적인 배역을 찾아다녔습니다. 외모가 아닌 연기로 승부하고 싶었을 겁니다. 장동건이 초반에 조연을 마다하지 않고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배역에 꾸준히 도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하지만 장동건과 같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전문연기자로서 노력했던 것에 비해 아쉬운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프린세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송승헌의 그러한 연기이력이 로맨틱코미디에 부담으로 작용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달달한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 송승헌에게서 왠지 강인한 남성영화 '무적자'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때로는 남자답고 때로는 귀엽기도 한 로맨틱코미디 속 남자주인공 답지않은 진중함이랄까요. 편안하게 즐기는 장르와 맞지 않는 진지하고 딱딱한 연기가 아쉽습니다.


송승헌이 앓이를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드라마 안팎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급박하게 왔다갔다하는 인물설정과 이를 자연스레 소화시키지 못한 연출, 그리고 그동안의 연기경력에서 배어든 진중한 분위기가 로맨틱코미디의 달달함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는 이설과 박해영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상징하는 계단키스 장면이 있었는데요, 드라마 전개에 있어 핵심장면임에도 왠지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키스를 앞둔 박해영의 한마디 '지금 이건 잊어'라는 말에는 달달함보다는 신파의 느낌이 묻어나더군요.
 

예고편을 보면 박해영이 그녀를 그곳에 데려간 목적에 악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는데요, 그런 마음으로 키스를 하는 것도 좀 어색한 설정같기도 합니다. 캐릭터는 드라마의 대본에 의해 부여되고, 배우의 개성에 따라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가 지금 로맨틱코미디 속 송승헌에겐 우호적이지 않은 느낌입니다. 김은숙 작가의 참여가 변화를 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요즘 마이프린세스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여담 하나 보태고 싶습니다. 주원앓이의 본좌 현빈은 드라마 촬영 중 상당기간을 감기 몸살로 앓았다고 합니다. 혹시 시청자의 앓이를 유발하려면 배우 자신이 앓아야 하는 걸까요? 좀 썰렁한 농담이네요.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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