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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영광의 가수들과 홀로 쓸쓸했던 김제동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빚어진 김영희피디의 경질, 김건모의 자진하차 그리고 재정비를 위한 결방까지 만신창이가 되었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이번 방송을 통해 그동안의 논란과 비난을 뛰어넘는 감동을 보여줬습니다. 방송이 끝난 직후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위~7위까지는 이들 7인의 노래가 나란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논란이 깊어졌을때 가수들은 할말을 잃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바로 무대를 준비했던 거지요.

지난 재도전 사태에서 비난의 중심에는 탈락자 김건모, 책임프로듀서 김영희, MC이소라, 개그맨 김제동이 있었습니다. '왜 진행하고 난리야'란 말로 MC의 소임을 잊고 오히려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이소라, 재도전기회를 요구하며 원칙을 뒤엎게되는 빌미를 제공했던 김제동, 탈락시켜야 할 순간에 결정을 가수에게 떠넘겼던 김영희 PD, 규칙을 깨고 재도전을 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원칙 자체를 무너뜨린 김건모까지..이들에게 쏟아진 여론의 뭇매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비난 속에 그들은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냈겠지요. 결국 김영희 피디는 자신의 야심찬 꿈을 뒤로 한채 경질되어야 했고, 이에 더욱 입장이 곤란해진 김건모는 초췌한 얼굴로 자진하차를 선언했으며, 김제동의 경우, 엄청난 정신력 충격에 휩싸여있다는 지인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왔던 김제동의 경우, 익숙치 않은 비난 앞에서 마음의 상처가 깊어보였지요. 마음의 부담과 상처는 이들만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재도전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주 월요일에 있었던 2차경연 녹화 당시의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모두들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요. 초췌한 김건모의 농담은 공허했고, 김제동은 녹화가 진행되는 내내 말한마디 없었습니다.

이날 무대를 앞두고 백지영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습니다.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섰다가 그냥 내려왔습니다.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당황해 했지요. 이소라와 김건모가 다가와서 진정시켜주려 여러 조언을 구체적으로 해줬지만 백지영은 위로받지 못했습니다. 울먹이면서 '나 별로 떨지도 않았어...'란 말을 남기고 동료들의 위안을 뒤로 한채 혼자 물러났지요. 그런 백지영이 막상 무대에서는 특유의 슬픈 감성을 무난히 소화해냈습니다. 나중에 백지영은 인터뷰를 통해, 극도로 긴장했던 순간 많은 관객들의 눈 속에 담긴 신뢰를 봤고, 그래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했지요. 관객들과의 교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했습니다. 가수는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에게서조차 위안을 받지 못했던 백지영은 관객들의 눈빛 속에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거지요.

분명 이날 이소라와 김건모 역시 극도의 긴장 속에서 무대를 기다렸습니다. 특히 김건모의 경우 지독한 스트레스로 눈에 핏발이 섰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두사람이 최고의 무대로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사람을 뜨겁게 안아준 500명 청중평가단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이날 첫무대를 선보였던 MC 이소라는 노래를 마치고 프로그램을 열며,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너무 훌륭한 이들 7명의 가수와 일찍 헤어지는게 싫었습니다''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라는 간결하고 담담한 말로 이해를 구했습니다. TV를 통해 전해진 이 차분한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의 노래속 감성을 접한 직후였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중평가단은 애초에 지난 재도전 논란에 대한 원망이 없었던 것 같더군요. 500명의 결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이 드높았지만 정작 이들 관객은 처음부터 가수들에게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긴 한숨을 몰아쉬며 무대에 섰을때부터 이미 관객들은 이소라에게 큰 박수로 환호를 보냈습니다. 무대가 가장 두려웠을 김건모에게도 가장 따뜻한 호응과 박수를 보내줬었지요.아마 TV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장의 감정을 경험한 이들은 무대 그 자체에 대한 강렬한 애정만이 있었나봅니다. 이들에겐 가수들이 선보일 무대 만이 유일한 원칙이지 않았나 싶은 거지요.

청중들은 녹화장에 들어섰을때부터 이미 가수들에 대한 무한애정과 신뢰가 담긴 박수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 겁니다. 이런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고, 또 관객들은 그 가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고..이렇게 그들은 서로 함께 호흡하며 나는가수다의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스스로 노래에 잠겨버리는 이소라의 감성에 청중들은 그녀에게 잠겨버렸고, 김건모의 떨리는 손에는 떨리는 가슴으로 화답했습니다.

그렇게 이소라와 김건모는 가수답게 가수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습니다. 든든한 청중들과 더불어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힘에겨운 모습을 떨치지 못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제동입니다. 비난에 휩싸이기 일주일전에 진행된 중간평가의 녹화에서의 김제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밝은 모습이었지요. 미션을 정할때에도 진행방식을 설명하고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윤도현과 합숙을 하며 적극적으로 편곡에도 조언을 해줬지요. 이리 당당했던 김제동은 본 경연의 녹화가 있던 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풀이 죽은 채 가끔 억지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지요. 이날 방송에서 그가 말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대의 순번을 정하는 순간에조차 그는 한걸음 떨어져서 멀뚱이 있을 뿐이었지요. 비난으로 가슴앓이 했을 김건모의 무대를 지켜보는 김제동의 눈엔 아픔이 가득하더군요. 김건모의 무대가 끝나자 다시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지요. 내내 홀로 외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김건모과 이소라, 김영희 PD, 그리고 나가수에 쏟아졌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떨쳐내기가 쉽지 않지요. 가수들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위안받았고, 피디는 자신의 꿈을 갈무리하며 상처를 싸맸습니다. 본질적으로 이날 감동의 무대는 온전히 가수들의 몫이었고, 개그맨이 무대로 이야기하기란 한계가 있습니다. 그에겐 기회가 없었겠지요. 이날 탈락하고 떠나가는 김신영과 정엽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고, 마지막 엘리베이터 타는 모습까지 지켜보던 김제동의 어깨가 유난히 작아보이더군요. 아마 나가수가 본궤도에 오른다면 그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보도를 보니 윤도현과 김제동은 한배를 탄이상 단독하차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더군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 두사람이 앞으로 나가수의 주역이 되어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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