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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감독의 리더쉽, 김성근 + 김경문 = 조범현 ??

이번 주말 2경기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역시 두산과 SK 가 만나면 명승부가 연출된다.
야구철학이 분명한 두 명장의 개성이 드러나는, 이 두팀의 경기는 승부를 떠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두팀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SK는 그야말로 스타르타를 연상시킨다. 어마어마한 훈련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바탕으로 기본이 튼튼한 야구를 한다.
기본적인 주루플레이 하나에서도 보이지 않는 플러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 근간에 김성근 감독의 권위가 있다.
선수가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문책성 교체도 해버리고, 벌금도 요구한다고 한다. 또 태도 불손한 용병을 2군으로 내려보낼 수 있는 감독이 김성근이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김인식 감독을 잇는 믿음의 야를 한다. 또 선수들에게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피하다가 볼넷을 허용하는 투수는 외면받기 쉽상이고, 정면승부하다가 안타를 맞는 투수에겐 기회를 얼마든지 준다. 또한 대타로 나선 신인선수가 쓰리볼에서도 풀스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김감독의 리더쉽이다.


두팀의 어제 경기를 살펴보자,
김성근 감독은, 9회에서 2사까지 딸랑 아웃카운트 2개을 아주 잘 막아낸 선발 송은범 선수를 내리고 이승호로 교체했다.  다른 팀의 어느 감독이 이런 선수운용을 할수 있을까.. 선발요원마저 항시 대기하고, 선수의 입장이나 자존심같은 건 승부앞에서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임태훈에 이어 왈론드를 투입했다. 무려 두명의 선발요원을 소모한 것이다.
안정적인 선수 로테이션을 지키는 그이기에 더욱 파격이다. 실리를 추구한다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까지 바라보는 넓은 안목으로 강수를 뒀다. 6회와 8회에도 연거푸 대타를 기용한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대타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기스윙을 한껏했다.
그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가질 팬은 그다지 없을 거라 믿는다.
대체로 안정적이고 꾸준한 선수기용을 하지만, 승부처에선 과단성을 보여주는 그의 승부수가 팬들을 열광시키고 재미를 배가한다.
 
아마 5회인거 같다. 손시현 선수가 1루 송구에 실책을 범해 주자가 살아나갔다.
심판의 볼판정엔 불같이 화를 냈던 왈론드였지만, 동료에겐 아쉬움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닝을 마무리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갈때, 손시현을 툭치며 격려했다. 용병마저 동료의식를 가질 수 있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기아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거 같다.

 
조범현 감독을 보자. 기본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제자다. 관리야구를 추구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작년에도 그의 선수 운용이나 교체는 좀 아리송한 것이 많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위기상황에서 맥을 끊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수교체일것이다. 하지만 구위자체가 괜찮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나을수도 있는데,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가 오히려 더 긴장하고 피로해보이는 경우가 많다.
요즘 불펜진이 계속 부진하고 연이은 등판으로 컨디션이 안좋다면 차라리 마운드에서 잠시 이야기만 하고 그냥 가던지, 혹은 화끈하게 또다른 선발요원을 투입하던지... 반면에 성깔 있는 로페즈의 교체타이밍은 더디게 가져간다는 인상도 받았었다. 과연 선수운영에 일관성이 있는건지 생각해본다.
승부처에서의 대타도 마찬가지다. 신인인지 한눈에 봐도 자신없어 하고 긴장에 떠는 선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몇번 봤다. 중계 아나운서가 조감독의 승부수라고 표현했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에 맞게 운용하고 있는건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기아의 팀분위기가 엉망이다. 온순한 성품의 윤석민 선수가 항명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고, 로페즈 선수는 아예 깽판을 부렸다. 많이 지적된 이야기라 생략하겠다.
아무튼 관리야구를 하려면 김성근 감독처럼, 이들에게 철저한 제재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든지,
아니면 반대로 이종범같은 팀 고참에게 일임하여 자율야구를 구사하고, 신뢰를 보내준다든지..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두산과 SK 전을 통해 두감독의 분명한 개성을 보면서, 자꾸만 조감독의 어중간한 모습이 생각났다.
요즘 연패를 할때마다 허탈한 마음을 억누르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조감독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의 애타는 심정을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근데.. 김성근 감독이라면 삭발이라도 하는 투혼 보여줬을 듯하다.
 
야구명가의 부진이 안타까워서 긴 글 주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