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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위대한탄생에 제2의 장재인이 없는 이유


                      제2의 장재인이 없다

지난주부터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은 본격적인 생방송체제로 접어들었습니다. 슈퍼스타K 역시 슈퍼위크에 접어들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듯이, 서바이벌 오디션의 절정은 대국민 투표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있었던 '위탄'의 무대는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감흥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아마츄어다운 풋풋함이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8090 노래였음에도, 에코가 너무 들어간 음향효과라든지, 아이돌무대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MR도 많았으며, 과도한 메이크업으로 첫인상과도 동떨어진 참가자들의 인상, 그리고 늘어지는 편곡까지..왠지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줬습니다. 그런데 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멘토 제도 탓이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위탄에게 있어 멘토제는 슈퍼스타K와의 차별을 위한 핵심적인 제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멘토제 때문에 멘티들의 음악적 자유가 제약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거지요.
 

슈퍼스타K에서도 꾸준히 참가자들을 트레이닝 시키고 부수적인 의상코디도 해주는 등 나름의 지원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에서 보여질때에는 이들 참가자들이 스스로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주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게다가 음악적인 개성도 인물마다 드러났지요. 대표적인 인물은 장재인일텐데요, 장재인은, 그녀의 독특한 음색 못지 않게 매 무대마다 선보이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편곡능력 때문에 신선함을 줬습니다. 김지수와 함께 선보였던 '신데렐라'의 경우, 아마츄어와 프로의 묘한 경계선을 경험하게 해줬지요. 이후 이문세의 노래를 다시 해석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자신만의 노래로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이문세로부터 '눈물 날 뻔 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었지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매 무대 마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모습을 확연히 드러냈습니다. 슈퍼스타k가 케이블의 한계를 극복하며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개성있는 캐릭터가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중들을 늘 기대하게 만들었지요.


그런데 위탄의 멘토제 아래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를 선발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멘토가 지적한 것은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절대악일뿐이지요. 이를테면 이은미가 꾸준히 지적했던 백청강의 콧소리는 자신만의 개성일수도 있습니다. 그걸 너무 의식하다보니 콧소리의 단점을 없애는 만큼 자신의 개성마저 잃게 되는 건 아닐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전문가가 절대적인 선을 긋고 그것을 강요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가장 아까운 인물로 데이비드 오와 조형우를 들고 싶습니다. 이 두사람은 싱어송라이터를 지망하며 위탄에 지원했지요. 이들은 장재인같이 개성있는 음악을 선보일 자질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조형우는 예선에 자신의 자작곡을 들고 나왔었지요.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처럼 대학생활을 재밌게 한 사람도 없을 거라며 대학가요제 출전 경험을 떠올렸는데요, 대학가요제 속 조형우는 까불까불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전에 멘토들이 묘사했던 교회오빠같은 바른 이미지는 오히려 멘토제도 아래에서 숨죽이며 지내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멘토들은 그에게 다른 모습을 요구했습니다. 나이트도 다니는 쫌 노는 오빠로 말이지요. 이래저래 다양한 모습을 요구당하는 속에서 조형우는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신승훈 멘토스쿨 당시, 기라성 같은 가수들 앞에서 자신의 자작곡을 쳐다볼 분위기도 아니었지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개성과 자신의 음악은 사라지고, 최고로 조직된 시스템 아래에서 뛰어나고 잘난 사람의 가르침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보여진 생방송 무대에서 그는 짜맞춰진 어색함을 보여줬습니다. 잘 맞춰진 시나리오에 따라 손짓도 하고 톤의 강약을 조절했으며 표정에도 음악의 분위기를 담아냈으나 그 자체가 강요된 자유였지요. 어쩌면 당시 무대에서 심하게 떨렸던 그의 얼굴은 이러한 강요에의 본능적인 반발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처음 미국 오디션에서 자유로운 음악인의 기질을 보여준 데이비드 오의 모습 역시 간데 없습니다. 방시혁 역시 이렇게 말한 바가 있지요. '미국에서 봤을때는 자유로운 이미지가 멋졌는데, 너무 기가 죽었는지 지금은 왕따 이미지'라고 했습니다. 멘토파이널에서의 경직된 모습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데이비드 오의 어깨는 쳐져 있었지요. 생방송 무대를 앞두고는 방시혁도 자신의 훈육방식을 반성했는지 데이비드 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코디나 의상도 나름 수수하게 예전의 모습을 찾은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한번 위축된 데이비드 오의 음악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데이비드 오가 자신만의 자유로운 영혼을 되찾지 못한다면, 그는 위탄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셈이 되겠지요.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은 위대한캠프 당시 한 조가 되어 2NE1의 'I don't care'를 자신들만의 개성에 맞게,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편곡해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였었지요. 그리고 그것이 개성있었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모습과는 너무도 변해버린 조형우와 데이비드 오를 보면서, 자신만의 음악을 실컷 뽐냈던 장재인이 생각납니다. 시키는대로 하는 음악엔 뭔가 허전함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멘토제도 아래에서는 스스로 일어나는게 쉽지 않습니다. 위대한 음악의 선배가 이끄는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지요. 물론 모든 멘토가 개성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김태원은 이런 말을 했지요. '난 멘토지만 가르치지 않는다. 너희들만의 무언가를 끄집어내려 할뿐... 음악은 발명이 아니다, 발견이다' 김태원이 멘토로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근간은 바로 이런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놓고 이에 맞추도록 제자들을 강요할 때, 제자들은 스승의 아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개성은 함몰되고 말겠지요. 과연 위탄 최후의 승자는 말 잘 듣는 모범생이 될지, 자신만의 개성을 지켜낸 자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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