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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드라마제목이 왜 하필 '최고의사랑'일까




지난주, 독고진은 눈앞에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바 있습니다. 그의 심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거지요. 성공확율 50%의 수술을 앞두고 독고진은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상의 사람들을 쳐다봤습니다. 언제나 바라봐왔던 세상이 남달라보였겠지요. 이때 누군가가 외칩니다. '와~ 독고진이다' 이내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에게 사인을 요구하며 열광했을때 독고진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배우 독고진으로 남을 것을 다짐했지요. 그래서 그는 남우주연상을 멋들어지게 시상받고, 헐리웃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릴 적 동경했던 슈퍼히어로의 길이지요. 그렇게 마음을 잡았지만, 한껏 자라나버린 감자 싹이 이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상식을 앞두고, 구애정에게 멋진 '배우' 독고진으로 '기억'해 달라 말하지요. 하지만 시상식장에서 불의한 봉변을 당한 구애정을 목격해 버립니다. 모질고 가혹한 봉변을 당해도 담담하게 웃어버리는 구애정을 본 순간, 독고진은 자신의 정체성을 수정했습니다. 슈퍼히어로가 되어 세계평화를 지키는 대신 한 여자를 선택한거지요.


그렇게 독고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어야 할 시상식을 떨쳐버렸고, 그토록이나 원했던 헐리웃 진출의 꿈마저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도 없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오지요. 성공확율 50%,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현실에 독고진은 온전히 구애정을 안을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 함께 할 미래를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독고진을 아프게 찌르지요, 여전히 방어적으로 냉냉하게 나오는 구애정을 응원하게 된 독고진입니다. 자신은 절제할 자신이 없으니 그녀라도 알아서 스스로를 지키길 바란 걸까요.

나는 고장났어, 그래서 고장난 차처럼 계속 너를 쫓아갈꺼야, 그러니 넌 계속 도망가, 지금처럼 정신차리고..
지난번에 최면이니까 빨리 깨라고 하고, 이번에는 고장났으니까 도망가라고요? 그렇게 지멋대로면 재밌어요? 그래요 쫓아와 봐요 잘 피할테니까, 고장난 차니까 언젠간 서겠지요.
그래, 내가 설때까지 잘 피해


말을 하는 독고진의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그 눈빛은 더없이 깊었습니다. 살짝 비친 눈 웃음에선 생을 초탈한 최고의 사랑이 보일뻔했지요. 한편 공개연인인 강세리가 독고진에게 제안합니다. 깨끗하게 결별해 줄테니 구애정과 잘해보라고... 대신 자신은 윤필주와 잘해보겠다고.. 하지만 독고진은 거부합니다. 구애정한테 잘해주고 있는 윤필주를 그냥 냅두라고.. 자신은 그를 절대 앞설수 없다고 말하지요. 늘 자기본위의 생각을 하던 독고진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독고진은 구애정이 너무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참지 못한 독고진은 그녀의 집을 찾았지요. 거기엔 드라마의 보너스가 있었습니다. 예전 구애정이 독고진의 집에서 한약에 젖은 독고진의 팬티를 붙든 채 숨었듯, 독고진도 구애정의 집에서 한약에 젖은 구애정의 핫팬츠를 붙든채 숨어야 하는 상황에 닥치지요. 어쨌든 숨다가 발목을 다친 독고진에게 구애정은 찜질을 해주는데요, 독고진은 충전이 필요하다며 두손으로 구애정의 얼굴을 감싸쥐고 이마를 댄 채 하염없이 침묵을 지킵니다. 그토록 원하지만 더이상은 다가가지 못하는 독고진이지요. 자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독고진을 느낀 구애정은 용기를 냅니다.
그럼 제대로 한번 말해봐요, 니가 좋으니까, 옆에 계속 있으라고..


하지만 독고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렇게는 말못한다 거부하지요. 요구하면 기꺼이 응할 준비가 됐던 여자, 요구하기엔 미래가 불분명한 남자,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눈물을 보지 못한채 상처입고 돌아서지요.
결국 구애정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독고진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사랑이 아니라 고장일뿐이라 단정짓는 남자, 절대 확신을 주지 않는 남자를 지울 수 밖에 없었지요.


윤필주와 촬영에 돌입하게 된 구애정은, 윤필주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독고진에게 달려가지 않을 수 있도록 붙잡아 달라고 말이지요
윤필주 역시 구애정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윤필주가 보기에, 독고진의 구애는 구애정의 삶을 위협할 불안한 미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연히 독고진이 구애정에게 보낸 메세지를 발견한 윤필주, 휴대폰에는 그녀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메세지가 담겨있었지요. [구애정' 니가 가져온 감자를 내가 이만큼 키웠어.....] 윤필주는 구애정에게 내키지 않는 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메세지를 보냈네요' 구애정은 모질게 등을 돌리지요. '안볼래요, 삭제해주세요' 사랑에는 자존심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가 '독고진은 이렇고 나는 이렇다'라는 것을 온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선택을 요구할 수 있고, 또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말입니다. 그 마음은 차마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은 윤필주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남은 전생을 걸고 구애정을 기다리러 간 남자, 그 남자를 떨치려 윤필주를 대동하고간 여자는 그렇게 어색한 조우를 합니다. 언젠가 독고진이 구애정 앞을 쌩~하고 지나갔듯이, 구애정도 독고진 앞을 쌩~하고 지나가지요. 쌩~ 지나가리라 결심만 있을뿐 쌩~ 지나갈 수 없는 상태로 말입니다. 윤필주의 도움으로 차마 지나가버린 구애정의 뒷모습에 독고진은 눈물을 흘렸고, 지나쳐온 구애정도 눈물을 흘리지요. 이제 다 끝났으니 됐다고 되뇌이며 울고 있는 구애정을 보며 윤필주는 결국 삭제하지 않았던 독고진의 메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곤 구애정을 자신만의 시간에 남겨두고 떠나갑니다. 구애정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윤필주가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고장나서 널 제대로 잡을 수 없어, 이번엔 니가 와, 내가 멈추지 않게, 와서 충전해줘
아직 여자는 남자의 현실을 모릅니다. 하지만 남자가 자신을 너무도 절실히 원한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게 됐지요. 그래서 여자는 달려가 충전을 허락합니다. 자동차를 사이에 두고 이들이 나눈 입맞춤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들 앞에 놓여진 미래만큼이나 말이지요. 처음 티격태격 웃음을 주던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왜 '최고의 사랑'이란 제목이 붙었을까 의아했었습니다. 하지만 숱한 오해와 녹록치 않은 현실을 뚫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이 두 사람의 위태로운 앞날을 보며 그 의미를 짐작해 봅니다. 바로 톨스토이의 말에서 말입니다.


모든 사람을 한결 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보다 큰 행복은 단 한 사람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처럼 자신의 향락을 사랑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그와의 관계를 끊을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라.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  -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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