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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최고의사랑, 권상우와 손태영을 참지 못했던 기억




10%의 생존확률을 기어이 움켜쥐고 독고진은 살아났습니다. 이제 의식이 돌아온 독고진은 구애정과의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지요. 그래서 구애정과의 재회는 뜨겁고 극적인 멜로, 혹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불지르는 에로 같은 장면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소 썰렁했습니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엔 변함이 없지만 이들이 넘어야 할 현실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지요.

신개념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 구애정
그런데 구애정이란 캐릭터는 참 특이합니다. 기존의 로멘틱 코미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참 낯선 캐릭터지요. 그녀는 절대 청순가련하지가 않습니다. 독고진이 죽음의 심장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때도 좌절하거나 슬픔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죽음 앞에서 지극히 감상적이 되어버린 독고진의 마음을 잡아주지요. 1분1초가 아쉬워 그저 바라보고 싶을 뿐이라는 독고진에게 살고자 하는 확신을 갖도록 한껏 희망을 충전시켜줬던 당돌하고 씩씩한 구애정이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멋지게 살아돌아온 독고진 앞에서도 담담하게 현실을 말합니다. '그의 미래를 위해 그를 놓아주겠다'식의 케케묵은 신파조는 없습니다.


'내가 너무 염치가 없는거 같아서 그래요, 당신이 개똥밭에 들어오겠다는데, 어떻하든 좀 더러운 건 치우고 맞이하고 싶은데, 하루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미안해요.' 눈물에 의지하지 않고 솔직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뿐입니다. 구애정은 절대 소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기획사 문대표가, 서로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강요하지만, 구애정은 사랑에 대한 희망을 놓지는 않습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지금 열심히 방송을 하는 것 역시 자신의 비호감을 조금이나마 벗어던지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덤블링을 하고, 지리산을 돌아다니고, 이제 해외촬영을 생각하는 것 역시, 예전처럼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닌, 독고진 옆에 온전히 설 수 있는 여자가 되기 위한 각오때문이었지요. 이렇게 몸부림치지만 독고진에겐 '쌩~'하니 달아날 기회를 주겠다고 하지요.
운명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열심을 다하지만, 눈물로 운명에 호소하지는 않는 여자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거지요.


구애정에게 가장 가혹했던 현실
남몰래 최선을 다하지만 결코 매달리지 않는 구애정, 독고진은 이런 그녀가 서운합니다. 그래서 속상함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왜 메달리지 않냐' 묻습니다. 그녀가 대답합니다.
'난 추락해봤어요. 저 꼭대기에서부터 한순간에 떨어졌어요. 난 당신이 내가 겪은 걸 당할까봐 무섭고, 그 뒤에 나에 대한 원망이 어떨지도 잘 알아요. 나는 마냥 착해서 원망 안하고 나 혼자 다 덮으면서 산 줄 알아요? 아니에요. 속으로 천번 만번 더 미워하고 원망했어요. 난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마음 가질가봐 제일 무서워요. 쌩~하니 갈거면 그냥 가요. 절대로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께요, 날 사랑했던 건 진심이니까..'
말을 하는 구애정은 결코 눈물을 비치지 않습니다. 독고진은 그래서 구애정의 비참한 심정을 못 봤을 것 같군요. 그말을 마치고 급히 돌아서야만 했던 구애정의 뒷모습은 휑했습니다. 구애정에게 가장 가혹했던 현실은, 사랑하는 사람 옆에 당당히 설 수 없는 것일테지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지도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도 같이 비참하게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또 방송 촬영에 담담히 임할 뿐입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보게된 감자꽃... 그동안 독고진이 공들여 키워왔으나 꽃이 피지 않아 '감자에겐 꽃이 없는 건가' 의심마저 품었던 그녀에게, 감자꽃은 그 존재를 보여줍니다. 그 순간, 그 감자꽃을 함께 봤으면 하는 사람이 TV를 통해 만인 앞에 공표합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구애정이라고... 어쩔 수없이 독고진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구애정은, 성큼성큼 그 TV를 향해 다가갑니다. 마치 운명에 도전하듯 말지요. 그녀의 도전은 어찌될까요.. 


권상우와 손태영을 참지 못했던 기억
최고의 호감과 최악의 비호감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우리는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3년전 독고진 만큼 톱스타가 아닌 권상우는, 구애정만큼 비호감이 아닌 손태영과 결혼발표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도 대조적인 두사람의 결합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왜 한창 잘나가는 한류스타 권상우가, 이미 주영훈, 신현준, 쿨케이와의 교제 경력을 가진 손태영을 선택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지요. 도대체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이해불가였습니다. 일부 팬들은 권상우의 은퇴를 요구하기도 했고, 그가 100억대의 손실을 보았다는 분석기사도 있었지요, 손태영은 어마어마한 악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물론 당시 험악한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욕설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느낀대로 대충 던진 말들이었으니까요.


독고진의 미래를 걱정하는 구질구질 비호감 구애정을 보며 손태영이 떠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애정을 선택한 독고진을 보면서 권상우가 떠올랐지요. 물론 저 역시 권상우와 손태영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단지 일전에 '놀러와'에 출연해 흘린 손태영의 눈물을 통해, 이들의 결혼 결심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만 짐작해볼 뿐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비난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또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내해낸 것만은 분명하니까요. 과연 사랑이란 것이 이런 것을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요? 똑같은 질문을 구애정이 던지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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