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강호동, 정상에서 떠나고 싶다는 말의 무상함





강호동의 1박2일 하차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엇저녁에 있었던 한일전 완패의 충격마저 덮을 기세지요.

어제 강호동이 1박2일 제작진에 '이달 말 촬영을 끝으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하차설이 불거지자, 강호동은 이미 이승기보다 먼저 하차의사를 밝혀왔었다며 그의 하차를 기정사실화 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피디를 비롯한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 측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소식이 보도된 어제 오후부터 현재까지 강호동에게서 이렇다할 해명이나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의 하차설은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강호동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작진과 하차를 협의해 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결국 제작진에 하차의사를 통보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요.
1박2일의 존폐까지도 거론하게 만드는 강호동의 하차소식에서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하차의 이유입니다. '언제나 프로그램이 정상에 있을 때 스스로 내려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를 좋아하기에 이번에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근래들어 1박2일은 시청률이 전성기 시절만 못합니다. 20%도 위태롭지요. 이런 와중에 강호동은 '정상에 있을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여러차례해왔다고 합니다. 최고의 MC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호동, 그가 꿈꿔온 아름다운 퇴장은, 정상에서의 화려한 하차일까요..

'정상에 있을때 떠나고 싶다' 말은 언뜻 보기엔 무척 멋있는 말 같지만, 그 뜻이 참 무상합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강호동 또한 누구나 놓기 어려울 최고의 자리에서, 모든 걸 훌훌 털어놓고 미련없이 최고의 자리를 버릴 수 있는 초월의 자세를 표방하고는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찾아 정상의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다면 멋진 일이겠지요. 그런데 정상일 때 떠난다는 말은, 내리막길을 거부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추락하지 않기 위해 떠난다는 말이 될 수 있겠지요.

침체와 쇠퇴를 감당하느니 영광속에서 떠난다는 것은 구차하지 않은 모습일수도 있을텐데요, 그러나 강호동의 1박2일 하차는, 배가 침몰할 걸 뻔히 알면서 먼저 탈출하는 선장을 연상시킵니다. 1인자로서, 정상에서 박수 받고 떠나기 위해서는 선행되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빈자리에 대한 배려지요. 1박2일의 기둥이자 정체성인 강호동이기에 이러한 책임감도 마땅히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호동은, 1박2일이 없어도 건재하지만 1박2일은 강호동이 없으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1박2일의 선장이자 1인자였던 강호동은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올초 불거진 하차설로 인해 유명세를 치르다 결국 일본진출까지 포기하며 잔류를 결정했던 이승기와, 올 2월 배우로서의 엄포스 이미지를 벗고 1박2일에 새롭게 합류한 엄태웅에게도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상에 있을때 떠난다'는 명제는, 자신의 영광만을 생각한다는 이기적인 성품이라는 인상마저 줄 수 있습니다. 한참 시청률이 꺾이고 있는 와중이기에 더욱 그렇지요. 또 종편 출범이 코앞입니다. 거액의 몸값을 받고 많은 스타피디들이 종편으로 옮기고 있는 와중이기에 충분히 의혹을 살 수 있는 시기이지요. 게다가 1박2일의 상징이었기에, 숱한 애청자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감당해야 합니다. 더욱이 최고의 자리를 벗어나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위험한 도전일 수 있을텐데요. 당대 최고의 MC였던 남희석, 신동엽, 김국진의 몰락도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강호동의 급작스러운 하차설은 숱한 의혹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혹을 모조리 감당할 만큼 '정상에 있을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한 걸까요...
어쩌면 이러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어쩔수 없는 이유가 인간 강호동에게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가끔 진정성이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진정성이라는 말을 할때는, 괄괄하던 목소리도 차분하게 정돈되곤 했지요. 그런데 진정성이라는 것은 자신을 납득시키는 이상으로 상대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겠지요. 차라리 강호동이 하차의 변으로 '너무 힘들고 지쳤다'라든가, '어린 아이와 젊은 아내와의 시간을 위해서다'라는 이유를 말했다면 이렇게 무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적어도 1박2일에 있어, 강호동은 정상에서 박수를 받으며 떠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요 아래 손가락 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