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11:18


동아리에서 내 위로 두학번 위 기수 중에는 미모가 출중한 두명의 선배가 있었다.
한명은 새침하고 이지적인 인상으로 동아리 모임에 활발히 참여했고,
다른 한명은 여리고 가날픈 공주 분위기로 동아리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둘은 같은 과였다.


오늘은 새침한 선배에 대한 이야기다.

 

동아리에서는 매주 수요일 친목모임이 있다.
보통 술자리를 갖거나, 때로 이벤트를 했다.

 

그날은 작년에 우리 동아리를 소개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녹화분을 청취했다.
동아리의 유래와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새침선배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선배가 일학년이던 가을의 축제 때. 선배는 듀엣으로 무대에 섰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누군가가 호수를 수영으로 가로질러와, 꽃다발을 건넸다는 이야기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새침선배는 시선을 내리며 수줍음을 감췄다.
허름한 동아리 방의 초라한 조명 아래에서 반쯤 그늘 진, 그 모습을 보며 선배가 여자임을 알았다.
 

그날 술먹고 노래방을 갔다.
새침선배가 불렀던 '기억속으로'란 노래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애절함이 절제를 간직 할 수 있음을 보았다.

 

추억은 여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새침선배는 동아리 남자후배들에게 친절했다. 식사도 같이 자주 했고, 때로 영화도 같이 봤다.
 

동아리에서 자주 보는 새침선배와는 대화도 자주했고, 편하게 지냈다.
몇번인가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 중 나의 썰렁한 농담에 주목해 주고, 일부러 웃어줬던 고마운 기억이 있었다.
동아리 일일호프에서 주방 잡일을 하다 떡을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해내고, 새침선배에게 챙겨줬던 기억도 난다.
상당히 고마워 했던 거 같다.

 

근데 그 시절, 난 여린공주를 쫓아 다녔다....

 

어느날 호출기에 음성메세지가 떳다. 
 

새침선배였다.
지금 x스킨 라빈스 앞인데, 15분만 기다리다 갈테니 시간 있으면 나오라는 내용이였다.
득달 같이 달려 갔다.

 

입구 벽을 옆으로 기대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좁은 어깨가 쓸쓸했다.
새침선배은 분명 내가 여린공주를 쫓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나에게 별 관심이 있어서기보다는 동아리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 여린공주를 쫓아 다니는 내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기는 했다.
새침선배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일에 시간이 애매해서, 연락 한번 해봤다고 했다.
왠지 변명같아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 여운이 오래갔다.

 

비오는 오후, 동아리 낙서장을 펼쳐왔다.
새침선배의 글이 있었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라디오를 들으며 혼자 부침개를 부쳐 먹는 것이 제 맛이다.]
 

그날 저녁, 새침선배의 자취방에 전화를 해봤다.

 
"새침선배네 집이죠. 있나요?"
"네... 둘이 어떤 관계죠?" 새침선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게 저....'
"하하 아니야, 웬일이야?"

 

저녁식사자리가 어색했다.
서로 여린공주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새침선배가 얘기를 많이 했다.

말투가 지적이고 교양이 있었다.

 

내 눈은 새침선배를 바라보았고, 내 가슴은 여린공주를 생각 했다.

새침선배는 공허한 일상을 깨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는 이야기를 한 거 같다.
요즘 부쩍 외로운가 보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동아리 친구 몇명과 호프집에서 술을 했다.
나도 참 실속이 없었다.
남자들과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는 비참했다.

 

친구들의 썰렁한 잡담 가운데 새침선배의 공허함이 생각났다.

그 세련된 미모에 어울리지 않는 우수에 찬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슬쩍 호프집 구석에 있는 공중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설마 오늘같은 날 자칫방엔 없겠지
자다 일어난 목소리였다.


"오늘 같은 날 왜 집에 있어요? 나오세요 내가 술이라도 쏠께요"
40분 있다가 보기로 했다.

 

약속시간을 10분쯤 앞두고 호프집을 나섰다.

친구 하나가 따라 나서며 어디 가냐고 추궁했다.

 

난 새침선배와의 만남을 앞두고 감성적이 되었다.

그의 집요함에,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마음을 이해해주리란 기대로, 감춰둔 비밀을 보여주듯 이야기 해줬다.
그 친구는 같이 가고 싶어했다.
그에게 우정은 함께 하는 건가보다.

 

"우리가 같이 가면 분위기가 이상해서 안돼.
그리고 그 누나 입장이 뭐가 되겠어?, 오늘 얘기는 절대 비밀이야"

 

내 낭만이 빗겨갔다.

단지 생각이 달랐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서운해 하며 계속 따라 왔다.
성질을 냈다.

그러자 저만치 멀어져 갔고, 막 나오는 새침선배의 시선에 들고 말았다.

 

진한 빨간 립스틱을 하고 있었다.
나만을 위해...

내게 보여주고자 했다는 생각에 순간 깊은 흥분을 느꼈다.

 

곧 근처에 있는 동아리 친구를 보고 당황해 했다.
선배는 이내 웃으며 그 친구에게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난 친구를 무섭게 노려봤다. 이미 엎어진 물이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근데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그 녀석은 새침선배의 거듭된 재촉에, 어색한 인사를 하고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최악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녀석은 자신이 한짓의 의미를 알고나 있을까.

현명해야 배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새침선배의 눈치를 보며 긴장했다.
실례가 된 것 같은 생각에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새침선배에게 난, 결국 친구들한테 쉽게 떠벌리고 과시하는 유치한 어린애에 불과할 것이다.

빨간 립스틱이 부끄러워 졌을 것이다..

 

이제 누나가 되어, 차분히 바라보는 미소에서 차라리 안도를 했다.

또 하나의 공허를 더했을 것이다.

그 쓸쓸함이 기댈 수 있는 건장한 어깨가 되고 싶어졌지만, 내 몫은 아닐 것이다.

 

캐롤송은 무심한 듯 우리의 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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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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