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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번외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라.
가시는 거름 거름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즈려밟다가 무슨뜻인지 알아?'

 

국어시간에 배운 듯 했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짓밟다의 방언이래.. 짓밟다란 말은, 왠지 여기서는 별로 안어울리잖아? 이렇듯 시인은 말 하나하나도 그냥 스치지를 못하나봐'

'...' 

'우리네 정서가 한恨이라는데, 어쩔수 없이 수긍하다가도, 때론 지긋지긋할때가 있어.

 왜 돌아서는 사람에게 한소리도 못해야 하는 건지, 소금이라도 한되박 뿌려버리지.' 

  

언젠가 영변의 약산에 대한 글을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읽었다.

약이란 병 고치는 데 쓰이는 의학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란다.

쓰고 맵고 하는 어떤 맛이 농축되는 상황도 약이라 하며, 맛뿐만이 아니라 사랑이나 울분, 원한 같은 인간의 감정이 응축되는 상황도 약이라 했다.

고추가 매워질때 약이 오른다하고 화가 치밀때도 약이 오른다고 한다. 여하튼 무언가가 응축되어있다는 의미란다. 그래서 독도 약이다.

약산의 진달래는 붉다 못해 자줏빛이 날만큼 붉기로 유명하다. 그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난 그녀의 말에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당시 그녀 앞에서 나의 컨셉은 과묵이였다.

 

그 시절, 그녀도 약이 오르고 있었나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말을 건네며 알게 됐지만, 밝은 인상 사이로 문득문득 비치는 어두운 표정탓에 좀체 가까워지지 않았었다.

뒤늦게야,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질 듯 갈등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결국 예전 사궜던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됐다. 기분 꿀꿀했다.

 

'돌아서 가는 놈, 엉뎅이라도 한번 차주지 그러냐'라고 말해줄껄 그랬다.

 

이상하게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진달래가 생각난다. 그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