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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안내상, 그는 어쩜 이리도 찌질한가






하이킥이 시작된 지 3주, 어느덧 그 많고 많던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가 어느정도 정리되어가는 듯 합니다. 매일 창밖만 바라보는 윤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떤 인물인지 가닥이 잡히고 있지요. 왠지 나름의 비범함을 지닌 하이킥의 캐릭터들인지라, 앞으로의 에피소드가 자못 기대되긴 하지만 유독 보기 불편한 캐릭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이자 집안의 가장인 안내상이지요. 메인 캐릭터이다보니 숱한 에피소드에 줄줄이 엮여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상 캐릭터의 찌질함은 재미와 흥미에 오히려 역행하는 면이 있지요.

안내상은 사업이 부도나면서 가족들의 생계조차 처남에게 의지하고 있는 불우한 가장입니다. 첫회에는 폼나는 양복에 가족에게도 풍족한 생활수준을 제공하는 유능한 사장님이었는데요, 한순간에 몰락해 이제는 처남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보니, 그 심정이 편치 못하고 초조할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안내상의 보기 불편한 모습은 몰락하기 이전인 첫회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아내 윤유선과는 소리지르며 대화하기가 일쑤이며,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손부터 올라가는 모습이었지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러한 폭력모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손찌검 시늉에 그치긴 하지만 가족에게 툭하면 주먹을 올리는 가장의 모습은 애교와 재미로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처남에게 얹혀사는 안내상은 늘 가족들에게 짜증을 냅니다. 그 짜증은 특히 아내 앞에서 극에 달하지요. 외출하는 아내에게 심심하다며 칭얼대듯 옷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반찬투정도 다반사지요. 이러한 모습이 처남앞에서 그리고 아들 딸 앞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란후라이에 노른자가 터졌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또 아내가 스트레스 탓에 조기폐경이 되자 폐경이 별거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하지요. 작정하고 밉상캐릭터를 만들어 미래의 반전을 꾀한다지만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을 사기에는 상당히 벅차 보입니다.


어제는 땅굴을 통해 옆집 화장실에 갔던 윤유선이 우연히 줄리엔의 샤워장면을 보게 되는 데요, 공교롭게도 남편 안내상이 이를 목격하고 맙니다. 그리곤 아내를 마구 몰아붙이기 시작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수치럽던 윤유선은 결국 충동적을 자기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다 폐경 때문이야’ 맞고함을 지릅니다. 찌질함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이 될 수 밖에 없겠지요.


결국 안내상은 이 상황을 부부간의 실력 대결로 이끌고 가지요.
매일 찌질한 모습을 보이다보니 가족들 사이에서 영 체면이 서지 않았던 안내상은, 이를 자신의 존재감 확립의 계기로 삼습니다. 누가 더 상식적인가 말이지요. 그래서 가족은 물론 옆집 처자들까지 불러모아 샤워장면을 훔쳐본 아내의 행동을 대대적으로 규탄합니다.
이런 수치스런 행위를 폐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주변사람들에게 보편적 상식을 따져 묻지요. 이에 처남이 누나를 위해 나섭니다.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일시적인 충동장애가 일어날 수 도 있다며, 세상에는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안내상은 막무가내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아내를 부도덕한 여인으로 과격하게 매도하지요. 결국 배심원격인 이웃과 가족들은 5대0이라는 일방적인 판결로 아내 윤유선의 손을 들어줍니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가장 안내상은 이 현실을 이해할 수가 없겠지요. .


기존의 하이킥 시리즈에서 가장[家長] 캐릭터는 독특하긴 하지만 애정이 가는 인물이었지요. 하이킥 시즌1에서 이순재는 고집불통이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으며, 시즌 2에서의 쥬얼리정 정보석 또한 박력없는 가장이었지만, 가족을 이해하고자 늘 애쓰는 인물이었습니다. 때로는 비상식적일 때가 있어도 이들의 소소한 행동 속에 자연스레 관심과 호감이 갔던 캐릭터들이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사고를 치더라도 상식을 지켜주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유감없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발산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시즌3에서 캐릭터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안내상에게서 가장다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가족 중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여줄 정도지요. 중년의 가장이 과도한 오버액션과 윽박지르기로 일관하는 모습은 친근감과 애교로 봐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이킥이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각 캐릭터들의 얼개를 맞춰가듯 소소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재미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간은 저마다의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애정이었지요. 하지만 애정을 유발하기엔 무리를 주는 안내상, 그가 득도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