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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불후의명곡2 강민경, 외모 아닌 노래로 인정받기까지




그동안 불후의명곡(이하 불명)에서 단 1승조차 거두지 못했던 다비치의 강민경이 어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음유시인이라 불리웠던 김광석의 노래는, 시처럼 아름다운 노랫말과 가슴을 두드리는 감성이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나 감정의 과잉이 없더라도 가슴을 울리는 묘한 마력이 있지요.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그의 감성을, 젋고 이쁘장한 강민경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냈습니다.

여성듀오 다비치의 멤버 강민경은, 고등학생시절부터 소위 얼짱으로 주목받았으나 아이돌이 아닌 순수보컬가수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 예쁜 얼굴 그리고 빼어난 가창력까지..걸그룹으로 성공할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이해리와 함께 다비치를 결성해 보컬 위주의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걸그룹이 대세인 시대에 인지도면에서 다소 손해보는 부분도 있었지요. 게다가 보컬 전문 듀오임에도, 워낙에 출중한 동료가수 이해리에 가려져 가창력에서조차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외모로만 기억되는 아픔이 있었지요. [저도 연습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노래보다는 '화장이 어떠네' '쟤 머리 저거 안어울려'가 많지, '쟤 노래 잘하네, 못하네'는 별로 관심이 없는거 같아요. 많이 속상했죠] 불명에 합류하면서 그녀가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이 후 아직까지 단 1승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더했지요.


그만큼 1승에 대한 아쉬움이 남달랐을텐데요, 그러다보니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겠지요. 그런데 이날 무대에 나서기 전부터 그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이날 주제가 김광석 특집이었기 때문입니다.

한창 R&B의 기교에 빠져있었을 무렵, 알리샤키스 비욘세가 신(神)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김광석의 감성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지요. 김광석의 감성은 그녀의 음악인생에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만큼은 결과나 승패를 떠나 자신의 마음을 다 꺼내서 보여줄 수 있을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홍경민, 임정희, 허각.. 빼어난 가창을 자랑했던 이들 3명의 무대가 끝난 후, 음악평론가 강헌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김광석의 노래엔 결핍으로부터 오는 연민의 동감이 있으며, 그렇기에 상처받은 이들이 그의 노래에서 위안을 얻고, 삶의 힘을 얻었는데, 지금 세대는 그런 결핍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세 무대를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아쉬움이라고도 했지요.

이 후에 있었던 강민경의 무대에서도 결핍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광석을 노래했습니다. 비록 풍족한 시절의 축복을 안고 태어났지만 이 세대에도 깊은 외로움의 감성이 있음을 보여줬지요. 노래에 앞서 숙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 않을 때 이런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조심스레 고백한 그녀의 음색에는 지금 세대의 고독과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발랄했던 미소는 간데 없고 깊어진 눈속에는 동시대의 가슴 아픈 추억이 선명했지요. 북받치는 감정에 음정이 불안해기도 했고, 가사를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감성의 흐름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김광석 노래의 맛은 가창력보다는 감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론 뛰어난 프로가수보다 서투른 아마츄어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빛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폭발하는 성량이나 하늘을 찌르는 가창력보단 상처입은 영혼의 흔적이 느껴질 때 비로소 살아나는 것이 그의 노래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민경은 자신의 음악 인생을 흔들었던 그 감성을 되살렸지요. 감정에 떠밀려 그만 가사를 틀리고 말았다고 수줍어 하는 강민경에게, 김광석의 절친 박학기가 답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랬어요, 광석이가 생전에 바로 그부분에서 가사를 참 많이 틀렸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감동이었다..' 그 말을 받는 강민경의 미소에는, 25년 세월의 감성을 잇는 교감이 있었습니다. 이는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첫승을 넘어 3연승으로 첫우승까지 일궈냈지요.

외모보다는 노래로 인정받고 싶었던 그녀는 '그저' 노래하고 싶은 노래를 불렀을때, 비로소 노래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도 그녀의 미모는 여전히 빛났지만, 세대를 넘어선 노래의 감성 속에서 '가수로서의 강민경'은 더욱 돋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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