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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고영욱-박하선, 불쾌한 억지 러브라인


 



박하선를 향한 윤지석과 고영욱의 구애가 계속되는 가운데, 두사람의 운명은 횡단보도 사이를 두고 엇갈렸습니다. 그리고 이 엇갈린 운명속에 새로운 러브라인이 형성되는데요.

물에 빠진 자신의 지갑을 찾으려 한강에 몸을 던졌던 고영욱은, 의도치 않게 박하선을 구하게 됩니다. 그동안에도 시시콜콜 문자를 보내며 끊임없이 박하선에게 추근대던 고영욱은 이를 계기로 부담백배 구애를 더욱 노골화하지요. 박하선만 무사하면 다행이라면서도, 폐에 물이 들어가 숨쉬기 어렵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그녀를 구하던 순간의 비장했던 각오를 말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구구절절 설명해주지요. '죽을각오 했다니까요, 하선씨였으니까요..' 이 말을 듣는 박하선은 곤혹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백진희는, 착하기만한 박하선이 이일을 계기로 고영욱과 엮이게 될까 걱정하지만, 박하선은 절대 그럴일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전개가 이어지지요. 이들의 사연이 인터넷에 유포됐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구한 한 고시생의 사랑]이라는 제하의 글에는 '저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는 인터뷰까지 곁들어진 것을 보면 이 글의 출처가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결국 동료선생님들의 적극적이고 오버스러운 협조를 얻은 고영욱은, 학교 조회시간에 깜짝등장해서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게 되는데요, 주위의 열렬한 환호와 부추김 속에서 박하선은 어쩔 수 없이 고영욱이 내민 꽃다발을 받아들고 맙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침대를 구르며 후회했지만 말이지요.

제작진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우연한 계기로 탄생하는 러브라인을 통해 유쾌한 시트콤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러브라인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불쾌함이 유발됩니다.

예전엔 조폭에게 맞서다 다쳤다며 박하선의 집을 기웃거리더니,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낸 이후에는 스토킹 수준의 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 고영욱인데요, 자신이 먼저 물에 빠졌다가 우연히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을 빌미로 마음약한 여자를 궁지로 내몰았습니다. 찌질한 연기를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는 고영욱의 연기력은 훌륭한데요, 하지만 연기가 좋다보니 밉상스러운 그의 모습 역시 불쾌함을 유발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프로포즈 과정엔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라도 프로포즈의 현장을 접하게 되면 격려와 축하를 보낼 수는 있습니다. 때로는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것과 같은 '간단한 협조'도 해줄 수 있겠지요.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이러한 협조나 축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인연을 지켜볼 수 있다는 기대때문이겠지요.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와 열정 못지 않게 그 프로포즈를 보고 행복해 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유쾌한 일일테니까요. 하지만 박하선은 낭패감과 곤혹스러움으로 이 프로포즈를 겪어야 했지요.
더구나 박하선 주위의 선생님들의 모습은 선의를 넘어 억지스러운 강요 수준이었습니다.
조회시간에 맞쳐 프로포즈를 기획해서 풍선과 현수막까지 준비해주고, 피아노 연주와 조명까지.. 더구나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박하선에게,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동료선생님들은 '받아줘'를 연발하며 선택을 강권했습니다.

늘 당하고 사는 박하선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서조차 이러한 강권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꽃다발을 받아들이는 박하선의 떨리던 손길은, 억지와 강권의 결과였습니다.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들때, 그 커플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도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그런데 착하기만 해서 늘 당하고 사는 여자가, 찌질한 캐릭터의 남자에게 억지로 엮이게 된다면 불편부당한 마음만 생길 뿐이겠지요.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후 홀로 괴로워 하는 박하선을 통해, 제작진은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던 걸까요... 그 기대에 부응하기란 퍽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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