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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박하선, 반전개그의 본좌 되려나




'그거 안하면 안돼?' 사촌동생 김지원이 말렸습니다.
'그거 안하면 안돼요?'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윤지석선생도 말렸습니다.
'니가 그거 안했으면 좋겠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급히 전화해 말렸습니다.
하지만 박하선은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생애 처음 느낀 불같은 승부욕때문이었지요.
결국 박하선은 모두가 말리던 '미친소'로 기어이 빙의되었습니다.

하이킥3가 모처럼 웃겼습니다. 때로 어려운 현실을 조명하기도 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아프게 풍자하기도 했던 하이킥이 어제는 정통 시트콤의 진수를 보여줬지요. 뽕브라 굴욕을 당한 백진희는 윤계상을 피해 전봇대를 기어오르고, 진짜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더니, 박하선은 '미친소'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개그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임시로 부임한 박희진 선생의 흥미진진한 수업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폭발입니다. 그 여파로 보충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박희진 선생에게 몰려가지요, 박하선의 수업에 들어온 몇 안되는 학생들은 단지 잠을 자러 왔을뿐입니다. 박하선은, 학생들의 뒷담화를 통해 자신의 별명이 수면제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에 박하선은 심기일전, 정성스레 수업교재를 준비하기도 하고 성대모사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그저 심드렁하기만 합니다.

낙담한 그녀에게 박희진 선생이 말을 건넵니다. '별명이 수면제 어쩌구 하던데, 수업에 신경 좀 써요, 연구를 해야지, 세상에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데래댓대때.. 따라닷다따..' 그 '따라닷다따'는 그대로 주문이 되어 박하선의 가슴속에서 무언가를 강하게 끌어올렸는데요, 바로 불같은 승부욕이었지요.

박하선은 그때부터 밤늦도록 개그 동영상을 미친 듯 뒤지는데요, 매의 눈으로 동영상을 탐구하던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웃찾사 컬투의 미친소]였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미친소..'를 말하는 그녀의 다부진 입술엔, 삶을 뒤흔들 뜨거운 결의가 서려있었지요.

하지만 미친소 콘셉트를 준비하는 박하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모두가 진심으로 말렸지요, 특히 선생이 무슨 개그맨이냐며 만류하는 윤지석에게 '저 미친소 꼭 할꺼에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미친, 미친소 할꺼라구요'라고 답하는 박하선의 한서린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에선, 깊이있는 휴먼드라마의 내면연기마저 엿보였습니다.

미친소가 되어 교실로 향하는 박하선의 모습에는 비장미가 느껴졌지요, 만류하는 엄마의 전화를 단호히 거부하며 입술을 앙다문 박하선, 이제 카메라의 앵글은 그녀의 발걸음만을 잡습니다.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한걸음 한걸음 교실을 향해 다가가는 그녀를 발견한 학생들은 경악한 채 물러섭니다. 늘 창가에 앉아 존재감을 빛내던 윤건마저 충격을 먹고 뒤로 자빠집니다. 그녀를 발견한 박희진선생은 입을 떡 벌린 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비장한 그녀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교실 문 앞에서 긴장된 쉼호홉을 한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듯 힘차게 문을 열어제끼지요.

커다란 해바라기 꽃을 단 까만 단발가발의 그녀는 롤러스케이트로 미끄러지며 진하게 웃습니다. '이번 수업시간, 국어시간인거~죠?' 그녀의 연기인생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될 듯합니다.

하이킥3의 미녀4인방 중 단연 돋보이는 박하선은 청순하고 정적인 인물이지요. 마음이 여리고 우유부단해서 답답해 보일때가 많습니다. 동료선생에게 구박받아도 할말 못하고, 돈떼먹은 사기꾼 아저씨한테도 싫은 소리 제대로 못하더니, 얼마전엔 주변의 강권에 못이겨 찌질케릭 고영욱과 러브라인이 형성되며 숱한 남성들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너무 착하다보니 늘 당하고만 사는 박하선, 그녀가 생을 가르는 반전 개그로 허를 찔렀습니다. 웃길것 같은 사람이 웃기는 것은, 웃길것 같지 않은 사람이 웃기는 것만 못합니다. 
분노마저 어리바리했던 그녀의 연기는 반전개그의 깊이를 더했지요. 그녀의 역습이 있어 하이킥이 즐거워질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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