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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1박2일 해경출동, 구조인가 퇴근인가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시작된 1박2일 시즌2는, 지난 주 첫방송에선 우려보다는 나은 그림을 보여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명불허전의 에이스 차태현은 벌써부터 '차귀찮'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나름의 활약을 펼쳐줬고, 김승우 역시 몸개그도 마다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첫 출연치고는 무난해 보였던 지난 주였으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어 있기도 했었습니다. 이는 제작진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는데요, 처음 합류하는 멤버들을 태운 배에 대한 출항허가를 얻지 못해, 이미 출발한 배를 굳이 회항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지요. 이후에는 멤버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특유의 밀당을 보여주지 못한 제작진은, 예능 입문자들인 신참 멤버들보다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방송에선 이러한 불안감이 더해졌지요.

신입멤버들은 무난한 적응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때의 어색함을 극복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친숙해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지요. 더불어 쪽잠을 자고 서로를 챙겨주더니 스스로 즉석 게임을 개발해서 벌칙을 주는 등 자체적으로 방송분량을 창출해가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이들은 처음으로 저녁식사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하는 이들에게 식사재료를 조달하라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마을 곳곳에 비치된 식재료들을 정해진 시간안에 멤버들이 차례로 가지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시간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이미 구해온 재료도 다시 반납해야 하는 미션인데요, 당초 제작진이 제시한 제한시간은 7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늘려달라는 멤버들의 요구는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졌지요.
처음에 3분만 더 달라고 이수근이 주장하자, 제작진은 난처해하다가 김승우가 그럼 딱 9분으로 하자고 하니 쉽게 수긍하고 말았습니다.

1박2일 애청자라면 제작진과 멤버들간의 밀당에 익숙할텐데요, 서로 티격태격하며 규칙을 정해가는 과정에는 단호한 제작진과 떼쓰는 멤버들의 아웅다웅한 현장감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합류한 피디는 상당히 자신없는 말투와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러한 긴장감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지요.


결국 9분에 걸쳐 이뤄진 미션자체도 그다지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긴장감을 주고자 초침 소리가 음향효과로 동원했지만 실상은 긴장감과는 거리가 있었지요. 멤버들은 한차례씩 재료를 챙겨오고 나서도 상당한 시간이 남아 추가로 다시 챙겨오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식재료도 야생버라이티 답지 않게 너무 풍성했지요.
너무 길어진 시간탓에 재미와 긴장감을 모두 놓쳐버린 셈입니다. 너무 순순히 멤버들에게 끌러다니는 제작진의 모습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출발부터 저녁복불복까지 하나도 안걸린 게 없었던 차태현이 야외취침에도 걸리게 되자, 엄태웅은 텐트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차면 7단콤보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요, 새벽녘에 정말 텐트 앞까지 물이 차오르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당초 제작진은 가장 외풍이 심한 곳이라며 바닷가 해변에 텐트 칠 곳을 마련해줬습니다. 일부로 7단콤보를 만들어주려고 해변가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게 한 것인지, 조수간만의 차에 대한 고려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애매한 진행이었지요. 5년 동안 전국을 누벼온 1박2일팀이 맞는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이들은 뜻밖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제 클로징를 하고 촬영을 접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멤버들과는 달리 담당피디는 조심스레 상황을 전달하는데요, 풍랑주의보가 일어 배가 뜰 수 없다는 사실과 80명이나 되는 제작진이 먹을 식량이 점심분만에 없다는 사실을 알렸지요. 지난 5년동안 1박2일에서조차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했지만, 1박2일에선 보기 힘든 미숙한 사태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겠지요.

사람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피디는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국 그 해법은 구조요청이었습니다. 해경경비함이 구조에 나서면 승선해서 퇴근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상황을 보여주는 방송편집엔 위기감이 가득했지요. 배가 뜰 수 없는 열악한 일기, 식량조달의 곤란함을 강조하며 마치 그들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풍전등화 처럼 꺼져가는 생명의 위기속에 놓인 듯 '그들의 운명은...'이라며 자막에선 비장감마저 드러냈습니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동선, 웅장한 배경음악은 블럭버스터의 재난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습니다.


당장의 먹거리 부족과 시간이 돈인 연예인의 스케줄이 꼬이는 곤란한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경비함에 승선하는 이들의 모습은 구조일까요, 퇴근일까요.
배경음악과 자막은 구조의 형식이되 그다지 긴박해보이지 않는 이들의 표정엔 퇴근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당초 많은 애청자들은, 시즌2를 앞두고 신참 멤버들의 캐릭터를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려되는 것은 핵심 제작진의 교체가 아닐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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