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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taste

점잖던 김동주, 신참의 사구는 용납이 안될까




지난 22일 LG전에서 두산이 5-1로 앞선 8회말, LG의 3년차 이범준의 슬라이더가 김동주 선수의 등쪽을 때렸다.
이에 김동주는 성을 내며 마운드로 달려들려고 했으나 구심과 포수 조인성 선수가 급히 말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전통적 라이벌 답게 양팀 선수들도 모두 일어서며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다행이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고,
코치의 만류로 김동주 선수도 1루로 걸어나갔다.
앞선 상황이 고려됐는지, 곧 1루 주자는 김동주 대신 정수빈으로 교체됐다.

이 상황에서 김동주 선수는, 인상을 쓴채 마운드의 이범준을 향해 자신의 헬멧을 벗어보이며 머리 숙이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제스처가 제대로 전달되어 이범준도 곧 모자를 벗어 김동주에게 사과를 표했다.
그래도 김동주의 분은 풀리지 않았는지 기어이 헬멧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이러한 김동주선수의 모습에 기가 죽었는지, 이 후 이범준은 두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동주는 '내 입장에선 고의적인게 있지 않았나 싶다. 타석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앞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던 김동주이고, 5-1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면 그리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당시 사구는 느린 슬라이더였다. 빈볼로 던지기에는 안어울리는 구종이다.

어쨌든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선수들의 의식이다.

김동주 선수라면 평소 사구에 예민한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얌전히 1루까지 걸어가서 투수에게 괜찮다는 제스처도 잘 취해주는 예의?바른 선수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 그의 분을 자극했던 것은 상대가 나이어린 신참이라는 것이 아니였을까 싶다. 물론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겠지만
결국 한참 어린 후배가 사구를 던져놓고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으니 화가 났던 것이 주효해 보인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참 고참 선수의 사구는 괜찮고 후배의 사구는 용납이 안될까..
후배가 똑바로 쳐다보면 절대로 참을 수 없는 것이 미덕일까..
다시 강조하지만 정서적으론 이해하지만 적어도 스포츠에서라도 바꿨으면 하는 문화다.

어린후배가 버릇?없이 나오면 참을 수가 없고, 고참의 실수는 이해해 줄 수 있는 문화가 싫다.
우리네 직장 속에 팽배해 있는 권위주의와 서열주의를 스포츠에서도 보게 되니, '어쩔수 없겠지..' 이해는 하면서도 기분은 꿀꿀하다는 거다.

스포츠에서라도 모두가 똑같은 인격으로 대우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전 K-리그에서는 몇몇 최고참 선수들이, 나이 어린선수가 좀 깊은 태클을 하면 불같이 화를 냈었고 심한 욕설까지 이어졌었다.
80~90년대 대외적으로 지지부진했었던 경기력의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경기, 신명나게 펼쳐야 할 플레이에서 선후배의 서열은 없어졌으면 한다.

좀더 비약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후배가 선배들 눈치보는 문화가 지양됐으면 하는 바램, 그 선봉을 스포츠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