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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더킹투하츠, 비극 암시마저 반전시킬 기세

 

 

남북화합을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왕은, 자신의 동생을 북한여성과 결혼시키고 싶어하는데요, 하지만 암살전문 교관 김항아(하지원 분)는 여러 정황상 무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후보에서 탈락시키지요. 그런데 난데없이 왕제 이재하(이승기 분)와 김항아의 결혼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맙니다.

이는 세계적인 무기상 존 메이어(윤제문)의 전략이었는데요, 남북 화해를 추구하는 왕을 궁지에 몰고자 하는 의도였지요. 역시나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궁 앞에서 대대적인 반대시위까지 벌어지지요. 이에 왕은 정면돌파를 결심합니다. 그동안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사좌하기로 말이지요. 그런 왕의 모습이 불안한 왕제 이재하는 왕을 만류합니다.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면 폐위될 수도 있다고 왕을 다그치지요. 이에 왕이 간단히 대답합니다. '그럼 물러나야지' 여기서 반전이 발생합니다. 절대로 왕이 되고 싶지 않은 철부지 왕제 이재하는, 왕의 공식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이 한건 터트리지요.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고.. 자신이 왕에게 부탁해서 결혼후보가 된거라고.. 모두가 나의 잘못이라고..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더킹투하츠이지만, 주연 남녀의 로맨스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남북간의 대결국면과 정서적 괴리를 극복할 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위해, 끝없는 반전이 시작됐습니다.

만인 앞에서 '적이지만 사랑했노라' 비장하게 고백했던 이재하는, 장면이 바뀌자 왕과 농담을 하지요. '감히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 '왜 못해 내가 왕이 될 판인데, 앞으로 잘해라, 더 큰 거짓말도 할 수 있다'며 말지요, 하지만 이미 공식 발표까지 했으니 왕은 두 사람의 상견례를 추진하는데요, 이재하는 펄펄 뛰며 거부합니다. 자기는 이미 사랑한다 말했고, 그녀는 자기를 좋아하고 있는데 만났다가는 빼도 박도 못한다며 어처구니없어 하지요.

하지만 김항아는 단호히 상견례를 거부합니다. 이재하와 결혼이 추진되다가 뒤통수를 맞아봤고 그 전에도 숱하게 이재하에게 농락당했던 그녀는, 눈빛만 봐도 안다며 이재하를 믿지 않습니다. 김항아 측이 상견례뿐 아니라 모든 접촉을 거부하자 이재하는 당황스러워 하지요.

헌데 눈빛만 봐도 안다던 김항아는 이재하의 사랑고백 장면을 자꾸만 찾아보게 되지요. 그러다 '거짓말하는 저 면상을 밟아주겠다'며 상견례를 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녀의 마음이 진심인지는 그녀 본인도 모를텐데요, 그런데 하필 김항아가 상견례를 통보하는 그 순간을 은시경이 접수하고 맙니다. 북측에서 모든 연락을 거부하던 상황에서 비서실장은 그녀와 안면이 있는 은시경을 통해서 연락을 시도하던 차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은시경이 연락하니 그녀가 수락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지요. 그렇지 않아도 은시경에게 환하게 웃던 김항아의 모습이 불쾌했던 이재하는 질투가 폭발하게 됩니다. 마음이 상해서 김항아을 골려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게 되지요. 

상견례 장에서 다시 만난 이재하-김항아 커플, 불신이 가시지 않은 김항아의 냉냉한 모습에 이재하는 묘한 매력을 느끼지요. 늘 여성들의 친절에 익숙한 왕자로서는 신선할 노릇입니다. 하지만 왕자의 불순한 계획은 계속되는데요, 시선조차 주지 않는 김항아에게 이재하는 '사랑이란 말 닭살돋아서 해본적도 없었다'며 진심을 호소합니다. 우수에 젖은 이재하의 연출에 김항아는 어렵게 속내를 드러내지요, '총은 그래서 쐈었냐'며 그동안 내색하지 않았던 서운함을 비췄습니다. 그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하지원의 눈빛 연기는 가히 명불허전이었지요. 그리고 이재하의 휴대폰 메인 사진에 자신의 사진이 놓여 있자 진한 여운을 느끼는데요, 하지만 장면이 바뀌면 또 반전이지요, '핸드폰 사진이라니 그런 구닥다리 수법에 누가 넘어가'하며 짜증내는 이재하.. 그래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김항아에게 닭살 메세지를 보냅니다. '니 사진, 내맘대로 핸드폰에 박아서 미안해 하지만 내 맘속에 넌 항상.. 이 모습이었어'

이미 흔들리듯 했던 김항아는 투박한 북한청년에게선 듣기 힘든 달달한 메세지에 정신줄을 놓는 듯 했습니다. 사진 속 자신의 포즈를 스스로 따라하며 이쁜 표정을 짓는 그녀는 어느새 행복한 여자가 되어 있었지요, 이때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예의는 갖추되 선을 분명히 그으라'는 말에 김항아는 고개를 끄덕이지요. 이쯤 되면 시청자는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행복에 젖은 순진한 처녀가 자신을 아끼는 아버지의 뜻도 거스르다 농락당하거나 기만당하지 않을까.. 몰입도를 더하는 하지원의 눈빛은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자아냈는데요. 

역시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고 믿는 이재하는 성대한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며 김항아를 기다립니다. 그녀의 입장에 맞춰 무릎까지 끓고 대기하던 이재하였는데요, 하지만 김항아는 흔들리는 눈빛을 뒤로 하고 반전을 준비합니다. 파티장에 나타나지 않고 대신 측근을 보내 차갑게 입장을 전달하지요.
'이재하동지에게 마음이 전혀 마음이 없다. 이 약혼 안한다. 남은 일정도 서로 보지 않고 따로 지내고 싶다'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농락의 위기에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수차례 김항아의 뒤통수를 쳤던 이재하가 한 방 먹었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재하는 수치심을 느낍니다. 자신을 수행해서 파티를 준비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오히려 그의 질투를 자극하지요. 이재하의 마음을 서서히 잡아 끌고 있는 질투, 두 사람의 멀고 먼 현실의 벽을 자꾸만 부수고 있는 반전의 연속.. 점점 두 사람의 로맨스가 개연성과 몰입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극 초반, 존 메이어는 두 사람의 결혼설을 듣고, 오페라의 한장면을 빗대 '남자는 떠나고 여자는 죽는다'며 비극을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더킹투하츠는 앞으로도 끝없는 반전을 거듭하며 이러한 비극암시마저 반전시킬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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