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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더킹투하츠, 진실보다는 현실을 요구하는 정치

 

 


'현실을 배우라고 했지 진실을 배우라고 했어?'
왕의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 분)가 아들 은시경에게 한 말입니다.
우리네 사는 현실을 잘 대변해주는 표현인 동시에, 아비가 자식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픈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제 더킹투하츠에선 악역으로 돌아선 은규태로 인해 왕실이 농락 당하는 장면이 전개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국왕 이재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은규태는 그 모든 진실을 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왕 이재하를 섬기고 있지요. 그리고 선왕을 살해한 클럽M의 술수를 은규태는 침묵으로 방조합니다. 결국 클럽M의 계략에 의해 선왕의 시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물이 발견되지요, 목탄조각들과 북한산 휴대폰이었는데요, 이 명백한 증거에 남북은 긴장관계에 돌입했고 왕의 예비약혼녀 김항아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합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증거인 북한산 휴대폰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소행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로 밝혀지는데요, 당초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이 신기술 휴대폰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은밀한 경로로 이 사실을 남한 정부에 전달하면서, 이 사실을 공표한다면 바로 전쟁이라며 절대 이 사실을 발표해선 안된다며, 자신들의 누명만 벗겨달라고 요구합니다.

 

어쨌든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것은 확실해 졌음에도 비서실장 은규태는 이 사실을 왕에게 숨기려 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던 은시경이 그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자 은규태는 어쩔 수 없이 수습하고는, 나중에 아들에게 화를 내지요. 그리곤 아들에게 진실보다 중요한 현실을 이야기하지요.

 

 

진실보다 중요한 현실은, 극중 보여준 정치인들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에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선 정치인들의 리얼한 대회장면 인상적으로 묘사됐지요. '야야~ 폼잡지마 이거 비공개야, 카메라도 없어, 그냥 하던대로 놀아' '저런게 어떻게 국회위원이 됐지?'  '넌 뭐야, 왜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끼어들어?' 이들 국회의원들의 언행은 냉정한 현실일까요, 불편한 진실일까요..

 

결국 복잡한 국내 정치대결의 산물로 김항아에 대한 대국민 청문회가 열리게 되는데요, 비공개 특위에 소환될때만 해도 담담했던 김항아였지만, 대국민 공개청문회만큼은 두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왕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요, 하지만 은규태는 '왕이 원한다'는 늬앙스를 김항아에게 전달하면서 그녀의 참석을 요구했고, 왕에게는 그녀가 스스로 결심했다고 보고합니다.

 

힘겹게 청문회를 마친 김항아는 제일 먼저 왕 이재하를 찾지만, 은규태는 왕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전달하지요. 김항아를 당장 만나고 싶어하는 이재하에게도, 그녀가 북측과 전화중이고 오늘은 피곤할거라면서 만남을 방해했습니다.

홀로 남한에 내려와 힘겨운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있는 김항아였지만 왕의 입장을 오해하자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그동안 이재하로부터 숱하게 뒤통수를 맞았던 서러움이 일시에 떠오르며 밤새 악몽에 시달리지요. 특히 은규태가 전해준 말을 통해, 이재하가 자신을 지켜줄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달래러 아침 일찍 찾아온 이재하에게 '당신은 역시 쓰레기'라며 아픈 속내를 드러내는데요, 하지만 김항아의 입장을 모르는 이재하는 그 '쓰레기'라는 말에 상심합니다. 남에게 마음을 보여준 적이 없던 이재하가, 김항아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며 말했던 그 단어를 이렇듯 쉽게 떠벌리는 모습에서 이재하 역시 마음의 상처를 입고말지요, 그래서 이대로 북으로 돌아가라며 김항아를 윽박지르고 맙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이 됐습니다. 그 중심엔 비서실장 은규태가 있지요.
 
작금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은규태는 하지만 진실 대신 자신의 현실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단지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는 이유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어린시절부터 이재하를 지켜본 은규태는, 이재하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이재하가 클럽M 의 마수가 뻗어오는 이 난국을 해결할 그릇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요. 그는 선왕의 영정 앞에서 '이게 최선이었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진실과 현실 사이에 가로 놓인 최선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극초반 클럽M의 맹주 존메이어는 이재하(이승기 분)에게 만년필을 선물합니다. 이재하의 유년시절 그를 찔렀던 바로 그 만년필을 선물함으로써 이재하에게 극도의 공포를 선사하려는 의도였는데요, 헌데 이재하는 그 만년필을 버리듯이 되던져주며 '난 그런 일 따윈 아무리 어려도 안당합니다'라며 무시해버리지요, 심혈을 기울였던 자신의 섬세한 연출이 황당하게 좌절되자 존메이어는 당혹스러움을 견딜 수 없었지요. 악역을 다루는 이재하의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은규태에게 완전히 휘둘리고 있는 이재하는, 은규태를 어찌 감당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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