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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더킹투하츠, 시청률 반등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요즘 수목극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근소한 차이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3사의 드라마가 모두 나름의 매력을 뽐내며 선전하고 있지요. 당초 더킹투하츠는 수목극 중 시청률 1위로 쾌조의 출발을 보인 바 있었지만, 10회가 진행된 현재는 최하위를 기록 중입니다. 이는 경쟁작들의 빼어난 작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킹투하츠가 남북관계라는 딱딱한 주제 속에서 로맨스를 상실했던 이유도 큰 몫을 했습니다.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하지원과 이승기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겉도는 이야기 속에서 극의 갈등 구조가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특히 극 초반 남북간의 대결구도는 남남북녀와의 로맨스라는 당초 주제와도 혼동을 주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왕이었던 이재강이 시해된 이후, 두 주연 남녀는 자신들의 대결 구도를 확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남북 대결이 아닌, 한민족 대 클럽 M 이라는 확실한 선악구도가 잡힌 거지요.

이 대결이 있기까지 주연 배우들은 험난한 길을 걸어와야 했습니다. 삶 자체가 진지하지 못했던 이재하는 늘 삐딱한 모습으로 김항아에게 상처를 주었고, 김항아는 숱한 고난을 겪어야만 했지요. 신뢰를 주지 못하는 남자주인공의 캐릭터는 언뜻언뜻 비쳤던 러브라인조차 불안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이제야 분명하게 정립된 선악구도 속에서, 되찾아야 할 연인과 극복해야 할 대상을 목전에 둔 이재하는 온전히 자신의 운명에 맞서게 됩니다. 그동안 제작진은 '존마이어'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느라 많은 눈총을 받았습니다. 그의 예측할 수도, 납득 할 수도 없는 파탄난 정신 상태를 강조하기 위해 황당한 마술쇼와 혐오스러운 광기를 수차례 보여줬지요. 매력적인 악역을 추구하는 요즘 추세에 맞지 않게, 이해하고 싶지 않은 무조건적인 절대 악을 묘사하느라 시청자에게 부담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그 절대악이, 그동안 신뢰를 주지 못했던 이재하 캐릭터와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그동안 애매했던 대결구도가 확실하게 구축됐지요.

 

덕분에 이재하는 철부지 안하무인 캐릭터를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존마이어와의 독대에서, 대책이 없어보이던 절대악의 광기를 통쾌하게 압도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로 일어서게 되지요. 현재 이재하는 사면초가의 상태입니다. 비서실장은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으로 돌아간 김항아는 뒤늦게 유산한 사실이 알려졌지요.

 

하지만 반전의 실마리는 선명합니다. 자신을 신뢰하고 응원하는 조력자 은시경, 김항아에게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된 왕실가족, 그리고 김항아의 진심을 깨달은 이재하 자신이 있지요. 더구나 이러한 반전의 과정에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정서가 가세했습니다. 한민족을 우습게 보는 다국적 군산복합업체 클럽 M 과 남북연합의 대결이 그것이지요. 외세에 시달리는 와중에 내부분열까지 겪으며 내우외환의 아픈 역사를 반복했던 우리네 슬픈 역사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남북 화해와 외세극복의 이야기는, 아직도 확고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위로가 될 법한데요, 왕을 죽이고 그 사실을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절대권력 클럽 M에 절대로 기죽지 않는 왕의 당찬 모습은, 강대국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휩쓸렸던 우리네 슬픈 근대사에 대한 유쾌한 일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남남북녀의 달달한 로맨스 속에서 유쾌한 전개가 전제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미 두 사람의 섬세한 연기력은 극중에서 누차 확인돼 왔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있기까지 길고 긴 프롤로그를 보여줬던 더킹투하츠, 남남북녀의 본격적인 사랑과 도전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