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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김구라 하차, 붕어빵과 달랐던 불명의 이별방식

 

                   김구라 보내는 방식

 

전격적으로 방송하차를 선언했던 김구라의 마지막 방송분량이 어제 나란히 전파를 탔습니다. 불후의명곡2(이하 불명)와 붕어빵인데요, 그런데 두 방송은 편집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줬지요.

명백한 범죄사건에 휘말려 하차한 경우에는, 이미 촬영이 완료된 분량이 있어도  대부분 편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약으로 입건됐던 김성민의 경우, '남자의 자격'에서 그의 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그의 단독 분량은 모조리 편집되었고, 전체샷으로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포착될 경우에는 아예 검은 장막으로 CG처리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원정도박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신정환 역시 라디오스타에서 얼굴을 만나기 힘들었는데요, 당시 다른 출연자의 모습에 절묘하게 가려지는 촬영각도를 활용하는 등 모든 장면들을 섬세하게 가려내는 방송편집은, 시청자로부터 '편집의 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통상 출연자가 범죄 사실에 따른 갑작스런 하차의 경우에는 이른바 '통편집'으로 출연 부분을 삭제하여 방송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김구라는 범죄사실이 아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 스스로 하차한 경우지요. 여기에는 저마다의 가치판단이 개입된 모호성이 포함돼 있습니다. 어쨌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한 불명과 붕어빵의 관계자는 방송을 앞두고 그의 출연분량을 최소화하여 편집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두 프로그램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붕어빵에서는 김구라의 모습을 과감히 편집하고 아들 김동현군 위주로 방송을 내보낸 반면, 불후의 명곡2에서는 김구라를 오히려 부각시키는 모습이었지요.

 

불명에서 김구라는 신동엽과 뚜렷한 역할분담을 해왔습니다. 신동엽이 무대의 진행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동안, 김구라는 대기실에서 가수들과 환담을 나누며 무대 뒷이야기를 이끌고 있지요. 객석과 대기실로 이원화된 이러한 역할분담은 불명이 음악과 예능의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구라의 분량 축소는 퍽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요, 어제 방송에선 오히려 김구라의 예능방식을 추켜세워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인상적인 입담을 선보이고 있는 노브레인 보보의 예능감이 살아난 이유는 김구라를 멘토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요. 김구라는 '구라신'으로 격상되기까지 했습니다. 김구라가 오히려 머쓱한 듯 민망하는 분위기가 연출됐지요.

불명의 가수 대기실이 더욱 활기찰 수 있었던 이유는 김구라-문희준 콤비의 척척 맞는 호흡덕분인데요, 이날도 문희준이 김구라의 성대모사를 보여주자 김구라는 문희준의 로보트춤으로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문희준은 김구라 막말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는데요, 김구라의 막말 탓에 서로 껄끄러웠던 두 사람은 예전 SBS절친노트에서, 쉽지 않았을 사과와 수용을 했고 이제는 방송에서 만담콤비를 이루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명 제작진은 언제나처럼 이러한 대기실 풍경을 가감없이 모두 방송했지요.
김구라의 분량을 줄이기 보다, 오히려 그의 멘트와 다른 출연자들의 김구라를 향한 멘트까지도 적극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막말논란으로 어쩔 수 없이 하차하지만, 그가 불명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그의 존재감이 어떠한지를 마지막 방송에서 되새겨주는 듯한 인상이었지요.

 


김구라는 늘 대기실에서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만들어왔습니다. 남녀 가수간에 러브라인을 유도하기도 하고, 대결구도를 엮기도 하지요. 참가가수들은 대기실에서 진지하게 노래만 듣는 게 아니라 김구라와 함께 예능토크를 했지요. 덕분에 참가가수들은 시청자에게 노래만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스토리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불명의 출연가수들은 합류와 하차가 자유롭습니다. 이날 방송에선 샤이니 태민이 이별인사를 했는데요, 그가 마지막 인사를 하자 방송자막에는 언제나처럼 똑같은 문장이 나타났지요. '잠시의 이별' 신용재가 떠날때도 허각, 강민경이 떠날때도 어김없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이 표현은 불명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떠날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불명만의 이별방식이지요. 그런데 이는 MC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나 봅니다. 마지막 모습이기에 더욱 그의 편집을 더 보여주는 불명만의 방식 그대로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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