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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2 박완규, 예능감 제로와 생방송 굴욕에도 1위 차지

 

나가수2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모든 무대가 끝난 직후, 한 중년의 방청객은 '김건모씨 팬인데요, 오늘 팬심을 저버리고 다른 분을 찍었다'며 박완규의 무대를 극찬했습니다. 이때 방송 화면에는 과장된 슬픔을 재치있게 표현하는 김건모의 얼굴이 나왔는데요, 김건모는 진지하기만 했던 자신의 무대가 끝난 직후 박명수가 '3위안에 들것 같냐'고 질문하자 '지금 대기실로 쓰는 방이 예전에 립스틱 발랐다가 떨어졌던 방'이라며 예기치 못한 답변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용조용하기만 정엽도 MC의 요구에 특유의 손목돌리기 퍼포먼스를 수차례 선보였습니다. 이렇듯 나가수2에 출연 중인 많은 가수들은 곤란한 상황이나 난감한 질문을 겪어도 저마다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나가수를 '가수들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시즌2의 콘셉트에 따라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박완규가 이 축제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소 달랐습니다.

 

 

이날 박완규가 미소를 보여준 순간은 막내가수 정인의 무대를 지켜본 직후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엄숙했습니다. 방송국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때도, 대선배 박상민의 무대를 지켜보면서도, 청중들의 환호 속에서 무대에 올라왔을때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까지도 그는 한결 같이 냉랭하고 차가운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오죽하면 호통개그의 대명사 박명수조차 '박완규씨, 예능프로에서 말씀을 하셔야지요'라며 조심스레 달랠 정도였는데요, 하지만 무대를 끝내고 나온 박완규에게 건넨 박명수의 질문은 또다시 허공에 맴돌고 말았습니다. '무서워서 못물어보겠는데, 하나만 물어볼께요, 3위안에 들거 같아요?'라고 묻는 박명수에게 박완규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지요.

이날 박완규는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봄비'를 선보였습니다.
무대를 앞두고 박완규는 비장해보였습니다. '마흔이 돼서야 이 노래를 알아듣게 됐다'며 ''신중현 선생님의 음악세계를 표현할 수 있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박완규의 눈빛에선 경건함마저 읽혔습니다. MC이은미조차 '오늘 박완규씨는 이 노래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열심히 한 것 같다'며 '누가 말도 못시키게 본인의 감정을 쭉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봄비'라는 단어하면 으레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설레임이 떠오를 법한데요, 이날 박완규가 펼쳐낸 봄비는 상처입은 남자의 고통스러운 눈물과도 같았습니다. 외로움에 사무친 쓸쓸한 눈물과 더불어 흘러내리는 봄비였지요. 그 고독을 통렬하게 노래하던 박완규는 기어이 상처입은 짐승처럼 절규했는데요, 그 고통스런 절규의 끝에서 그는 털썩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의 무대에서 흔치 않은 퍼포먼스였지요. 봄비에 젖은 고독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의 이 퍼포먼스는, 하지만 카메라의 외면을 받고 말았습니다. 무너지듯 비참하게 쓰러지는 그의 모습은, 기타리스트의 확대샷으로 순식간에 넘어가면서 잔상으로 남고 말았으며, 무릎끓은 채 감성에 젖은 모습조차 기타리스트를 향한 클로즈업 장면 속에서 잠깐 스쳐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생방송의 굴욕이었지요. 하지만 카메라의 미숙한 연출도 그의 절절한 감성을 왜곡할 순 없었습니다, 그는 시청자문자투표와 청중평가단의 합산 점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요,

 


그는 1위 소감으로 지난 나가수2의 첫방송 무대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천년의 사랑'을 온전히 집중해서 부르지 못한 것이 내내 걸렸는데, 그 안타까운 마음을 이번에 '봄비'를 통해 제대로, 진심으로 불러 드릴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지요. '진심'을 다하기 위해 감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내내 긴장했던 박완규가 비로소 활짝 웃었습니다.
나가수2는 분명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성의 전달이 요구되는 음악프로그램이기도 하지요. 이날 박완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가수2의 축제에 참여했고 그 결과 1위를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