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2.05.18 07:00

 

 

 

은시경(조정석 분)이 반전의 열쇠로 떠올랐습니다. 조국을 능멸하고 선왕을 시해했으며 아버지를 농락했고 왕을 절망에 빠트렸으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존마이어. 은시경은 그와의 질긴 인연을 끝장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로 작정했지요.

 

그런데 스스로를 버리기 위해선 선행돼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벽과 아픔을 용서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것일 텐데요, 이날 은시경이 화해한 대상은, 아버지와 이재하, 그리고 공주였습니다.

 

우선 은시경은 증오와 원망의 아이콘이 돼버렸던 아버지와 화해했습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던 아버지를 찾아가 살갑게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겠지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순간, 원망했던 마음조차 삶의 질긴 인연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유년시절부터 아버지께 가져왔던 콤플렉스를 고백했고, 이제야 비로소 독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약에 제가 무슨 일을 당해도 절대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버진 아버지고 전 저에요'라고 말하는 은시경에겐 더 이상 원망의 마음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은시경의 두번째 화해는 이재하였는데요, 왕 이재하는 은시경에게 우정을 요구해왔지만 은시경은 스스로 벽을 만들어 그 우정을 외면했었습니다. 그는 이재하에게 우정 대신 충성만을 바쳤었지요. 하지만 이재하가 여전히 은시경에 대한 우정에 집착하면서, 이제 목숨을 바치려는 은시경을 절대 놓아주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은시경은 스스로를 가두었던 벽을 허물고 우정으로 부탁하지요. '이재하! 넌 평생 친구나 찾으면서 살어, 너 지금 김항아 없어지니까 나도 잃을까 봐 무서워진 거잖아. 나 죄책감 같은 거 이미 진작에 버렸거든. 그러니까 너도 좀 정신 좀 차리라고' 이에 이재하가 분노의 눈길로 쳐다보자, 늘 왕 앞에서 자신을 숨기기만 했던 은시경은 비로소 친구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지요.

 

 

 

은시경이 마지막으로 화해한 것은 스스로의 상처이자 영원한 동경인 공주였습니다. 별똥별보다 반짝반짝 빛났기에 시선을 뗄 수 없지만, 별똥별만큼이나 멀리 있기에 스스로 공주에 대한 선을 그었던 은시경인데요, 모든 것을 내려 놓자 비로소 은시경은 공주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 오빠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며 자책하고 있는 공주는 힘없고 초라한 모습이었는데요, 그 공주에게 은시경은 언제나처럼 뻔하고 교과서 같은 말을 합니다. '공주님 탓 아닙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공주는 은시경의 뻔한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그래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주는 울음을 터트릴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하는 눈물이었지요.

 

그런 공주에게 은시경은, 당분간 휴가를 떠난다며 숙제를 내줍니다. 매일 '내 탓이 아니다' 백번 말하기, 하루에 세 번씩 웃기, 재활치료 빼먹지 않기, 노래도 다시 시작하기.. 등등 하나씩 숙제를 말해주던 은시경은, 이제 공주를 떠나야 하는 자신의 현실과 홀로 남겨질 공주의 현실에서 버거움을 느낍니다. 은시경의 버거움을 본능적으로 느낀 공주는 은시경에게 살짝 위로의 입맞춤을 해주는데요, 그런데 입맞춤을 해준 공주는 수줍음을 숨기려 애써야 했지요. 이에 은시경은 공주의 수줍음을 자신의 키스로 덮어줍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서 이뤄진 짧은 키스였지만, 그 짧은 교감의 순간, 은시경은 전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마당에 생의 지독한 미련을 남기게 된 것을 느낀 거지요. 자기 자신과 공주에게 말입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은시경은 두려움 속에서 뒷걸음질치며 물러납니다. 그리곤 깊은 죄책감 속에서 공주에게 사과하지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공주는 은시경의 사과를 온전히 접수하지 못합니다. 언제나처럼 고지식하고 답답한 캐릭터, 은시경의 순박함으로 이해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공주는 그 사과를 받지 못합니다. 물론 공주는 그 사과의 의미를 알았더라도 받지 않았겠지요.

 

죽음을 결심하고 세상과 화해하던 은시경은, 이렇듯 마지막에 공주와의 화해에 실패했습니다. 깊은 밤 홀로 괴로워하던 은시경은 무언가 글을 적는데요, 공주에게 남기는 편지일까요, 어쨌든 공주는 은시경이 풀지 못한 마지막 숙제이자 생의 증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은시경은 이재하와 최후의 미션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존마이어의 자택에 침투하여 일부러 붙잡히지요. 궁지에 몰린 존마이어는 이미 은시경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은시경에 대한 인간적 매력, 그리고 자신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이재하에 대한 열등감 탓에 존마이어는 은시경을 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유와 협박으로 은시경을 이용하고자 하지요.

 

이제 계획대로 이재하에게 총을 겨눈 은시경, 그 장면을 통해 열등감을 치유 받은 존마이어의 득의양양한 미소, 이들의 숙명적인 대결은 이제 종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더킹은 그동안 상당히 불친절한 드라마였습니다. 극중 인물들을 깊은 고난과 절망으로 이끌면서 시청자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는데요, 안방극장에선 익숙치 않은 스릴러였지요. 그만큼 그 반전의 폭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비장하게 죽음을 준비했던 은시경의 노고도 헛수고에 머물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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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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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못 2012.05.18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번 감탄하면서 분석 글 읽고있습니다.
    은시경 캐릭을 아끼는 시청자로서, 님의 막줄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비장하게 죽음을 준비했으나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 희망 말이죠. ^^;;

  2. wow 2012.05.18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석이 짱이십니다. 님의 해석을 보고나니 감동이 배가 되는군요.
    같은 드라마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해석이 되는걸 보면서.
    좋은 드라마는 시청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도 느낍니다.
    은시경 캐릭터 ..참 매력적이에요

  3. 라떼순이 2012.05.18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넘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담아갈께요
    놀러오세요

  4. 알츠 2012.05.18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글 너무 잘 썼네요. 감사합니다.

  5. 2012.05.18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방사수를 못해서 제머리속에 줄거리가 엉망인 상태로 어제 끝부분만 보고 깜짝 놀랐는데
    포스팅 보고 한번에 머리속에 그려졌어요
    은시경도 주인공이니 살려주었으면 좋겠다능 ㅠㅠ
    글 너무 잘봤어요 ^^

  6. 2012.05.18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 볼때보다 더 뭉클했어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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