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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김태희도 이기적일수 밖에 없는 세상

 

 

 

독실한 천주교신자로 알려진 김태희의 신앙고백이 화제입니다. 그녀는 최근 천주교 소식지인 '서울주보'에 자신의 신앙과 관련된 심경을 진솔하게 밝혔는데요, 스스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때로는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신앙인으로서 의무를 잊고 산 것과 그동안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백을 하는 그녀의 조심스러운 심경도 엿볼 수 있습니다. '종교는 누가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하느님을 만나면서 느끼게 된 이 기쁨을 모두가 느낄 수 있게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지요.

 

오늘날 이땅에는 많은 종교인들이 있지만 딱히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 종교의 빈자리에 들어선 것은 소위 과학과 논리입니다. 강력한 과학과 논리로 무장한 사람에게 종교는 한낱 우스운 존재가 되기 십상입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쉽게 '그것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선언하는 것이 어느덧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시선이 흩고 지나간 자리에는 믿을만한 것이 도통 남아있지 못합니다. 그 대신 회의론이 자리잡지요. 그래서 불신은 찬양되고 회의적 시각은 지성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혹자가 자신의 종교적 혹은 생활의 신념을 고백하면, 그 신념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지 쉽게 논파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유명한 공인이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면 쉽게 냉소와 비아냥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공인이 자신의 신념을 밝히기란 점점 두려운 일이 되고 마는데요, 김태희가 스스로 '이기적'이었다고 고백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부터 이효리는 채식과 동물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효진도 비슷한 신념을 이야기했고, 앞서 언급했듯 김태희는 종교적 신념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무언가를 실천한다는 점이지요.

 


논리적 잣대를 들이대며 회의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은 유치원생도 아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냥 좋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워 본 다음에 '그것이 좋더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 몇주째 공원에 나가게 되면 담배꽁초를 줍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봉사한다는 거창한 동기는 없었고 그냥 한번 해본 일인데, 스스로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되어 이후부턴 기회가 될때마다 자꾸 줍게 되더군요. 실천한다는 것의 청량한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것입니다.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너무 쉽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적인 습관이라고 단정하지요. 이러한 문화속에서 냉소와 허무주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인터넷 댓글에서 특히 이런 경향을 많이 보게 되지요.


만약 우리가 오직 실제로 경험해본 것만 논평한다면 대책없는 회의론에 빠지진 않을 것입니다.

저는 천주교의 신앙에 관심이 없고 채식주의자가 될 계획도 없습니다. 그래서 전 천주교를 통해 김태희가 어떤 기쁨을 느꼈는지, 이효리와 김효진이 채식을 하면서 왜 행복한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평가하는 대신 존중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념을 이야기하면 냉소와 비아냥이 이어지는 요즘에도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그 밝힌 것을 실천하고 있으니까요, 실천없이 말만 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입니다. 때론 무책임하기까지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