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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박태환, 수영보다 힘든 인터뷰

 

 

 

박태환 선수와 김연아 선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선수는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이들은 경기를 앞둔 긴장된 순간에조차 카메라에 노출돼야 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스포츠는 멘탈이 중요합니다. 수년간 흘린 땀과 눈물이 단 한번에서 결판나는 냉엄한 현실 앞에 서야하지요. 그 승부의 순간을 앞두고 선수들은 온전히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뭘할지, 미래는 어떻게 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이 순간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는 것에 몰입해야 겠지요. 헌데 국민스타의 댓가는 이들에게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2008년 김연아선수의 경기를 독점 중계했던 SBS는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과잉취재논란을 낳은 바 있습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실 복도에서 연습하는 김연아의 모습까지 취재하는가 하면, 경기를 마친 후 울먹이며 대기실로 향하던 그녀를 뒤쫓아가 집요하게 카메라로 담는 모습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인지 선수를 괴롭히는 것인지 애매해보였습니다.

 

요즘 런던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영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MBC의 열의가 대단한데요, 방송인 박은지는 박태환선수가 우승하면 수영복 차림으로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 정도로 공을 들였었지요. 그도 그럴것이 이번 올림픽 출전 선수중 인지도나 인기면에서 독보적인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독점 중계하게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것이 방송국의 입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MBC는 이틀전 박태환선수의 실격 사태로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실격 사유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명확히 분석하지도 못한 채, 영문을 몰라 곤혹스러울 박태환 선수에게 이유와 소감을 캐묻는 우를 범했었지요. 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이 있었지만, 어제 인터뷰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혼신의 역주를 한 직후 숨을 헐떡이는 상황에서 '어제 왜 울어야 했는지' 답변해야 했던 박태환 선수의 현실이 민망했습니다. 또한 당황스럽고 난처한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 애쓰는 박태환을 보며, 그에겐 수영 외에도 신경쓸 것이 참 많겠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에 가쁜 숨을 참아가며 밝은 미소로 성의있게 답변하고자 노력하는 청년의 모습은 눈물겨웠습니다.

 

아직 20대 초반임에도 자신에게 향해지는 국민적 관심을 알기에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에 앞서 성의있는 인터뷰에 집중하는 그가 자랑스러우면서도, 그에게 이렇게까지 인터뷰를 요구하는 방송진행이 개탄스럽습니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비슷한 나이로, 우리나라에선 불모지와 다름없는 피겨스케이팅과 수영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우뚝 선 스포츠 영웅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만의 승부 못지 않게 국민적인 기대와 관심도 총족시키느라 더욱 큰 부담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쉽지 않은 무거운 짐이지만 이들은 국민의 관심에 늘 부응하고자 애쓰고 있지요.

 

힘든 인터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박태환은 '죄송해요. 내일 물어보시면 안될까요'라며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고, 어제는 은메달을 따내고도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했던 외로운 영웅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웅들이 자신만의 승부에 온전히 자신을 내던지는 것에만 신경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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