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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박태환, 메달색깔보다 아름다운 긍정 에너지

 

 

 

'금도 따고 싶었지만 전 그래도 은색이 더 멋있는 것 같애요. 금은 색깔이 좀 구려요(웃음)'
수영 불모지인 한국을 대표해서 메달을 2개나 목에 건 자랑스런 청년이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내놓은 유쾌한 대답입니다.

 

어이없는 실격파문으로 마음조차 추스르기 어려웠을 박태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m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냈었지요. 담담한 듯했지만, 힘겨웠던 하루를 마치고 인터뷰를 할때에는 눈물을 훔쳤었지요. 그 힘든 상황 속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기어코 메달까지 따낸 박태환 선수를 두고 뭇 사람들은 그를 '멘탈갑'으로 인정했습니다. 힘든 걸 내색하지 않는 긍정의 힘...그 유쾌한 에너지는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여전했습니다.

한때 박태환이 우상이었다던 쑨양은 '앞으로 박태환은 나를 영원히 못 이긴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는데요, 여전히 쑨양이 박태환을 의식하며 박태환을 떨치고자 애쓰는 것을 보면 쑨양에게 박태환은 어쩔 수 없는 영원한 우상인 듯 싶습니다. 이런 쑨양과 200m 준결승에서 나란히 경기를 치렀던 박태환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내게 졌다하더라도 세계적인 선수가 훈련할 때 나를 생각해주고 견제한다는 것이 내게는 큰 영광이다'라며 수영선배로서의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박태환의 겸손한 태도는 200m 결승에서도 한결같았지요. 야닉 아넬이 최종 우승을 차지하자, ‘언제 1분 43초 06찍는 선수랑 이렇게 레이스 해보겠냐’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이미 수년간 세계적인 수영스타로 살아온 그는 진정 수영과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인가 봅니다.

 

그는, 도박사들이 자신의 성적을 5위로 예상한 것을 두고, 절대 5위는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지요, 차라리 6위나 7위를 했으면 했지 절대 5위는 안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도박사들 틀리게 해서 기쁘다'는 유쾌한 청년이기도 합니다. 또 인터뷰 내내 맑고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이룩한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정말로 최선을 다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은메달 시상식 직후, 자신의 성적에 만족한다며, ‘개인 기록도 못 깨고 무슨 최선이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라며 밝게 웃는 얼굴에는 어떤 여한도 남아있지 않았지요. 진정 최선을 다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올릭픽의 전통적 주력종목은 육상과 수영입니다. 그리고 수영의 꽃인 자유형, 지금까지 백인선수들의 잔치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박태환은 아시아인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던 인물입니다. 물속에서 묵묵히 이뤄내야 하는 혼자만의 싸움, 초단위로 결과가 판가름나는 피 말리는 승부, 2m장신들이 즐비한 선수들 틈에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을 동시에 제패했으며 아시아 첫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였던 박태환은 4년만에 돌아온 올림픽에서 메달의 색깔보다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에 집중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서봤던 사람으로서의 면모겠지요.

 

선구자는 늘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전례가 없기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의 의구심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아시아인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자 중국에서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박태환이라는 롤모델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아직까지도 한국에선 그의 뒤를 이을 재목이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박세리가 최초로 LPGA에서 우승하자 수많은 박세리키드들이 그녀의 뒤를 잇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수영계에선 몇년이 지나도록 박태환 선수만이 홀로 독보적입니다. 박태환 선수 이후에도 한국인이 올림픽의 수영 종목을 밤새워가며 응원할 날이 또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어쩌면 박태환과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2미터 장신들 사이에서 유난히도 작아보이는 박태환 선수지만 유독 한국인에겐 거인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