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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홍석천이라는 불편함에 대한 폭력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선수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월등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러모로 힘든 여건을 딛고 쟁취한 영광이기에 감동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계신 부모님에 대한 따뜻한 효심은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양학선선수의 사연이 알려진 후, 특정 라면에 담긴 사연을 접한, 라면 회사는 라면을 기증했고, SM그룹은 아파트를 선물하기도 하는 등 그에 대한 온정과 관심이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홍석천 또한 양학선선수와 부모님을 자신의 가게로 모셔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뜻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는데요, 이 트윗에는 그의 성 정체성과 관련된 모욕적인 악플이 쏟아졌습니다. '홍석천이 게이이므로 양학선선수는 초대에 응하면 안된다, 위험하다' 등의 반응이었지요. 이에 홍석천은 '게이인 내가 남자선수들 응원하면 그런 시선으로 볼수도 있구나'라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당초에 홍천석이 남긴 트윗내용은 '양학선 선수와 부모님 다큐 프로를 봤다. 눈물날 뻔했네.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양선수 부모님이 너무 좋은분이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생각났다. 시골 분들은 늘 똑같다. 자식 잘되고 건강하길 바라며 당신들의 인생을 자식에게 다 바치는.. 가게에 식사 초대해야겠다'이었는데요, 사람들은 그의 글은 보지 않고 그의 정체성만을 본 셈입니다. 차라리 그의 글 자체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해서 나온 비난이라면 홍석천도 덜 억울할 것합니다. 하지만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모든 것이 함께 재단되고 평가되는 현실은 부당할 수 밖에 없지요.

 

일본인들은 같은 일본인일지라도 다른 지방 사람에 대해선 무슨 옷을 입든 어떻게 행동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같은 마을, 같은 동네 사람에게 비슷비슷한 삶의 방식을 기대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왕따(이지메)라는 것이 처음 생긴 곳이 일본이듯 같은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특출한 사람은 외면받는 곳이 일본이라는 지적이 많지요.

이는 오랜동안 각 지방 별로 완전히 독립된 채 살아왔던 일본의 역사적 경험 탓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데요, 이에 반해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탓인지 누군가가 한국인이라면 그가 해외에 살던 어디에 있던, 전체주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 특출나거나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때로는 참견이나 간섭 이상의 비난을 보내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혹자는 한국의 거리에선 지체부자유자가 거의 눈에 띄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외국에 비해 이들의 절대적인 비율이 유독 낮을리가 없을텐데도 한국에선 지체부자유자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불쌍해서 쳐다보건 이상해서 쳐다보건, 유독 한국인은 일반인들과 다른 모습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바라는 것은 동등한 시선입니다. 선의의 시선일지라도 일반인과 다른 게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불편하고 힘든 일이지요. 장애인이 어떤 노력이나 행동을 했을때 그 노력과 행동만을 봐주면 좋은데 그 노력과 행동이 장애인의 것이라 하여 연민이든 관심이든-어쨌든 일반인과 다르게 보는 순간, 당사자는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홍석천은 이렇듯 다양성과 특이함이 존중 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숨겨오다가 십수년전 용기를 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댓가로 그는 일반인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그냥 일반인의 말이 아니라 동성연애자의 말이 되고 맙니다. 가해자가 스스로 폭력인 걸 모르고 휘두르는 폭력은 더욱 잔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이해서 무심코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지독한 모멸감이 될 수 있을텐데요, 하지만 오래전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은 뭇사람의 악플에도 '그럴 수도 있겠노라'며 스스로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땅에는 남들과 달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단지 보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폭력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름이 존중받는 문화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