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아랑사또전 강문영, 드라마의 성격을 뒤바꾼 섬뜩한 광기

 

 

 

자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보라는 옥황상제의 숙제를 떠안고 다시 살아난 아랑(신민아 분)은 김은오(이준기 분)와 아웅다웅 부대끼며 함께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서게 됩니다.

 

모모동자, 요즘말로 마마보이를 일컫는 말일텐데요, 아랑은 밉상 김은오에게 모모동자였지 않냐고 다그치지요. 이 말에 김은오는 뜨끔합니다. 남의 일에 관심도 없고 인정머리 없는 이 남자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이가 바로 자신의 어미였지요. 그래서 먼 밀양 땅까지 어미의 흔적을 찾아나섰고, 어미를 찾기 위한 실마리를 지닌 '잡귀' 아랑을 돕기도 했습니다. '너네 엄마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니가 꼴 보기 싫어서 떠난거지?' 화난 아랑이 내뱉은 이말에 김은오는 지난 날의 트라우마가 되살아 납니다. '어머니 같은 거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잖아?'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할 수 없었던 엄마의 존재 때문에 김은오는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못하는 외톨이로 살아 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채 어미를 그리워하는 김은오지만, 김은오 모자에겐 큰 비극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아랑의 죽음에 결정적으로 얽혀 있는 김은오의 어미(강문영 분)가 가진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김은오는 아랑과 어미를 사이에 두고 가혹한 선택을 해야 할 운명입니다.

 

헌데 어제 방송에서 단연 인상적인 것은 배우 강문영의 존재감입니다. 한날 한시에 부모와 형제, 조카를 모두 잃었던 그녀는 평생을 복수심에 사무친 광기로 살아가는 가련한 여인인데요, 하지만 김은오의 추억 속 어미는 늘 단정하고 꼿꼿한 자세였습니다. 투정부리는 자식 앞에서도 늘 냉냉한 듯 차분한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자신의 온가족이 몰살당한 날, 사무쳤던 한이 어쩔 수없이 폭발하며, 자식 앞에서 광기를 드러내고 말았지요. 하지만 대개의 나날은 자신의 원한을 안으로만 삭이며 복수를 준비해온 그녀인데요, 그래서 그녀의 냉랭한 눈빛 너머에는 섬뜩한 광기가 엿보입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후 김은오의 추억속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다시 등장한 그녀의 광기는 한층 짙어졌는데요, 음울하게 비쳐지는 그녀의 눈빛이 주는 섬뜩함은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였지요. 

 

윤달 보름달이 뜬 밤, 아랑은 맑은 영의 제물을 바치는 수상한 의식의 희생양이 되어 가슴에 칼을 맞고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소동의 주범은 최대감의 아들 주왈(연우진 분)이었지요. 두려움에 떨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듯 주저하며 아랑을 제물로 바친 주왈 앞으로 음습한 기운의 여인이 등장하지요.

 

 

이 여인은 놀랍게도 김은오의 어미였고, 그녀의 모습은 어린시절 김은오의 추억속 단정한 자태의 어미가 아니라 음산하다 못해 표독스럽기까지 했지요. 영이 맑은 제물을 탐하는 그녀가 주왈이 바친 제물에 대한 기대로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제단에 도착했을때 아랑은 사라지고 없었지요. 이 상황을 보며 지긋한 미소에서 갑작스레 굳어지는 입매와 표독스럽게 변해가는 그녀의 눈빛은, 피를 흘리고 머리를 산발한 소복차림의 귀신보다 몇배는 더 강렬한 무서움을 안겨줬지요. 눈빛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섬뜩함이 가득했습니다.  

 

 

30대에 요절한 천재화가 제리코의 역작 '미친 여인'을 보면, 그림 속 여인의 눈빛엔 깊은 광기가 선명합니다. 대개 광기라고 하면 폭발적으로 내뿜어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요, 그림 속 여인은 반대로 광기와 불안을 안으로 삭이고 있지요. 드라마속 강문영의 눈빛에도 이런 강렬함이 있습니다. 극 후반 황당한 상황 탓에 분노하며 광기를 폭발하기는 했지만, 그 직전까지 보여준 그녀의 눈빛 역시 보는 이를 불안감으로 몰아넣는 섬뜩한 광기가 뚜렸습니다. 안으로 안으로 삭여 영혼을 좀먹어온 지독한 광기, 그런 광기를 볼 수 있기에 아랑사또전이 단순한 명랑귀신극에 머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아랑사또전' 티저 예고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