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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안철수 불출마 종용?, 구태정치에 포위된 안풍

 

 

 


어제 문재인씨가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1위를 하며 당내후보로서 대세를 굳혔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 뉴스는 이내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 소식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정치면 기사에서 감동과 반전을 느껴본 지가 퍽 오래된 것같습니다. 구태정치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지요, 문득 10년전 민주당 광주 경선 장면이 떠오릅니다. 당시 광주 경선에선 노무현이 1위를 차지 했습니다. 이에 당권파인 한화갑은 광주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며 후보를 사퇴했고 상대적으로 인지도에서 앞서던 이인제는 이후 지지세가 확연히 꺾이기 시작했지요. 노풍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2002년, 광주는 노무현을 선택했다'란 뉴스의 헤드라인은 퍽 신선해 보였지요. 2002년 봄에는 주말마다 민주당 경선 장면이 생중계 되면서 흥행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지대했던 시절이었지요.

 

 

물론 당시에도 구태정치는 여전했습니다. 들불처럼 번지던 노풍이 각종 정치공세에 꺾이면서 위태로워지자 민주당 내부에선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가 발족되면서 노무현을 밀어내고 무소속 정몽준씨를 추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력히 일기도 했지요. 어제까지 같은 당이었고 한배를 탄 동료였던 후단협은 노풍의 위기를 참아주지 못했습니다. 정치철학보다는 이권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생리를 보여주는 단면이지요.

 

안풍 역시 이런 구태정치의 소용돌이 속을 거치고 있습니다.
어제 새누리당의 한 공보위원이 안철수씨의 측근에게 대선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에 해당 공보위원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친구끼리 있었던 농담이라고 해명했지요. '여자관계와 뇌물 받은 걸 폭로하겠다'는 농담을 즐기는 우정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선캠프의 공보관이 상대진영의 변호사에게 건네는 순간 이것은 결코 농담이 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시대에 상식이 존재하는지는 다소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민간인 사찰 사실이 알려지고, 여당의 관계자가 선거 직전 선관위의 홈페이지를 해킹해도 쉬이 잊혀지는 작금의 시절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하지요.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것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런 세상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겨준 숙제는 여전히 미완으로 남겨진 채 오늘도 우리는 익숙한 구태정치를 구경하고 있어야 하지요.

2002년 후단협의 압박을 딛고 노풍을 다시 살려낸 계기는 '포장마차 담판'이었습니다. 여론조사해서 단번에 후보단일화를 하자며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씩 마시고 빈잔을 머리에 털어버렸던 정몽준과 노무현의 합의에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물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몽준의 갑작스런 지지철회로 멋진 드라마에 '옥에 티'를 남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부터 몰아치고 있는 안풍이 진정 구태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선한 반전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이어간다면 피로현상은 필연적이겠지요. 안철수가 애초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근간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오만이 없었기 때문일것입니다. 30분 면담하고 바로 박원순에게 양보하는 모습은 예전 포장마차 담판과도 같은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헌데 근래 들어 안철수 측에선 민주당을 배제하고 홀로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해 제 풀에 무너졌던 경험은 한국의 현대사에 충분합니다. 노태우를 상대했던 DJ와 YS가 그랬고, 지난 대선에선 문국현이 그랬습니다. 박원순과 면담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안철수를 기대합니다. 구태정치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