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 2012.10.09 07:00

 

 

 

 

1여년간의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배가 요즘 아르헨티나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긴 인종차별도 없고, 빼어난 경관에 경제수준도 의외로 괜찮고 정말 살기 좋습니다. 유럽인들도 많이 와서 정착하고 있어요, 서울 외곽의 중소형 아파트 한채 값이면 추운 곳 더운 곳에 펜션 하나씩 사서 여유롭게 살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돈만 있으면 저도 눌러 앉아 살고 싶었습니다’

90년대 경제공황의 대명사 아르헨티나에 대한 전혀 새로운 평가가 의아했다. 또 다른 지인도 이에 동의했다. ‘아는 사람도 6개월 계획으로 남미 여행을 갔는데, 아르헨티나가 너무 좋아서 거기서만 5개월 머물렀데요’

 


 

갈 수만 있다면 이민가고 싶다는 후배의 말에, 살면서 전혀 고려해 보지 않았던 이민에 대해 생각해봤다. 헌데 난 의외의 의문이 생겼다. 한국에 살면서, 팍팍하고 힘이 부치는 점이 많지만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향유하거나 누려온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만약 그런 것을 깨닫는다면 오히려 고단한 한국에서의 삶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게 뭐가 있을까… 


먼저 캐나다로 떠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여긴 자연환경도 좋고, 여유롭고 다 좋은데.. 겁나 심심해, 도통 할게 없어’ 그렇다. 한국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유흥문화가 있다. ‘국제가수’ 싸이도 미국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술문화를 선보이며 월드스타들에게 신선한 문화충격을 줬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건 답이 될 수 없음을 안다. 몸버리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으로부터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아마 캐나다로 떠난 선배도 이내 화려했던 유흥문화에의 추억을 접고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며 새로운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20대후반부터 10년여동안 미국 동부에서 살다가 귀국한 지인의 말은, 나의 고민에 찬물을 끼얹었다. ‘십년동안 외롭게 살면서 친지들이 많이 그리웠다, 헌데 다시 한국서 살아보니, 친지들간에 서로 비교하며 아웅다웅 사는 것이 버겁다. 이제는, 외롭지만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미국시절이 그립다’


북적북적 부대끼며 사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허세를 부리고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고 있다. 친지간에도 ‘누구네 연봉은 얼마고, 누구 집은 몇평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올때면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주변과 비교당하며 아웅다웅 사느니 어느정도의 외로움을 감당하며 속 편하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지인의 말에 반론을 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편치 않은 마음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한국에 살면 좋은 이유를..

의외로 사람들의 대답엔 망설임이 없었다.

*모든지 최첨단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외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숱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코앞에 마트가 있고, 음식은 배달되고 조금만 가면 산책할 수 있는 산이 있고, 외국가면 이런거 즐기려면 한참 가야한다.

*미국의 경우, 대단한 관광지를 가봐야 좋은 자연환경만 있지 도통 즐길거리가 없다. 한국은 어디를 가든 등산하고 내려오면 동동주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즐비하다.
*외국에서 먹으면 도통 맛이 안나는 음식들이 많다. 흙 맛이 다르다. 한국인은 한국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도 우리말하며 대우 받고 사는 것이야말로 축복이다. 아무리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도 외국가면 피눈물 날때가 있다.


이런 말들을 접해보니 나름 마음의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격한 경쟁을 피하기 힘든 한국사회의 팍팍한 현실도 부정할 수가 없다.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율은 한국의 엄연한 현실이지 않은가.

 
어차피 결론을 낼 수 있는 의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이땅을 지키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 땅을 사는 이유’ 하나 정도는 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땅을 사랑하는 이유’로 바꿔 말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내 새로운 숙제인 셈이다.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