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2.10.11 07:00

 

 

 

 

새엄마의 옛애인과 사랑에 빠진 재벌의 상속녀, 그 여자의 마음을 단숨에 훔쳐버리는 옴므파탈, 그리고 이제 재벌의 상속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게다가 그 옴므파탈의 오랜친구 역시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이었는 설정까지.. 드라마 착한남자는 막장의 요소를 두루 갖췄습니다.
그럼에도 드라마에는 막장을 넘어서는 품격이 있지요, 그건 인간의 내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격정 대신 고요한 시선으로 그 내면을 펼쳐내는 송중기의 명연기가 있습니다.

 

한재희(박시연)에 대한 자신의 덧없는 집착을 직시하게 된 강마루(송중기)는 한재희에 대한 관심을 상실해 버립니다. 애정과 증오는 관심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합니다. 그래서 한재희에 대한 더이상의 증오나 애정도 남아있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십수년을 함께 했던 지긋지긋한 연정을 눈물과 함께 흘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한재희에게 가고자 이용하했던 서은기에 대한 통렬한 죄의식을 느끼게 되지요.

 

 

바닷가에서 조우한 서은기와 강마루, 서은기의 진심 앞에 면목이 없는 강마루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며 서은기를 끊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한재희와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서은기는 여전히 강마루를 놓을 수 가 없었지요. 그래서 냉정한 척 외면하는 강마루를 끌어 안으며 함께 할 미래를 애원합니다. 하지만 강마루는 '재희누나 찾길 위해서라면 내가 못할 일이 있었을 것 같냐'는 말로 서은기를 단호히 거부하지요,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서은기의 시선이 흐려지는 순간, 문득 서글픈 눈길을 보이는 강마루인데요, 다시금 서은기가 마지막 희망으로 그의 눈길에서 진심을 찾아 보려하자 스산한 눈길로 돌변하는 송중기의 셈세한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강마루의 스산한 눈빛만을 확인한 서은기는 끝내 절망할 수 밖에 없었지요, 맥없이 돌어서는 서은기의 뒷모습조차 외면하는 강마루의 불안한 눈빛은, 스스로의 진심을 부정해야 하는 남자의 외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절망속에서 서울로 향하던 서은기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접하는데요, 다시 마음을 추스려 가던 길을 달리던 서은기는 급작스레 차를 돌려 강마루에게로 향하지요. 자동차로 질주하던 두 사람은 터널에서 마주치게 되고, 서은기는 중앙선을 넘어 강마루에게로 돌진합니다. 파국을 향해 달리는 서은기는 고통과 절망의 격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 서은기의 미친 질주를 강마루는 미소로 받아냅니다. 미친 짓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의 명백한 증거겠지요, 한재희에 대한 십수년의 미친 집착을 극복하고 남겨진 것이 없는 줄 알았던 강마루는 이렇듯 삶의 증거를 서은기에게서 발견한 채 두려움 없이 서은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고속 질주하는 두 차량의 정면충돌임에도 드라마 답게 두 사람은 생존해 버립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서은기는 병실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마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지요. 뺀질뺀질한 차림새와 말투로 약점 있는 사람을 등쳐먹는 냉혈한으로 말입니다. 숱한 사람들로부터 원한 사는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은 채 막나가는 강마루를 보며, 그의 절친은 그가 인생을 포기했음을 직감하지요.

 

 

그런 강마루에게 서은기가 나타납니다. 꼬마들과 어울려 벽에다 낙서를 하는 여인, 강마루라는 글자를 제대로 적지도 못하면서 강마루라고 읽는 이상한 여자의 등 뒤에서 강마루는 가던 길을 멈춥니다. 인생의 의미를 포기케한 사람,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사람의 뒷모습을 봤지만 강마루는 섣불리 다가서지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그녀의 틀린 글씨를 고쳐주고는 그녀를 고요히 바라볼 뿐이지요. 자신의 이름조차 잊었노라 해맑게 웃던 그녀가 강마루를 보더니 살짝 눈물을 비쳤습니다. '우리 되게 많이 사랑했던 사이.. 맞죠?' 묻는 서은기의 눈이 젖어들자 고요하고 담담하기만 했던 강마루의 눈빛도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강마루가 단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던 '사랑했던 사이', 잃고 나서야 살아가기 힘들정도의 고통을 알게 해준 서은기를 강마루는 차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진심을 요구하는 서은기를 거부하던 강마루의 복합적인 눈빛, 질주하는 차 안에서 서은기의 파국을 받아들이는 강마루의 희미한 미소, 운명적인 해후 앞에서 오히려 차분해지는 강마루의 젖은 시선까지.. 서은기를 바라보는 강마루의 시선에는 흔한 막장드라마에선 찾아보기 힘든 절제와 품격이 있습니다. 착한 남자가 식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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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자비 2012.10.11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송중기 연기에 푹 빠진분들 많을거 같아요. 제가 봐도 복잡한 마음이 눈빛뿐 아니라 온몸에서 나타나고 있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2. 에이글 2012.10.11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중기씨의 연기에 감탄하며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은기와 마루가 같이 있는 모습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3. 드라마광임양 2012.10.11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죽어도 마루를 갖고 싶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돌진하던 은기를 피하지 않은체 눈물 섞인 눈빛으로 희미하게 웃던 강마루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삶의 의미를 놓아버리던 강마루가 아닙니다. 그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다 하여도 현재의 모습에 가려져 꾹꾹 눌림을 당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사는 것은 정말 큰 고통입니다. 마루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사랑의 배신을 당해 본 경험자로써 마루는 정말 회가 진행될때마다 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요...전에는 마루가 은기를 이용하는 것이 은기와 같은 입장에 있어본 사람으로써 너무 힘들었다면 지금은 마루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잃고 맥을 놓고 하루 하루 죽음만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있기에 또 역시나 힘이 듭니다.

    마루가 등쳐먹는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미 살아도 죽은 것과 진배없는 삶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마루에게 다시 기적처럼 그 사랑...은기가 나타났기에 밝은 희망으로
    둘도 없는 착한 남자가 되길...사랑으로 구원 받는 그런 남자와 여자가 되길 바랍니다.

  4. TT 2012.10.11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는 못봤지만 여기 글 읽으니까 눈물이 날거 같네여..ㅠㅠ 아 아스라하네여

  5. lovely 2012.10.11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 공감가는 리뷰네요~ 송중기씨~ 정말 섬세한 연기를 하는 배우같아요~~ 기본적으로 가진 마스크나 눈빛, 목소리도 좋구요~ 요즘 착한남자, 그리고 강마루에 빠져서 살고있습니다^^

  6. 단어공부 먼저하세요 2012.10.12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장' 이 무슨 뜻인지 다시 찾아보시고 지금까지의 소위'막장드라마'라 일컬어지는 것들과
    동급으로 취급할수있는 막장 드라마인지를 생각해보시죠.
    단순 연기력때문에 다른 막장드라마들과 달리 볼만하다는 님의 이해안가는 주장은 논리성은커녕 상식적으로도 이해불가하군요.
    작품자체가 막장인데 연기력있는 배우만 꽃아놓으면 볼만하다?
    이건 뭐,,,
    지금까지 연기력있는 배우들 출연하는 막장드라마 꽤나 많았던걸로 알고있는데 참,,볼만하셨겠군요 님의 논리없는 생각대로라면!

  7. 요즘 2012.10.12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또 일주일을 어찌 기다릴지.. 요즘 이 드라마에 푹 빠져버렸어요 ㅠㅜ

  8. 2012.10.12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의 짜릿한 장면이라면
    정면질주 컷에서 서은기의 눈빛과 입술떨림 연기
    이광수가 돌아누운 마루를 향해 '그러지마 마루야'하면서 오열하던 연기
    이광수 다시 봤다

    요즘의 송중기 연기는 '사랑스럽지도 애처롭지도'않다.
    조금 더 힘을 뺐으면 싶다.
    악바리도 이렇게 시종일관 냉랭한 모습이면 난 별루다!

  9. 와~ 2012.10.17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가 정말 깨알같네요.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