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2.10.24 07:00

 

 

 

'낮에는 정숙하지만 밤이 되면 놀 줄 아는 여인'

 

양반의 신분을 숨긴 채 의녀생활을 하는 강지녕(이요원)에게 백광현(조승우)가 건넨 농담입니다.
역적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비의 비밀을 가슴에 묻고 생명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한 시대를 풍미할 주인공 백광현이건만, 그는 여느 사극처럼 자신의 삶 앞에 비장하기보다는 오히려 능글맞습니다. 관심있는 처자 강지녕에겐 허풍도 떨고 지엄하신 공주 앞에서 급격하게 몸을 수그리기도 하는 등 지극히 통속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병훈 PD의 전작 중에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허준이 있는데요, 이병훈이 연출하고 전광렬이 해석한 '허준'은 원작 동의보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원작의 허준은 태생적으로 무뚝뚝한 남자로서 홀로 고독을 감당하는 인물입니다. 주변인물과의 교류도 그래서 진중하고 무겁기만 했지요, 드라마 속 허준 역시 훗날에는 그런 '사극'스러운 인물로 성장하기는 하지만, 막 의업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원작과 달리 통속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주전부리를 씹으며 낭낭하게 의서를 외워대는 모습이나 고난과 역경 앞에서 인간적인 두려움을 숨기지 않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였지요. 원작에서처럼 절대고독에 맞서 스스로 안으로 견뎌내는 심지 굳은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욱 이끌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 역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으레 사극에서 신분의 벽을 극복하고 대성공을 거두며 영웅적인 활약을 하는 위인들은 비범한 천재성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운명을 이겨내곤 하는데요, 백광현은 호감있는 여인 앞에선 유치한 허풍을 해대고 권력 앞에선 납짝 엎드리는 등 사람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생명 앞에선 뜨거운 애정을 숨기지 않는 '반전'이 있지요, 침을 든 손끝으론 죽음과 삶의 경계를 찍어내는 걸 보면 '감각'적인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B급정서를 바탕으로 '반전'이 있고 '감각'이 있는 여자와 싸나이를 노래하는 강남스타일과 닿아 있는 것도 같습니다.

 

 

마침 백광현도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하여 강지녕을 희롱하는데요, 강지녕에겐 가혹한 상처로 남아 있는 '백광현'이라는 이름 석자를 가진 사내는, 자신의 추억 속 뜨거운 약속을 해주던 멋진 소년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능글 맞은 웃음으로 다가오는 이 사내의 추파에 짜증도 내고 무시도 하는 강지녕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반전이 있는 백광현의 세계로 조금씩 빠져들고 있습니다. 닭한마리, 개한마리, 양한마리.. 어느 생명 하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 그의 생명박애정신 앞에서 쌀쌀맞던 강지녕의 마음이 풀어지고 있지요.

 

 

말과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을때 말부터 찾아가 살피는 백광현을 목격한 강지녕은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는데 어떻게 쳐다보지도 않냐'며 '그 사람이 노비가 아니였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분개하며 그를 속물취급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앞에 둔 백광현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면서 그저 생명 자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진심을 느끼게 되지요, 물론 백광현도 강지녕을 통해 사람을 보게 됩니다. 강지녕이 진맥한 환자를 만져본 백광현은 그 순간의 기억이 강하게 뇌리에 남았습니다. '사람 심장은 이렇게 뛰었구나...' 마의로서 그동안 동물의 생명을 민감하게 느껴온 그가 비로소 사람의 생명에도 눈을 뜨게 된 계기인데요, 이제 동물과 사람의 생명이 더불어 위태롭게 맞물리는 역병의 현장이 백광현 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백광현의 뒤에는 강지녕이 따르고 있지요. 모질게 엇갈린 운명 속에서 서로의 약속을 소중이 간직하고 있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덧 다시금 강력하게 엮이고 있습니다.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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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2012.11.02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센스 있게 잘쓰시네요! 근데 이번주는 재미가 좀 없어서리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