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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착한남자, 행복이란 두 글자의 아이러니

 

김이 서린 거울에 천천히 써내려간 두 글자, 행복...강마루(송중기)는 문득 행복을 생각했습니다. 기억을 상실했음에도 강마루에게 돌아온 서은기가 있기에 강마루는 이제 그녀를 지켜주고 원래로 자리로 되돌려주기 위해 한재희(박시연)와의 대결에 나섰지요, 서은기를 바라보는 강마루의 얼굴엔 모처럼 안정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찰라의 행복일까요, 김이 서린 거울 위 두 글자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을 강마루는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서은기지만, 그녀의 기억이 다시 돌아온다면, 자신이 서은기에게 준 씼을 수 없는 상처도 함께 돌아오는 것은 당연할테니 말입니다. 그녀에게 접근했던 동기부터, 마지막 순간 그녀를 내치기 위해 내뱉은 모진 말들까지... 이 모든 걸 기억해내는 것이 바로 서은기가 원래 돌아가야 할 자리입니다. 강마루가 거울 위에 써내려간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퍽 위태로워 보이지요.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서은기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스스로 회피하고 있는 것인데요, 결국 기억회복의 실마리는 스스로 죽음의 질주를 벌였던 터널 속 기억을 받아들이는 것일겁니다. 그리고 이제 그 터널 속 기억의 편린들이 서은기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터널을 내달릴때의 심정과 스스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했던 기억까지 끄집어낸 서은기는 하지만 질주할 당시 맞은 편에 있던 상대방에 대한 기억을 스스로 봉인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을 끄집어 내야만 하는 그녀는, 하지만 기억을 찾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지요, 홀로 고군분투하는 강마루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기억을 찾고자 예전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데요, 하지만 돌아오지 않은 기억탓에 한재희는 그녀의 상태를 의심하게 됩니다. 때 맞춰 나타나준 강마루로 인해서 한재희의 의심은 잠시 중단되지만 서은기의 앞날은 여전히 위태롭기만 합니다.

 

 

이후, 집에 홀로 있던 서은기를 찾아온 한재희는 의도적으로 자신과 강마루의 과거를 들추며 서은기를 압박하는데요, 한재희와 강마루의 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서은기는 지독한 혼란속에 빠지게 됩니다.
강마루가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했는지 모르냐고 다그치는 한재희의 모습에서, 예전 한재희와 다투었던 기억과 강마루의 정체를 폭로했던 박변호사의 모습이 떠오르자 서은기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됩니다.

 

기억상실 상태인 그녀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들려 주는 주변사람의 이야기에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한재희가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자신에게 권해서 자신을 시험하려 했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과거에 음식 하나 때문에 화를 내고 성질을 부렸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충격을 먹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자신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이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한 서은기에게 강마루는 삶의 지표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유일하게 간직해낸 이름이자 자신의 심장이 알아본 가장 확실한 믿음의 증거가 강마루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한재희의 도발 속에서 급작스레 떠오른 기억의 조각들은 자신의 유일한 믿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듯 충격으로 다가와 옭죄어 오는 기억들 속에서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지요.

 

응급실에서 의식을 회복한 서은기가 강마루에게 묻습니다. '누구세요? 누구냐고 너'
이 질문 앞에 강마루는 절망합니다.

 

 

스스로를 대충 내던지며 삶을 포기하려 했던 남자, 하지만 검찰 조사 앞에서 이제는 살고 싶어 졌노라 이야기 하는 강마루는, 어쩌면 기억을 찾지 못하는 서은기와의 미래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은기에게 '기억같은 거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가만히 이대로 이렇게 있으라'고  말하는 순간, 강마루의 얼굴에는 닿을 수 없는 희망을 향한 진지한 희구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마루의 말에 대한 서은기의 대답이 절절했지요. '싫어,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 그것만은 꼭 기억해내고 싶어'

 

 

그러나 예기치 않게 그 기억의 실체 앞으로 내몰린 서은기는 고통 속에서 혼절했다가 의식을 회복해서는 강마루를 부정했습니다. 유리창에 써내려갔던 행복이란 두 글자가 아이러니한 순간입니다. 과연 강마루에게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온전히 가슴에 새길 날이 올 수 있을런지 도통 암담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