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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정글의법칙 김병만, 핑계없는 아름다운 패배

 

 

 


정글의 법칙 마다가스카르편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빼어난 볼거리들의 향연이었습니다. 또 경관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신선함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네들의 삶 속으로 뛰이들어간 족장 김병만의 도전 또한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 숲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보여줬던 병만족은, 이후 숲을 떠나 현지 부족과의 공존을 보여줬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샤칼레바부족의 고유한 생활 방식과 풍습을 익혀가며, 이들 원주민과의 생활에 서서히 녹아들고 있었지요. 줄을 던져 손으로 게를 잡는 독특한 낚시법부터, 조금씩 재화를 모아 살아갈 집을 서서히 완성시켜가는 느림의 미학까지..그들의 사는 모습엔 치열한 집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자연 속에서 더불어 공존하는 모습은 정글의 법칙을 즐기는 또다른 재미였지요.

 

 

 

어제 방송에서 병만족장은 샤칼레바부족의 최대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제부레이스에 참가했습니다. 제부는 하늘을 향해 우뚝 선 뿔이 위력적으로 보이는 마다가스카르 고유의 소로서, 등에는 낙타처럼 혹이 나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황토색의 소가 정겹고 푸근하고 우직한 느낌을 준다면, 제부는 날렵하고 어찌보면 사납게까지 보이는 외양을 하고 있었지요.


제부로 펼치는 레이스가 있다는 소식에 병만족장은 망설임 없이 참가를 결심하는데요, 마을 부족원들의 도움을 받아 넓은 공터에서 연습에 나서지만, 제부는 여간해서는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한번 어렵사리 움직였다가도 이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려, 조련이 쉽지 않았지요. 원래 주인의 목소리와 손길을 알아채는 영민한 제부는, 대회까지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시간만이 허락된 김병만에겐 상당히 벅차보였습니다. 하지만 김병만은 끝내 도전에 나섰는데요, 토박이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든 김병만은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의 낯선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도전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했습니다.

 

 

샤칼레바부족의 24개 마을에서 참가하는 부족 최대 이벤트인 제부레이스에 참가하는 제부와 청년들은 모두가 늠름하고 위풍당당했습니다. 또 제각기 최고의 성능을 위해 각종 장비가 갖춰진 개성있는 우마차까지, 낯선 레이스에 나선 병만족장에게 경쟁상대의 모습들은 위협적이기 충분했는데요, 병만족장의 제부들은 참가 제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기력이 딸리는 위태위태한 모습이었지요. 레이스장소로 가는 것조차 기나긴 고비를 넘는 듯 병만족장의 도전은 만만찮아 보였습니다.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다는 마을청년을 위해, 우승선물인 제부 한마리를 선물하기로 약속한 김병만은 비장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예선에서 병만족장은 초반 제부의 등을 어루만지는 등 제부와 교감을 나누며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예선통과 컷오프인 3위가 충분히 가능해 보일정도였지요,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제부 한마리의 기력이 유독 딸리고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속도가 느려지더니, 결승선을 한참 남겨둔 지점부터는 온전히 달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지요, 이렇게 병만족장의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의 색다른 도전에 샤칼레바족은 번외로 결승진출을 허락해주었는데요, 전년도 우승자와 우승자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레이스에 나선 병만족장은 초반 박진감넘치는 레이스를 펼치며 추격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역시나 기력이 딸린 제부들로 인해 끝내 6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정신력과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1년을 꼬박 준비한다는 마을의 청년들에 비해 고작 며칠 훈련에 불과했지만, 그는 도중에 멈춰서지도 방향을 잘못잡아 레이스를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빛나게 한건, 다른 제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한 제부들과 덜컹거리는 마차였음에도 그는 아무것도 탓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겠지만, 더불어 레이스를 다해준 제부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흔히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초반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치며 '혹시나'하는 기대를 안겨주기도 했던 김병만이지만, 결국 완주 자체가 버거운 노쇠한 제부에게 우승은 너무도 멀고 먼 현실이었지요, 하지만 제부의 등을 어루만지며 자신만의 도전을 온전히 완성시킨 김병만은 함께 교감해준 제부를 격려해주고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힘에 부쳐 한걸음 한걸음 마지막 걸음을 다해준 제부에게 진정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도 감동이었지요, 스스로에게는 엄격하지만 최선을 다해준 자에 대한 경의를 잊지 않는 남자다운 품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결과는 초라했지만 김병만은 초라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레이스를 지켜본 샤칼레바족도 이방인의 도전에 기꺼이 박수를 쳐줄 수 있었겠지요. 김병만의 핑계없는 아름다운 패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