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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착한남자, 멜로의 어쩔수 없는 결론 - 사랑

 

 

 

 

'내가 맞는거지? 길가는 사람 다 잡고 물어봐, 내 선택이 맞잖아.'

언젠가 한재희(박시연)가 안변호사에게 했던 질문입니다. 거대그룹의 오더가 되기 위해 사랑했던 남자를 희생시켜야 했던 한재희는 자신의 선택이 상식(?)적이지 않냐고 안변호사에게 되물었었지요.

 

스스로의 영혼을 팔아가면서 기어이 정상에 섰건만 오히려 삶에 대한 허무함과 의혹이 밀려왔던 한재희인데요, 모호한 사랑의 끝을 붙잡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이제는 서은기(문채원)에게 바치고 있는 강마루(송중기)를 보면서 한재희는 자신의 생에 회의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헌데 그 강마루가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나를 이런 괴물로 만든 것은 내 책임이에요,  옳지 않은 걸 덮어줬던 것, 그때부터 누난 무엇이 옳은지 판단기준도 다 잊어버리고... 그땐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치기고 교만이었어요, 잘못했어요. 누나한테 갈께요, 사랑은 약속할 수 없지만 평생 곁에 있어줄께요'

 


한재희의 삶을 그르친 것이 자신이니 이제 그녀의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강마루인데요, 하지만 사랑만큼은 줄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저 평생 옆에서 책임을 다하되 마음만은 되돌릴 수 없다는 강마루에게서, 한재희는 진정한 삶의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자신이 모든 걸 내걸고 얻어낸 정상의 자리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위태로운 상황에서 강마루가 내민 구원의 손길은 그저 껍데기뿐인 동정심이었습니다. 자신이 기울였던 모든 노력은 한낱 우스운 욕망에 지나지 않았고, 모든게 자신탓이라며 책임지겠다는 남자의 눈물 앞에서 오히려 한재희는 비참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한재희의 선택은, 가질 수 없다면 같이 죽자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절망에 빠졌던 서은기가, 강마루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함께 죽겠다며 그에게 내달렸듯, 한재희 역시 양자가 모두 파국을 맞던지, 온전한 강마루의 모든 것을 갖던지 양자택일할 것을 강마루에게 강요하지요.

 

 

오랜세월 강마루가 한재희를 기다리며 떠나지 못했던 옛집에서, 난 이제 돌아왔으니 네가 돌아올 차례라며, 만약 온전한 그대로의 강마루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면 모든 죄값을 치르고 너와 미래를 함께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겠다면 후계구도와 관련된 태산그룹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표해서 서은기를 두번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이럴 경우 한재희 역시 남편살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 이는 서은기가 벌였던 죽음의 질주와 닮아 있습니다.

 

강마루가 사랑했던 여자와 사랑하는 여자는 이렇듯 극단의 선택으로 강마루를 압박하는데요, 하지만 강마루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강마루는 은기에게 달려갑니다. 은기를 온전히 제 자리에 돌려주고 자신은 한재희와 함께 사라져주려했건만, 이제 강마루는, 파국을 선택한 한재희로부터 서은기를 지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우리 도망가자, 아무지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자' 언젠가 서은기가 강마루에게 애원했던 제안이. 강마루의 입에서 똑같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서은기의 제안을 냉냉하게 외면하며 서은기를 절망시켰던 강마루는, 그때보다 더욱 깊은 오해의 늪에 빠진 서은기에게 이런 절망적인 제안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란, 돈 많은 늙은이에게 젊은 여인을 빼앗기는 청년들이 사는 곳입니다. 한재희가 애초에 믿었던 상식처럼 사랑보다는 돈이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돈 이상의 가치를 희구하고 동경합니다. 그래서 돈을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멜로드라마를 여전히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한재희가 껍데기뿐인 강마루를 받아들일 수 없듯이 말입니다. 한재희는 믿지도 않는 사랑을 동경하는 걸까요, 혹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동경하는 걸까요. 강마루의 고달픈 사랑이 과연 쉴곳을 찾을 수 있을까요, 최종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