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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드라마의 제왕, 대선 앞둔 시점에 남긴 절묘한 메세지

 

 


이번 선거에서도 SNS와 인터넷에 개념연예인들이 이름을 떨쳤습니다. 어느덧 투표독려는 연예인들에게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요.


투표패션대결을 펼치자는 연예인부터, 자신의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아이돌까지 많은 연예인이 소중한 한표의 행사를 위해 나서고 있지요. 이러한 기류는 한 드라마의 제작현장에까지 번졌습니다. 바로 '드라마의 제왕'인데요, 이 드라마는 대선투표를 위해 오늘 하루 촬영을 쉬겠다고 공표했지요. 쪽대본이 난무하고 밤샘촬영을 피할 수 없는 드라마현장에서 금쪽같은 하루의 촬영분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요, 더구나 2회 연장이 결정되서 더욱 촬영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대선을 하루 앞둔 어제 방송분에서 이 드라마가 미묘하게 보여준 메세지입니다. 극중 스스로 국장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한 남국장(권해효)이 회의실에서 단호하게 선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자신의 부재기간 동안 국장직을 대신한 부국장이 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벌이는 온갖행패 앞에서 그는 이렇게 외칩니니다.


'정의 없는 힘은 그저 폭력일 뿐입니다. 이제 폭력의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폭력의 시대는 되풀이 되어선 안됩니다'
민간인 사찰, 선관위 디도스공격, 검찰권 남용 등이 제대로 심판되지 않는 우리네 무력한 현주소, 상식이 무너지고 정의가 요원했던 우리네 현실에 대한 시국 선언과도 같은 이 메세지는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과 맞물려 절묘한 메세지를 남겨줍니다. 

 

파벌도 없고 연줄도 없는 남국장은, 자신의 국장자리가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자기아비의 반칙과 특권으로 얻어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데요, 이에 그는 미련없이 국장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앤서니(김명민)는 그런 남국장의 결정을 비웃습니다. '당신이 떠나게 되면 결국 음지의 방식들로 판치는 더러운 인간들만 남을뿐'이라고 일갈하는 앤서니 앞에서 남국장은 무겁게 고개를 떨어뜨리지요, 그는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위해 방송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나기 위해 제국의 회장(박근형)이 찾아오는데요, 더럽고 추악한 방법으로 드라마판을 좌지우지하며 살아온 아버지 앞에서 남국장은 '바로 이 자리에서 이 드라마판이 썩지 않도록, 이 드라마판이 과거의 방식으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라며 사표를 되돌리면서까지 복귀한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이런 아들 앞에서 노회한 아비는 쓸쓸하게 답합니다. '하긴 시대가 변했지.. .지켜보마 앞으로 세상이 변할지 네가 변할지...'라는 한마디를 남기며 축쳐진 어깨로 뒤돌아서지요. 그 쓸쓸한 퇴장은 왠지 낡은 정치의 퇴장을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합니다.

 

자신 몸담고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남국장의 모습과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아버지 남회장은 우리네 현실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권력을 쥐고 방송국, 제작사를 흔들려했던 부국장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지요,  남회장 만큼이나 반칙에 익숙했던 앤서니마저도 한 사람의 목숨을 위해 스스로를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인간적으로 사람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폭력을 이기는 정의를 남국장의 입을 통해서 시의적절하게 대변해주었습니다.


정의가 권력을 이기고 폭력을 이기는 세상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가능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