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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드라마의제왕, 예정된 비극 앞에 준비된 반전

 

 

 

 

'드라마의 제왕'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닌 듯합니다. 초반부터 줄곧 앤서니김(김명민)의 고난과 위기가 숨막히게 전개되더니,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2회연장 결정이후 다소 전개가 느슨해지면서, 극의 방향도 달달한 로맨스를 표방하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앤서니의 실명위기가 부각되며 여지껏 이 드라마의 가쁜 호흡을 따라왔던 시청자들을 다시금 긴강시키고 있습니다.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드라마의 제왕은 연장된 분량만큼 달달하고 편안한 전개로 그동안의 가뿐 호흡을 내려놓는 듯 했습니다. 앤서니가 이고은(정려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되면서, 그녀를 알아가는 깨알같은 장면이 줄을 이었는데요, 그녀를 잠시라도 만나고자 허드렛일도 마다않았고, 그녀의 이력서를 찾아보며 그녀의 작은 것조차 알고자 애썼으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러브레터를 찾아보며 자신도 그 감성에 젖어 눈물흘리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작가계약을 명분으로 약속을 잡았지만 두 사람은 그 의미를 직감하고 있었지요, 앤서니는 이고은과 나눠낄 커플링을 세심하게 골랐고, 이고은은 손수 짠 목도리를 정성스레 포장했습니다. 입고 갈 옷을 한참 고르는 이고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장만하는 것이 너무도 낯선 앤서니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요.

 

이렇듯 필연적이여야 할 두 사람의 핑크빛 달달 러브모드는, 하지만 언제나처럼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면서, 앤서니에게 결정적인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갑작스레 시야가 흐릿해지는 이상증세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던 앤서니는, 시각장애인인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증상이 자신에게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이미 급속하게 진행되어 시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진단 앞에 앤서니는 절망합니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원망하고 투정했던 앤서니는 이제 어머니 앞에서 숨죽이고 홀로 울었습니다. 너무도 소중한 이고은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없었기에 그의 절망은 더욱 깊었지요.

달달한 사랑을 막 시작하려던 순간, 앤서니는 다시 이고은을 놓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고은이 나타나자, 그녀를 위해 준비했던 커플링을 숨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재 앤서니가 입각한 현실입니다. 치료법이 없으니 실명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은 앤서니에게 이고은을 놓아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법한데요..

 

그동안 앤서니는, 드라마 경성의 아침을 방송하기까지 늘 고난의 가시밭길 위에 있었습니다. 시청자가 전개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위기와 긴장의 연속이었지요. 드라마 투자, 배우 캐스팅, 드라마국 편성, 피디섭외, 표절시비, 경쟁사의 노골적인 견제와 보복 등등, 기존의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가쁜 호흡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늘 결정적인 반전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 왔지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정체성은 '반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이 터지면 반드시 해결하는 앤서니가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 드라마가 표방한 기획의도 자체가 반전입니다. '시청자의 기대를 산뜻하게 배반할 반전과 삶의 권태를 가로지르는 유쾌한 재미'를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로 내세운 만큼 또 어떤 반전이 준비됐을지 기대를 자아냅니다.

게다가 앤서니는, 그동안 확률을 따지고 인간의 욕망을 꿰뚫으며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이제는 불확실성 앞에 자신을 던지고, 욕망 너머의 사랑에 눈 뜬 만큼 그 능력이 배가 됐으니 말입니다. 유쾌 코믹을 내세운 이 드라마가 마지막에 내세운 반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