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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수다, 임재범의 노래는 왜 눈물짓게 하는걸까

비춤 2011. 5. 23. 07:00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 해주지...바로 여러분
부르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노래의 여운에 빠져, 헤어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임재범이 오늘을 사는 한국인을 흔들어 놓고 있네요. 그는 이미 지난 중간평가에서 터져나오는 기침과 콧물에 힘겨워하면서도 '여러분'을 열창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었는데요, 당시 예고편에서 눈물을 흘리는 청중들의 모습이 상당히 이채로웠습니다. 또 스포일러를 통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렸지요. 그래서 도대체 어느정도일까 무척 기대가 됐던 임재범의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 역시 청중평가단의 감동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이라는 곡은, 노래 자체만으로도 감동이 있는 노래입니다. 오빠 윤항기가 동생 윤복희가 죽을 정도로 힘에 겨울때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하지요. 외로움에 사무친 사람의 담담한 고백이 더욱 감성을 자극하는 곡인데요, 3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도록 큰 감동을 전해주는 명곡입니다. 임재범 역시 워낙 대곡이라 감히 제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불렀다고 고백했는데요,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노래하게 하지 않았나하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임재범은 경외심을 가지고 이 노래에 임했지요.

첫소절만으로도 임재범 특유의 그늘진 고독이 드러났습니다.
눈을 감은채 시작된 낮고도 묵직한 저음은 처연한 감성으로의 초대였지요. 화려한 기교 없이도 소절마다 절절히 마음을 울렸습니다. 노래가 진행될수록 더해졌던 감동은 임재범 자신마저 압도했지요. 불같은 눈길로 무대를 바라보곤 했던 그의 눈빛도, 어느덧 살짝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노래의 절정에서 그는 노래를 중단하고 나레이션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 해주지...바로 여러분'
이때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인상을 쓰는 모습은 한마리 외로운 야수와도 같았지요. 하지만 어쩔수 없이 젖어드는 삶의 애환은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도 이미 눈물이 맺혀있었지요. 윤도현의 말처럼 한편의 긴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무대가 끝났을때,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미처 눈물을 추스리지 못한 관객들은 앉아서 눈물을 감당하고 있었지요. 대기실에서 임재범의 무대를 지켜보던 동료가수들은 오직 침묵뿐이었습니다. 젖은 눈빛으로 무대를 지켜봤던 BMK나 김범수를 비롯한 가수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는데요. 그동안 다른 가수들의 경연 직후 박수나 환호등, 적극적으로 반응해왔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고요한 듯 숨죽인 대기실은 그래서 더 엄숙했고 더 감동이 살아 있었지요.

임재범은 노래를 부를 때 가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가사를 다 외웠냐는 지상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난 가사 안외워. 난 노래하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가사에 신경쓰면 그 감을 다 잊어버려'라고 말이지요. 임재범에게 노래연습은 가사를 외우거나 기교를 연구하고 음정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트레이닝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감성에 빠지는 것이었지요. 이날도 무대를 앞두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감정 속을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을 전해주었지요.
노래할 때 왜 눈물을 흘렸냐는 이소라의 질문에, 임재범은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며 '친구가 그리웠나 보다. 너무 외로웠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여러분'이라는 노래가 갖는 슬픔을 머리로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노래를 끝마치면서, 이 호랑이 같은 남자는 잔잔하게 '바로 여러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여줬는데요, 그때 그 모습이 왜 가슴을 울렸는지 깨닫게 된거지요. 바로 자신과 관객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영혼의 위로였습니다.

우리네 가슴에도 어쩔수 없는 외로움이 숨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한 채, 가슴 한 구석에 방치되어 왔을 뿐이지요. 이런 외로움으로 인한 울분은 우리네 삶과 영혼을 갉아먹으며 우리를 쉬이 지치고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날 임재범의 위로덕에 이런 속상한 마음이 눈물로 씻겨나간 기분입니다. 카타르시스가 된 셈이지요.

북두칠성의 주변에는 작은별 하나가 있다고 합니다. 고대에는 그 작은별을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시력을 측정하는 지표였다고 합니다. 각박한 현실을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감성이 메마르기 쉽습니다. 어쩌면 임재범의 노래에 절절히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네 감성이 아직은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는 지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은, 외로움과도 더불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다른 외로운 사람에게도 기꺼이 손내밀 수 있고, 위로가 될 수가 있겠지요. 바로 임재범이 건네는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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