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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신곡논란, 폭력이 돼 버렸던 위로

비춤 2011. 12. 15. 07:00



알리의 첫 정규앨범이 결국 폐기처분되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수록된 노래 하나 때문인데요, 이 신곡은 알리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로서,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소녀의 이름을 제목으로 해서, 해당 사건의 아픔과 아동 성추행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그 동기가 순수했다하더라도, 당사자와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알리는 '불후의명곡2'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입니다. 그녀는 이 공중파방송을 통해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어내고 많은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될 수 있었지요.
'불후의명곡'에서 밝혔듯, 알리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고, 긴긴 무명시절도 견뎌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난관을 특유의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하고 스스로 성공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경험은 그녀에게 충만한 자신감을 준 듯 합니다.

이달 초 앨범 발표를 앞두고 가졌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알리는 '그 소녀가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알리 자신이, 단점이 될 수도 있었던 거친 목소리를 장점으로 승화시켰고, 숱한 난관을 딛고 일어섰듯 소녀도 스스로를 믿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겠지요.
그런 점에서 그 동기는 순수하고 아름답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소녀가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누리기 바라는 것은, 알리나 당사자 소녀나 한 마음일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누리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문제입니다. 소녀를 위한 최선은 대중의 기억에서조차 남겨지지 않는, 말 그대로 평범한 자신만의 삶입니다. 그런데 알리는 그 아픈 추억을 노래에 담아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노래는 두고두고 그 아픈 이름을 아로 새기는 고통의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설사 알리가 이 노래를 상업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전달했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난관에 당당히 맞서라는 알리의 메세지는, 난관을 극복하는 여러 방법 중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일수 있지만 그 소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의 배려가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알리의 행동은 지나치게 경솔했습니다.

노래의 가사 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부분에 대해, 알리는 조두순을 질책하는 내용이라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알리의 설명이 없었다면 오해하기 쉬운 애매한 문구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노래 제목이 조두순이라면 모를까, 피해자의 이름 아래 붙여진 노래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사 속 '더럽혀진 마음'이란 문구 역시 굳이 조두순을 연상지어야만 하겠지요.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만인 앞에 '어찌어찌 살아라' 당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친구에게 귓속말로 '부끄러워 하지마. 괜찮아'하는 것과 학교 방송에 대고 '부끄러워 하지마. 괜찮아' 말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 마음이 진실되었다하더라도 결국 폭력과도 같은 위로가 되고 말겠지요. 이제 음원은 삭제되었고 음반은 폐기되었지만, 아픔이 또 한번 대중과 당사자의 기억을 흝고 지나간 점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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